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게 어색할 수밖에, 물속은 내가 사는 공기의 세계가 아니니까, 공기의 인간세계에서도 서툴고 처음인 게 너무 많다. 그래도 할 수 있다. 잘하지 못해도 시간이 지나고 익숙해지면 충분히 할 수 있는 것들 투성이다. ]
2월부터 시작된 수영이 어느덧 4월 중순을 지나고 있다.
자유형은 땅콩 킥판으로 음파 발차기와 양손을 돌리며 레인을 반복하고 있고,
새로운 영법인 배영을 배우기 시작했다.
배영은 쉬울 것이라 생각했다. '오징어 영법'은 나름 잘했기 때문이다. 오징어 영법은 말 그대로 오징어처럼 헤엄치는 것인데, 얼굴은 천장을 향하고 팔은 마치 둥근 날갯짓을 하며 물을 최대한 원을 그리고 발 쪽으로 물을 잡아 내린다. 동시에 다리는 평영의 발모양과 비슷하게 발목을 위로 약 40도 꺾고, 원을 그리고 이내 발목을 곧게 일자로 붙여 물을 차며 앞으로 나아가는 영법(?)이다.
친구에게 우연히 배운 ‘오징어 영법’ 은 수영을 못하는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수영 영법이었다.
하지만 오징어 영법의 마스터에게 배영은 쉽지 않았다. 아직까지 온전히 몸에 힘을 빼지 못한 나는 자꾸 물속에 파묻혔고, 팔을 돌릴 때 코로 물이 들어왔다. 매콤한 물맛이 목을 타고 느껴진다.
팔을 돌릴 때도 ‘파아’를 해야 한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속도도 제대로 나지 않아 나보다 뒤에서 출발한 수강생에게 따라 잡히기 일쑤였다.
그래도 즐겁다. 반짝이는 수영장의 물, 수영 시작을 알리는 간결한 호루라기 소리, 반가운 미소로 인사를 하고, 즐겁게 웃으며 수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