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을 켜면서

by Rx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난 여자, 박대통령을 촛불로 끌어내리던 겨울, 나는 촛불을 들지 않았다. 내가 그 때 무엇을 하고 살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핸드폰 액정은 수시로 잘 밝혔던거 같다. 아 맞다!내가 한동안 치킨을 안먹었지


초라는 것이 시위의 도구가 될 줄도 몰랐고, 과거 전기불이 없던 시절 촛불로 밤을 밝혔다 더라 그런 전설을 상상했을 뿐이다. 사주에 ‘화’가 호롱불이니 화롯불이니 따져보는 것도, 기도터에 초기도를 올리는 것도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궁금 하지만 여전히 나의 무지는 빍혀지지 못한 채 상상 속의 상징이 되었을 뿐이다. 내게 초는 로맨틱 소품도 아니었고 그저 단전斷電 시 비상 물품에 지나지 않았다.


몇 년전 부동산 계약을 해놓고 들려 받은 향초를 꺼냈다. 싱크대 속 음식물 쓰레기 봉투가 안을 다 채우지 못했다는 이유로 방치되어 집안을 악취로 채우고 있었다. 싱크대 한 켠에 켜놓은 향초가 효과를 발휘했다. 물론 집안 환기와 더불어 냉장고의 묵은 음식을 비워가며 음식물 쓰레기 봉투 안은 채워져 버려졌다.


이 우연한 만남으로 올해 나의 초 사랑이 시작된 듯하다.


가성비 좋게 핸드메이드로 직접 초를 만들까, 가뜩이나 산만한 성격에 주구장창 번잡함을 늘어놓기 딱 좋은 선택이다. 아서라, 세상에는 초 생산을 생업으로 사는 사람들이 있단다. 그들에게 자비自費를 베풀자. 무료배송 금액까지 채운 대량주문으로 올겨울 나의 촛불 나눔이 시작될 계획이다.


그가 떠나간 자리에 새로운 사람들이 내 곁을 오고가고 있다. 예전에는 느끼지 못한 ‘내용없음‘의 온기다. 다들 자기만의 서사 속에서 주변인처럼 배회하는 주인공들이다. 음악도 책도, 영화도, 미술품도 그 어떤 예술도 이 ’내용없는‘ 사람들을 완전히 채워주지 못하는 것 같다. 잠시의 위로로 스치는 행적처럼 그것들은 방점으로 존재하는 듯하다. 오늘 만난 사람들의 자취는 허공에 드리워진 것 같다. 그러나 그 순간의 눈빛, 말빛, 몸짓, 체온으로 뿜어지는 원초적 존재감은 그 어떤 예술적 매체 보다 강한 여운을 남긴다. 내용없는 인간들이 얽혀 겪어가는 시간은 당장 알수 없는 의미로 남는다. 고마운 그들에게 내가 준비한 크리스마스 선물은 캔들이다.


초를 켜고 책상에 앉아 시린 손을 녹여본다. 좋은 왁스를 쓴 고급 초든, 값 싼 파라핀 초든 빛을 내며 탄다. 촛불 위에 책상 먼지를 집어서 털어본다. 지글지글 타닥타닥 소리가 통쾌하다. 이 겨울 모기 한 미리 라도 내 앞을 지나갔더라면 곧 화형식이 치러 졌을 것이다. 나는 잔혹한 여자니깐. 촛농 속 가라앉은 더러운 그으름도 오래 켜 둔 불꽃으로 태워진다. 이또한 지켜보는 맛이 짜릿한 희열이다. 빛나고 뜨겁게 태우는 이 순간이 나를 안온하게 만든다. 성냥팔이 소녀가 성냥개비를 켜며 본 환영을 나는 흔들려며 명명하는 나의 촛불로 바라보고 있다. 더러움을 태울 수 있는 깨끗하고 따뜻한 불씨. 올 겨울은 이 불씨를 꺼트리고 싶지 않다.















자나 깨나 불조심. 사람 조심, 차 조심!

2021년 어린이 불조심 포스터 그리기 공모전 수상작

[출처] 2021년 어린이 불조심 포스터 그리기 공모전 수상작 발표|작성자 소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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