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킬레스건염과 연애 중인 남편

세상에 쉬운 건 절대 없다는 것과, 정답은 없다는 것을 알게 해 주네요.

by 김남정

성향도 취향도 다른 우리 둘이지만, 34년째 알콩달콩 살고 있다. 활발하고 말재치 있는 남편은 늘 사람들이 따르는 타입이다. 운동을 좋아하고 산을 좋아한다. 반면에 나는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보다는 소수의 사람들과 조용히 대화하는 것을 좋아한다. 남편은 나를 운동과 산으로 이끌었다. 뭘 해도 함께하는 우리는 헬스도 등산도 늘 껌딱지처럼 함께해 왔다.


이런 우리가 예전처럼 '알콩달콩' 운동도 하고 자연을 즐기는 삶을 다시 이어갈 수 있을까. 하는 불안이 가끔 든다. 은퇴 3년 차를 지나고 있는 남편은 요즘 그의 인생 중 제일 힘든 구간을 지나고 있다. 아킬레스건염이 발병한 지 2년이 되어가는데 나을 기미가 없기 때문이다. 처음엔 약 먹고 치료하고 쉬면 낫는다는 의사 선생님 처방을 따랐다. 하지만 3개월, 6개월, 일 년이 지나고 지금까지 큰 호전이 없다. 그래도 매일 열심히 스트레칭하고 관리하는 남편의 의지력이 참 대단해 보인다.


유쾌하던 사람이 갑자기 조용히 있으면 나도 모르게 '더 아픈 건 아닌가?' 혼자 걱정이다. 눈치를 보며 더 아프냐는 내 말에 말끝을 흐린다. 그의 눈치를 살피며 자주 묻는 나도 조심스러운 마음이고 , 별 호전 없는 증상을 대답하는 본인은 얼마나 힘들겠는가. 어떻게 힘을 북돋아 줄까 많은 생각을 했다. 때마다 새로운 반찬들을 식탁에 차리고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로 대화도 시도하고, 주말이면 카페 데이트도 하고..... 이렇게 저렇게 애를 써 보지만 '아킬레스건염'이 우리 둘 사이를 힘들게 한다.


'아킬레스건염'은 아킬레스 건에 염증이 생겨 통증과 부종이 생기는 질환이다. 아킬레스 건은 장딴지 근육과 발 뒤꿈치 뼈를 연결하는 부위의 힘줄로, 우리가 달리거나 뛸 수 있게 해 주는 힘줄이며, 우리 몸에서 가장 힘센 힘줄 중 하나다.

두 발로 힘차게 걷고 운동을 하며 땀을 흘려야 기분도 좋아지는데 맘대로 할 수 없으니 몸도 마음도 무기력해 지나보다.


인생은 정답이 없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은퇴하면 더 많이 자연을 즐기자고 입버릇처럼 말했었다. 몸은 정직하다. 평소 내가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생활을 했는지 어느 시점이 되면 불쑥 나타나 힘들게 하기 때문이다. 남편의 아킬레스건염이 바로 몸이 주는 신호다. 지금부터 몸의 신호를 받아들이고 내 몸에 안 좋은 음식들과 이별하고 스트레칭을 정말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 지금은 사십 년 동안 해오던 금연과 금주를 했고, 밀가루 음식과도 이별하고 저녁 6시 이후로 야식도 없앴다. 그랬더니 건강검진표에 콜레스테롤을 비롯한 모든 수치가 정상 범위에 진입했다. 얼마나 다행인가. 또 하나의 희망이 해처럼 떠오른다.


아킬레스건염의 많은 요인들 중 남자들이 여자들보다 근육량은 많은데 스트레칭도 잘 안 하고 유연성도 없기 때문이라고 의사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날부터 남편과 아킬레스건염의 연애 1일 차다. 아픈 부위를 마사지하고, 온찜질하고 족욕, 체외충격파까지. 어르고 달래고 충격요법까지~ 온 마음으로 아킬레스건염과 밀당 중이다. 오늘 아침도 남편은 스트레칭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딱딱하게 움츠려있는 근육을 깨우고 늘이는 일은 내 정신을 깨우는 것과 같다며 진심으로 열심이다. 덩달아 나도 더 열심히 스트레칭을 하게 된다.


"세상에 쉬운 건 하나도 없어. 그렇지?' 하며 웃으며 말해주어 고마운 하루다. 남편은 이렇게 연애하는 기분으로 아킬레스 건염과 밀당 중이다. 벌써 올해도 하반기 시작이다. 남편의 마음은 아킬레스건염에게 빼앗겼지만 서운하지 않다. 곧 아킬레스건염과 안녕하고 내게 다시 돌아올 거니까. 남편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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