턴어라운드 3. 안 되는 회사에는 이유가 있다 2

2부. 고객이 원하는 대로, 효율보다 신뢰

by Coo Lee

애프터 서비스는

장비와 소프트웨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소다.


서비스 엔지니어들은

늘어나는 장비 설치와

서비스 요청으로

하루하루가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본사로부터

서비스 방향 전환 지시가

다시 내려왔다.


본사의 지시는

미국의 방식을 따르라는 것이었다.

보다 효율적인 운영 체계를 위해서.

일부 인력으로 콜센터를 만들고,

각 지역에 배치된 엔지니어들을

서비스 콜에 따라 배정하는

운영 방식으로 전환하라는 내용이었다.


한국 매출이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글로벌 본사 사정상 인력 충원을 더 해 줄 수 없으니

제한된 필드 서비스 엔지니어 수로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 자체는 충분히 합리적이었다.


그러나 그는 다시,

조직이 아니라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주 고객층인 연구원들의 요구는

의외로 명확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잘 아는 엔지니어”였다.


늘 방문하던 엔지니어는

운영 중인 장비의 타입과

사용 목적, 사용 이력을

이미 알고 있을 뿐 아니라,

연구실의 성향과

연구자의 스타일까지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었다.


그 덕분에

대화는 짧았고,

문제의 진단은 빠르고 정확했으며

서비스 이후의 문제도 적었다.

단지 ‘아는 사람’이 아니라,

만족도와 실질적인 효율까지

함께 높아지는 구조였다.


반면,

콜센터를 통해 서비스를 요청하면

매번 처음부터 모든 것을 설명해야 했고,

그때마다 다른 엔지니어가 방문하는 구조는

불편함과 불신을 키웠다.


장비 사용 이력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의 서비스는

결과 역시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결국 그는

본사가 지시한 방식을

그대로 따르지 않았다.

대신 핵심을 간파했다.


오히려

‘서비스 실명제’를

더욱 명확히 했다.


핵심 고객을 중심으로

고객별로 특정 엔지니어를 지정하고,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임의로 변경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


물론,

일부 숙련된 엔지니어들에게

업무가 몰리는 단점도 드러났다.


그러나 그는

한 번 더 선을 그었다.

판단의 기준은 분명했다.


내부의 어려움은

시간을 두고 개선할 수 있지만,

고객의 신뢰를 잃는 순간

고객의 연구뿐 아니라

회사의 실적에도

회복 불가능한 손실을 남긴다는 점이었다.


또한 각 나라는

각기 다른 문화와 관행을 가지고 있다.


미국처럼

광활한 국토를 가진 나라에서는

매번 다른 엔지니어가 방문하는 방식이

오랜 관행일 수 있다.


그러나 한국 고객은

그 문화에 익숙하지 않았다.

아직은 시기상조로 보였다.


미국 본사의 시각에서 보는 효율성과

한국 시장에서 체감되는 효율성은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낼 수밖에 없었다.


대신 그는

효율성을 저해하는 지점을 찾았다.


숙련도와 관계없이

동일한 절차로 처리되지만

많은 시간을 소모하는

단순 서비스 영역을

하나씩 분리했다.


해당 업무는

비용 경쟁력을 고려해

아웃소싱으로 전환했다.


그 결과

핵심 엔지니어들은

고객 신뢰가 중요한 영역에

더 많은 시간을 집중할 수 있었고,

전체 서비스 효율은

오히려 더 높아졌다.


그렇게 첫 해를 마감했을 때,

가장 빠르게 성장하던 중국의 성장률마저 뛰어넘자

중국에서조차

“한국에서 기적이 일어났다”는 말이 나왔다.


전체 매출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던

장비 매출만 놓고 보면,

전년 대비 50퍼센트 이상 성장했다.

그에 따라

서비스, 소프트웨어, 소모품 매출도

함께 빠르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특히 제약 산업에서 중요하게 부각되던

Data Integrity에 대한 우려를 해결하기에

가장 적합한

자사 소프트웨어를

신규 장비 도입의 Door Opener로,

장기 고객 관계를 만드는 Lock-in 전략으로 활용하며

성장 속도는 더 빨라졌다.


결국 전체 매출 성장률은

지난 10여 년 동안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였던

25퍼센트에 도달했다.


타겟 시장에 맞춰

재정렬된 조직은

시간이 갈수록 실력이 쌓였고,

고객 만족도 역시

눈에 띄게 높아졌다.


그리고 다음 해 상반기,

회사는 마침내

30퍼센트를 넘기는 성장을 달성했다.


성과는 분명했다.

이론적인 효율을 쫓는 대신

고객의 신뢰를 먼저 선택하고

다른 방식으로 효율을 올린 판단은

숫자로 증명되었다.


그러나 그는 알고 있었다.

이 성장을 지속시키는 일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것을.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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