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ry Soul Jul 11. 2024

15. 현지인 추천 런던 펍(Pub) 2곳

Old Bank of England & Ye Olde Cheshire

서울이 카페의 도시라면 런던은 펍(Pub)의 도시일 것이다. 퇴근 시간만 되면 런던 길거리의 그 수많은 펍들은 하나같이 직장인들로 가득 차는데, 사실 낮이든 밤이든, 심지어 주말 아침에도 펍에서 맥주를 마시는 영국인들을 흔히 볼 수 있다.

The Blue Posts 펍 바깥에 서서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

런던 펍에 갔을 때 한 가지 신기했던 것은, 우리는 보통 퇴근 후 술 한 잔 한다고 하면 음식점 실내에 앉아서 술을 마시는 것이 당연한데 런던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펍 바깥에 서서 맥주를 마시곤 했다. 펍 바깥에는 심지어 테이블도 없는데 친구, 동료들끼리 맥주잔을 들고 모여 서서 맥주를 마시면서 대화를 나누는 것이 런던 펍의 일반적인 모습이었다. 그래서 펍 입구 바깥에는 맥주 마시는 사람들로 가득하고 펍 실내에는 자리가 텅텅 비어있는 경우도 많았다. 또 한 가지 신기했던 점은, 우리는 보통 술을 먹을 때 고기나 치킨 같은 헤비한 음식을 같이 먹는데 비해, 영국인들은 정말 맥주만 마신다는 것이었다. 하루는 어학원을 통해 알게 된 영국인 아저씨와 맥주를 마시러 갔는데 안주 하나 없이 엄청난 주량으로 맥주를 들이키는 그분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난다. 


매일 펍으로 향하는 영국인을 보면서 문득 그들에게 있어 '펍'과 '맥주'는 어떤 의미일까 생각한 적이 있다. '펍'이란 단어가 사실 '퍼블릭 하우스(Public House)'의 약자라고 하던데, 한국인의 관점에서 보자면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교의 장소 '카페', 그리고 그곳에서 마시는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정도의 느낌이 아닐까. 런던 펍 이야기를 시작한 만큼 런던에 거주하면서 (관광객이 아닌) 현지인 소개로 알게 된 펍 몇 곳을 공유한다. 참고로 관광객들은 보통 소호 지역을 중심으로 여행을 하는데, 소호에는 워낙 괜찮은 펍들이 많은 데다가 그 느낌도 비슷비슷해서 어딜 들어가도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참고로 위 사진은 런던 소호 카나비 스트리트에 가장 유명한 펍 중 하나인 'The Blue Posts') 맥주의 맛이야 주문하는 맥주 종류에 따라 다를 테고... 때문에 내가 추천하는 기준은 '소호 지역 바깥에 위치한 분위기 좋은 펍' 정도로 말할 수 있겠다.


Old Bank of England

1. Old Bank of England 

런던 중심가 Fleet St에 위치한 펍으로 근처에는 영국 유명 대학 LSE, 킹스컬리지가 있다. 친해진 영국인 아저씨가 처음 데려간 곳이었는데, 저녁에는 퇴근한 런던 직장인들로 빈자리가 하나도 없을 정도로 인기가 많은 곳이었다. 이곳은 1880년대 지어진 건축물로 실제로 1975년까지는 은행이었던 곳이 1994년 펍으로 개조되었다고 하는데, 건축물 인테리어도 굉장히 럭셔리하면서 엔틱하고 과거 100년 동안 영국 중앙 은행이었던 곳에서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경험이라는 점에서도 충분히 가볼 만했다. 관광객에게는 많이 안 알려져 있는 곳으로, 런던 직장인들의 퇴근 바이브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또한 이곳은 다른 펍과는 달리 바깥 공간이 따로 없어서 모두가 실내에서 맥주를 즐기기 때문에 비 오는 날 찾으면 더 좋지 않을까. (참고로 런던은 비가 아주 자주 온다...)



2. Ye Olde Cheshire Cheese

이곳 역시 Fleet St에 위치한 펍으로 근처에는 세인트폴 대성당이 있다. 참고로 Fleet St은 과거 영국 런던의 미디어 중심가로 이곳에 각종 신문사 오피스들이 있고 그곳에서 일하는 언론인들로 붐비는 거리였다고 한다.

Ye Olde Cheshire Cheese

오랜 시간 이 거리를 지켜온 Ye Olde Cheshire Cheese는 무려 1538년에 지어져 약 500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펍으로 (화재로 인해 1667년 다시 지어졌다고 한다) 찰스 디킨스, 마크 트웨인을 비롯해 수많은 문학가들이 즐겨 찾은 곳으로 유명하다. 작은 골목에 있어서 가게 입구부터 찾기 어려운 데다가 가게에 들어가면 어둑어둑한 분위기에 실내는 정돈이 안 된 듯 층마다 여러 공간으로 나뉘어 있다. 하지만 반대로 그런 낡고 불편한 공간이 주는 빈티지한 매력은 내가 어느 펍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분위기인데 그래서인지 나의 기억에 그만큼 강렬하게 남은 곳이다. 믿기지 않겠지만… 워낙 오래된 곳이다 보니 그곳에서 맥주를 마시다 보면 영국의 과거 중세 시대로 시간여행을 하는듯한, 그런 뭔지 모를 낯선 경험을 할 수 있다. 이곳 역시 저녁에는 직장인들로 발 디딜 틈이 없는데, 500년 된 펍 안에서, 그리고 그곳을 가득 매운 런던 직장인들 사이에서 마시는 맥주는 더욱 맛있게 느껴질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14. 런던 가성비 맛집 3곳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