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인간관계는 기대와 실망이 뱅글뱅글 돌며 함께 추는 왈츠와 닮았다. 기대가 한 발 앞으로 나오면 실망이 한 발 뒤로 물러나고 실망이 오른쪽으로 돌면 기대도 함께 돈다. 기대의 동작이 크면 실망의 동작도 커지고 기대의 스텝이 작으면 실망의 스텝도 작다. 큰 실망을 피하기 위해 조금만 기대하는 것이 안전하겠지만 과연 그 춤이 보기에도 좋을까?
- 단 한 번의 삶 (김영하), 61쪽
기대를 품는 것은 원죄였다. 기대를 품고 그 기대가 좌절되어 실망에 고통스러워할 때면 그 고통은 내가 자초한 것이라 말했다. 늘 의문을 가졌다. 설렘과 기쁨 그리고 내 일상의 행복과 평온을 상상하며 품은 기대인데 그것이 왜 나쁜 것인가? 왜 그것을 줄여야 하는가? 기대를 줄이는 것은 내게 삶의 기쁨을 줄이라는 말과 동일하게 느껴졌다.
어느 스님께서 말씀 주셨다. 기대는 집착이며, 집착은 고통의 원천이다. 모든 고통은 집착에서 비롯되며, 그 집착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고통에서 벗어나 극락에 이를 수 있다. 사람, 사물, 시스템 등 세상 만물이 내가 바라는 대로 되기를 간절히 소망하는 그 마음이 집착이며 그것이 삶의 고통이라고 한다면 나는 그 고통을 담대히 받아들이겠다고 선언한다. 기대 속에는 삶에 대한 희망이 담겨있다. 대학교 정시 합격발표를 기다리던 때 캠퍼스를 거닐며 대학생활을 즐기는 나, 원하는 공부를 맘껏 할 수 있는 일상을 기대했다.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이 나와 같은 마음이기를 바라며 그와 함께 할 행복한 미래를 기대했다. 입사 초기 서툴고 실수도 많았지만 회사에 보탬이 되기를, 선배에게 도움이 되기를 그래서 나의 이 노력이 인정받을 수 있기를 기대했다. 이 기대가 때로는 좋게 때로는 나쁘게 결론지어졌다. 그러나 다가올 미래의 기쁨이 너무나도 기대되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현재를 살았다.
기대를 줄여 현재 내게 주어진 것을 받아들이고 만족할 줄 아는 삶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자극과 욕망으로 가득 찬 이 세상 속에서 무욕의 삶을 실천한다는 측면에서 수행자의 삶을 살아가는 그들은 더욱 칭송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 삶은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니다. 나는 기대하는 삶을 살고 싶다. 기대는 희망을 담고 있고 그 희망은 나의 삶을 나의 손으로 만든다는 자기 주도가 담겨 있다. 더 나은 나, 더 나은 삶을 나의 손으로 만드는 삶. 그것이 내가 살고 싶은 삶이다. 기대는 희망찬 미래로 나를 인도해 줄 날개와 같다. 그 미래에 닿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내가 이 날갯짓을 얼마나 열심히, 얼마나 잘하는지에 달려있을 것이다. 거기에 운이라는 바람이 나를 밀어준다면 더할 나위 없다. 오늘도 날개를 활짝 펴고 미래에 있을 나를 상상한다. 그 삶이 너무 기대된다. 나는 현재를 살고 있음과 동시에 미래의 나를 기대한다. 기대하는 자들이여, 기대를 꺾지 마라. 그 기대가 그대의 희망이자 삶의 축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