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도서관에 가면 주로 책 대여와 반납만 마치고 곧장 집으로 돌아온다. 오늘은 아이들을 등교, 등원시키고 독서 토론 모임에서 선정한 책을 빌리러 도서관에 갔다.
지하주차장 출입구 앞에는 QR코드인증과 체온측정을 담당하는 직원이 책상을 놓고 근무를 하고 있다. QR체크를 하자 직원이 도서관이 방역패스 시설로 적용되었다며 코로나 백신 접종 증명서나 PCR검사 음성 확인서가 필요하다고 안내를 해주었다.
나는 코로나 백신을 아직 맞지 않았다. 독감예방주사는 서둘러 접종을 했지만 코로나 백신은 내 몸이 감당할지 우려가 돼 유보한 상태였다. 최대한 미룰 작정이었다.
당황스러운 마음도 잠시 바로 백신 접종 예약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신의 부작용을 몸으로 때울 각오가 생겼다. 내가 아프면 아이들은? 이 걱정을 해결하지 못해 최근 편도제거수술을 할 때도 전신마취를 했지만 당일 퇴원을 하고 통원 진료를 했었다. 아이들은 엄마가 아픈 걸 금방 잊는다. 그들은 언제나 바쁘게 즐거움을 추구한다. 나의 작은 둥지는 아기새들의 파닥거림으로 먼지가 난다. 고단한 엄마는 커피와 진통제를 쟁여 놓는다. 그거라도 쟁이면 안심이 된다.
당장 내일부터 나는 도서관 출입을 못한다. 못하게 하면 더 하고 싶은게 심리라 아쉬운 마음에 3시간 동안 책을 읽고 나왔다. 웬일인지 오늘은 집중도 잘 됐다. 작가가 글을 쉽게 쓴 친절한 책이었다.
나의 문해력은 아직도 한참 부족하다. 방법이 없다, 붙들고 읽는 수밖에.
나는 도서관에 들어서기만 하면 소원 하나가 자동으로 떠오른다. 책장에 꽂힌 책들의 책기둥을 바라보기만 해도 저절로 내용이 다 습득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해도 어렵고, 몸도 지친다. 책에 끈이 달렸는지 그래도 나는 책을 가깝게 두고 살았다. 설령 집안 장식품에 불과한 도구였을지라도, 읽지 않은 오래된 책을 버리지 못하고 읽지 않는 새 책을 자꾸 사다 놨다. 안심이 되지 않았다.
어려운 분야의 책을 술술 읽고 술술 말한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고 부끄럽다. 이제는 어설프게 습득된 지식들을 조합해 있는 척 말하는 것을 그만 하고 싶다. 너무도 부끄럽다. 40년을 살아오면서 한가지 알게 된 사실은 바로 내 모습이었다.
저렇게 많은 책들 중에 그냥 쓰여진 책은 한 권도 없고, 그냥 살아온 저자도 없을 것이다. 나의 닫힌 이해와 인식이 책장을 펼치면 조금씩이라도 열리길 바란다. 단박에 활짝 열리면 참 좋을텐데...... 거참, 못해주나?
나는 이력서 한 줄, 자기소개서 한 줄을 쓸 수 없는 삶을 살아왔다. 이제 와서 잘난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아무도 기대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내 모습에 책임이 있다. 더 이상 이렇게 살 수는 없다. 과거 아쉬운 시간은 돌아오지 않지만(돌아오지마!) 지금은 살 수 있다. 오늘 나의 하루를 한 줄로 남겨 놓으면 내일이 되면 어제의 이력이 되고, 나는 형체 분명한 사람이 된다. 시작하면 기회다. 나는 믿기로 했다.
또한 나의 면역력도 믿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