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포자의 수학 극복기
“수학 문제를 풀 때 해당 문제가 어떤 단원의 개념인지 파악하고 무작정 해당 단원의 어떤 공식을 써야 하는지부터 고민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단다. 만약 문제에 여러 단원의 개념이 섞여 있으면 어떡하려고.”
“그렇죠….”
“그렇기 때문에 수학 문제를 접근할 때는 풀이과정에 먼저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석하는 것에 시간을 들여야 한다.”
“수학 문제를 해석하는데도 뭔가 방법이 있는 건가요?”
“중요하지. 영어나 외국어 문제를 풀 때 어떻게 하지?”
“음…. 아, 문법에 맞게 문장별로 잘라서 해석해요.”
“그렇지. 모든 언어 문제들을 접근할 때 그렇듯이 하나의 언어라고 할 수 있는 수학 문제도 ‘잘라서’ 볼 수 있어야 해.”
“잘라서 본다니요?”
“여기 이 문제를 예시로 보자꾸나.
지면에서 지면에 수직인 방향으로 초속 60m로 쏘아 올린 야구공의 t초 후의 높이가 (60t-5t^2) m라고 한다. /
이 야구공이 지면에 떨어지는 것은 쏘아 올린 지 몇 초 후인지 구하시오.
어떻게 쪼갤 수 있을 거라 생각하니?”
“흠…. 일단 문장이 2개로 이루어진 문제네요.”
“그렇지. 자, 그리고 또 어떻게 쪼갤 수 있지?”
“지면에서 지면에 수직인 방향으로 초속 60m로 쏘아 올린 야구공의 t초 후의 높이가 (60t-5t^2) m라고 한다. 여기 이 부분은 문제 상황에서 확정되어 있는 조건이에요.”
“구하라는 것은 뭐지?”
“야구공이 지면에 떨어지는 그때가 쏘아 올린 지 몇 초 후를 구해야 한다는 것이네요.”
“좋았어.”
“하지만 문제를 쪼개 본다고 해서 갑자기 좋은 풀이 방법이라든지 식을 세우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건 아니잖아요.”
“식이란 것을 어떻게 세우는 거라고 생각하니?”
“식을 어떻게 세우는 거라뇨. 식은…. 어….”
“네가 처음에 이런 질문을 했었지. 수학을 잘하는 사람들이나 수학 선생님들은 대체 문제에서 무얼 보고 식을 세우냐고 말이다. 그 답은 매우 간단하다. 바로 우리가 읽을 수 있는 사람의 언어로 된 주어진 문제를 식의 형태로 바꾸는 것이다.”
“네????”
내 인생 20여 년간 그 얘기를 해주는 분은 처음이었다. 그때 받은 너무도 큰 충격에 대한 인상은 지금도 잊히지 않을 정도로 지금까지 강렬한 감각으로 남아있다.
“이런 말은 처음 들어보지?”
“네…. 네!!!! 진짜 처음이에요. 그리고 지금 저 되게 감동받아서 소름 돋아요. 제가 너무도 알고 싶던 문제에 대한 완벽한 대답을 찾았거든요. 저는 이걸 몰라서 맨날 수학 때문에 울고 그랬는걸요. 기본 문제는 그렇다 쳐도 응용문제만 만나면 무너지는 절 보면서 수학이 증오스럽고 스스로 못났다고 생각하고 좌절하고 그랬어요. 그런데 선생님을 통해 이걸 지금에서라도 깨달아서 수 십 년 간 묵은 괴로움이 싹 달아나는 것 같아요.” 나는 정말 흥분해서 기쁨을 억누를 수 없었다.
“본론은 이제부터다. 문제를 쪼갠 다음 이것들을 모두 식으로 바꾸는 연습을 해보도록 하자. 위에서 쪼갠 이 문제를 수학적 언어인 ‘식’으로 스스로 바꾸어보도록 해봐라.”
"'야구공이 지면에 떨어진다'는 이렇게 긴 언어적 표현을 풀이과정에 사용하기 위해서 수학적 표현으로 간단하게 바꾼다면.... 지면에 떨어진 상태는 높이가 없는 것이기 때문에 0이 되네요. 결국 문제에서 묻고 싶은 것은 높이가 t초에 따라 (60t-5t^2) m로 변하는 조건을 가진 야구공의 높이가 0이라면 그게 몇 t초 후가 되었는지를 알아내라는 거예요.
따라서 이 문제에 적힌 모든 상황을 수학적 언어로 바꾼다면 '60t-5t^2 (m) = 0 (m)'!
이게 맞나요? 이차방정식이 나와요!!!"
“많이 발전했는걸. 네가 잘 따라와 주어서 정말 흐뭇하구나. 이제 문제를 쪼개고, 수식으로 바꾸어 보았으니 답을 도출하는 풀이과정 상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살펴보도록 하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