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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 Aug 18. 2023

RESET : 또 다른 도전

RESET : 또 다른 도전


6번째 퇴사를 하고 보름쯤 지났다.

언제나처럼 나 없으면 안 될 것만 같았던 옛 직장은 나 없이도 잘 돌아가는 것 같다.

사실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이지만 퇴사하기 전까지 얼마나 불안했는지 모른다.

사실 내가 불안해할 일도 아닌데.


다시 리셋이다.


무엇을 해야 할지, 앞으로의 진로를 다시 고민해 본다.

다음 단계로의 성장일지, 다른 분야로 이적일지, 아니면 조금 긴 휴식일지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원점은 아니다.


6번의 퇴사를 겪으며 매번 실업자의 위치로 돌아왔지만, 한 번도 원점으로 돌아오진 않았다.

어떤 직장이든, 그곳에서 어떤 시간을 보냈든 항상 그전보다는 성장해 있었다.

6번의 퇴사를 거친 나는 누가 봐도 이전보다 단단하고 노련해졌다.

순수하고 열정적이었던 때의 장점도 많았지만, 나는 지금의 내가 훨씬 마음에 든다.


10년의 사회생활 동안 피했으면 어땠을까 싶은 안 좋은 경험들도 있었다.

상처가 되기도, 때로는 흉터를 남기기도 했던 많은 일들을 지나쳐 왔다.

하지만 그 경험들은 그 나름대로 도움이 되었다.

안 좋은 직장, 상황들, 사람들을 미리 알아채고 피할 수 있는 안목(혹은 눈치)을 키워준 것이다.

나는 이제 마냥 순수하게 그런 상황들과 사람들을 대하지 않는다.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맞설 수 있으면 맞선다.

돌아보면 의미 없는 시간은 없었다.

그리고 의미 없는 사람들도 없었다.

관계가 좋았던 나빴던, 어려웠던 쉬웠던 스쳤던 그 많은 사람들과 알게 모르게 각각의 영향을 주고받았다.

6번의 퇴사에 후회는 하나도 남지 않았다.


어느 한 곳에서도 최선을 다하지 않은 적이 없었고, 모두 적당한 때에 잘 떠났다.

앞으로의 일들도 기대된다.

순수함은 조금 잃었지만, 열정은 아직 남아있는 것 같다.

해보고 싶은 일들이 아직은 많이 남아있다.

지금은 조금은 편하게 살고 싶은 마음과 계속 가던 길을 가고 싶은 마음, 두 마음이 매일 엎치락뒤치락 싸워대고 있다.

어느 쪽이 이길지는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어느 쪽이 되든 새로운 도전일 것이다.

새로운 환경, 새로운 업무, 새로운 사람에 적응하며 새로운 걸 배우고 성장해 나가는 과정이 또다시 펼쳐질 것이다.


나의 퇴사기가 이번이 마지막이 되진 않을 것 같다.

애석하게도 나에겐 30대 여성의 고비라는 출산과 육아라는 관문이 아직 남아있다.

이 관문을 넘어 다시 사회로 진입한 많은 선배들은 이 과정에서 퇴사를 한 번씩은 경험했다고 한다.

나 역시 크게 다르진 않겠지.


언젠가 끝날, 하지만 아직은 끝나지 않은 나의 N 번째 퇴사 이야기를 마친다.

지나온 10년간 내가 경험했던 이슈들은 이미 끝난 이슈들도 있을 것이고, 여전히 암암리에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이 모든 이슈들이 사라지길 바란다.


사회라는 곳이 그렇게 이상적으로만 흘러갈 수 있는 곳이 아니란 걸 알지만 조금씩 개선되어 가길,
시대의 변화에 앞서가진 못하더라도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와 조직들로 변모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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