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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 Aug 18. 2023

하차 선언 그 후 : 퇴사 = 실패? 퇴사 = 선택!

하차 선언 그 후


퇴사를 내뱉고 나면 어떤 일이 생길까?


퇴사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가장 고민되고 걱정되는 게 이 뒷일이 아닐까 싶다.

일반적으로 퇴사를 이야기하는 시점은 퇴사를 희망하는 날짜의 한 달 전쯤이다.

그 말은 회사에 퇴사를 이야기하고 한 달 정도 더 회사에 다녀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 근무자를 구해야 하기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이 점은 퇴사를 이야기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이다.


어떤 경우에는 관리자가 퇴사 소식을 동료들에게 알리지 않거나 늦게 알려주어 불편함을 최소화해 주기도 하지만 내가 겪은 대다수의 퇴사에선 어떤 통로든 소식은 매우 빠르게 퍼져나갔다.

6번째 퇴사의 경우 내가 퇴사 소식을 보고한 지 3시간 만에 퇴사 소식과 더불어 온갖 루머들이 생성되기 시작했었다.

(연차인 우리팀 동료에게까지 전화해 루머를 퍼트리는 대단한 열정을 가진 루머유포자가 있었다)

예상되겠지만 퇴사까지 남은 한 달은 굉장히 곤욕스러운 나날이었다.


어떤 조직이냐에 따라, 조직의 규모나 분위기, 시기에 따라 퇴사에 대한 반응은 제각각일 것이다.

내가 겪은 6번의 퇴사에서도 그 반응이 제각기 달랐다.

어떤 때는 따뜻한 환송의 느낌, 어떨 때는 배신자가 된 느낌이기도 했다.

끝이 끝인 것 같지 않은 퇴사(연락 좀 그만….)도 있었다.


그렇지만 정말 다행인 점은 끝이 정해져 있단 점이다.


관계가 좋았던 나빴던, 어떤 말들이 돌고 있던, 남는 자는 그들이지 내가 아니다.

나는 꼬박 한 달만 참고 나가면 그만이다.

마지막 퇴사의 경우 그 한 달은 정말 고난의 연속이었다.

쏟아지는 막말, 눈에 띄는 배척과 무시, 자꾸 가지를 치는 근거 없는 소문들과, 

'주임님이 계실 때 이것도~ 저것도~ 메뉴얼도!'라는 말과 함께 더욱 더 가혹해진 업무량에 마음도 몸도 무너졌다.


사회생활에서 동료애란 참 얄팍하기 짝이 없다.

이 사실을 알기에 동료에게 많은 정을 주지 않으려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가?

함께한 시간은 마음에든 기억에든 흔적을 남긴다.

그리고 그 흔적은 이런 상황에서 아픈 상처가 된다.

그래도 5번째 퇴사 때보단 덜했다.

5번째 퇴사 때는 상사의 가스라이팅으로 인해 생겼던 불면증으로 한동안 정신과에 다니며 상담도 받고 수면제도 복용했었다.

그때 그걸 겪어서인가 6번째 퇴사 때 동료들의 눈총은 조금 더 견디기 쉬웠다.

6번의 퇴사를 마쳤다.

20대 초반부터 30대 초반까지 10년간 6번의 퇴사에 평균 2년을 넘기지 못하고 퇴사했다.

선배들이 말하던, 채용할 때 꺼려하는 짧은 경력으로만 채워진 이력서를 완성하였다.

게다가 분야만 같지, 6개의 회사에는 연결성이 없다.

좋은 이력서는 아닐 것이다.


어떤 이들은 '퇴사'라는 단어를 실패와 연결하여 생각하는 것 같다.


실패, 좌절, 포기와 같은 부정적인 단어들과 같은 선상에서 생각한다.

직장 적응에 실패하거나 어려움에 좌절해서, 혹은 버티기를 포기해서 퇴사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럴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마냥 부정적으로만 바라볼 일은 아니다.

 

나와 맞지 않는 직장에 계속해서 다니는 것과 퇴사하고 다른 직장을 알아보는 것 둘 중 어떤 게 더 부정적인 일일까?
힘들고 어려운 걸 버티면서 꾸역꾸역 회사에 다니는 것과 버티기를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아보는 것 어떤 게 현명할까? 그건 누가 정할 수 있을까?
구조적인 좌절의 경우에도 극복이라는 단어가 답이 될 수 있을까?


내 경우에는 맞지 않는 일을 하는 것은 시간 낭비였고,

버티고 참으면서 회사에 다니는 것은 몸과 마음의 건강을 망치는 행위였다.

그렇게 버티다 망가진 몸과 마음은 다시 사회로 진입하고자 할 때 방해가 되기도 한다.

완전히 지쳐버려 다시 그 분야로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도 많이 보았다.


심지어 이제는 어른들이 말하던 '평생직장'의 시대가 아니다.

회사가 나의 평생을 책임져 줄 수 없고, 우리 역시 회사에 평생 헌신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데 왜 나를 망치면서까지 버텨야 할까?

변하지 않는 제도, 엉망인 관행, 이해할 수 없는 수많은 일들은 버티다 보면 해결이 될까?

그보다 나를 성장시켜 줄 수 있는 기회를 찾아 떠나는 게 맞지 않을까?


퇴사는 실패, 좌절, 포기보다는 하나의 다른 선택지에 불과하다.
내 인생의 성공과 실패는 회사가 좌우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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