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인관계에서 ‘연애, 사랑'이라는 주제만큼 대다수의 흥미를 자아내고 호기심을 자아내는 게 있을까? 그래서 미디어 업계에서 남녀 관계를 잇는 짝짓기 프로그램은 늘 예능의 단골 소재이다. 심지어 연애 예능은 진화를 거듭하더니 시그널을 단서로 커플을 예측하거나 애정, 호감의 진심 여부를 진단하고 연애에 참견하기까지 이르렀다. 이제는 커플 성사 자체로 재미만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남녀 간이 이어지기까지 과정을 내밀하고 세밀하게 돋보기로 들여다보듯이 보여준다.
연애 예능을 시청하다 보면 예나 지금이나 연애 불변의 법칙처럼 관찰되는 게 있다. 대게는 이성 간의 선택받고 선택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상품 가치 증명에 지나지 않는 사랑 게임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성과 남성 모두 사회적 조건과 스펙, 외모 등으로 자신의 상품 가치를 드높이고 드높이고 있다. 이러한 흐름 안에서 서로 호감을 확인하고 증명하기까지 팽팽하고 흥미진진하게 긴장감을 유지할 수는 있더라도 동물적 짝짓기 선상이라는 인상을 지우기가 어렵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일반적으로 남녀에 관해 설명되는 것, 남성은 능력, 여성은 외모라는 구태의연한 공식으로 쟁취, 성취, 유혹 등... 뻔하게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전제를 깔아놓았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 연애 프로그램의 인기 하락, 폐지 수순을 밟게 한 요인이다. 그럼에도 요즘의 연애 예능 관찰이 흥미로운 건, 누가 누구와 만나느냐에 따라 케미스트리와 관계성, 텐션이 달라짐을 목격할 수 있음에 있다. 결국 관계성을 빚어내는 건, 생물학적으로 프로그래밍된 짝짓기 게임과 화학작용 그 넘어서 있다.
예능 선상에서는 서식지가 다르다, 결이 다르다는 표현으로 설명이 되고는 한다. 다시 말해서 드러나고 표현되는 정신성과 내면성이 달라서 양자 간의 모종의 역동과 에너지가 다 달리 일어나는 것이다. 이를 잘 알아차린다면 무궁무진한 관계 경험을 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연애하면 떠오르는 고정관념과 조건으로 답안을 획일화시킴으로써 잃는 것들이 참 많은 게 직면해야 할 현실이다.
그러니까 남녀 간의 초창기에 밀고 당기는 사랑게임이야 늘 즐거운 관람 요소이지만 사람과 사람과의 만남에서 친밀감, 애착을 강화하고 관계를 유지시켜주는 건, 생물학적, 사회 문화적 조건을 뛰어넘는다. 세속적 보편적, 본능적 기준의 힘이 어느 기점에서 영향을 잃게 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연애 예능이 찐 연애로 찐 커플로 성사되기 어려운 이유이자 기존의 인식으로는 같은 연애 패턴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이유가 된다.
다시 돌아와서 우리는 왜 연애하고 사랑하는가? 여기에 세속적, 본능적, 제도적 답안 밖에 없다면, 자유연애가 싹튼 시대의 관념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 채 연애, 사랑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커플로 이루어졌든 이루어지지 않았든 간에 사랑에 필연적으로 실패하는 수순으로 가거나, 사랑하는 능력이 향상되기가 어렵다. 고로 무의식적인 대상 선택에 좌지우지되고 싶지 않다면, 현실적이고 조건적 만남 선상에 머무르고 싶지 않다면, 왜 자꾸 관계와 사랑에 실패하고 마는지 일단 탐색해 봐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