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으로 달리기를 시작한 지 어언 15년차. 내가 달리는 시간은 대부분 저녁. 출근하는 곳 근처에 헬스장이 있고, 약속이 없으면 점심시간을 활용하기도 한다. 주말에 공원 등 야외에서 달릴 때를 제외하고 단 한 번도 아침 운동을 선택지에 올려본 적이 없다.
그런데 최근 인사로 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을 하다 보니 저녁 운동이 상당히 부담스러워졌다. 운동을 하고 집에 돌아가면 밤 8시가 넘어 저녁 식사를 하기가 애매해진다. 이런 이유로 어지간하면 점심시간에 운동을 하려고 하는데, 약속이 있는 경우가 많아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일쑤.
고구마런 나도 해봄
그러다 점심과 저녁 모두 약속이 있는 날을 하루 앞두고아침에 운동을 해볼까? 생각이 들어 한 번 도전해봤다.오전 7시 30분에 회사에 도착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는데, 비록 버스, 지하철에서 앉지는 못하더라도 9시까지 출근하던 때만큼 붐비지 않아 삶의 질이 +3점 정도 올라갔다.
아침달리기는 사실 쉽지 않았다. 다리 근육이 완전히 풀리지 않아 평소만큼달리는 게 부담스럽기 때문. 나의 달리기 루틴은 1분 정도 걷다가 바로 9km/h로 속력을 높이고 이후10분 단위로 0.5m/h씩 올리는것인데,아침엔이게 불가능해 운동 시간이 길어진다.
가끔 달리는 동작대교
그러나 이를 압도하는 장점이 여럿 있다. 우선 아침에 일어나서 씻지 않아도 된다. 세수와 양치만 한 채로 모자를 눌러쓴 채 출근하니 스트레스가 덜하다. 사실 아침에 머리를 감고 말리는 게 제일 번거로운데, 이 단계를 건너뛰니출근하기 전 마음의 짐이 500g 정도 덜어진달까.
두 번째는 출근시간 러시아워를 피할 수 있다는 점. 인사가 나고 나서 3주 동안 여러 차례 실험한 결과 집에서 나오는 시간을 바꾸지 않는 이상 쾌적한 출근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오전 6시 30분에 나와도 사람은 많은 편이지만,적어도 다른 사람의 체취를 맡을 필요는 없다.
마라톤 훈련에 좋은 반포종합운동장
마지막 장점은 정신이 또렷해진 채로 업무를 시작한다는 것. 그간은버스와 지하철에서 인파에 치여 체력의 절반 가까이를 소진한 채로 회사에 도착해 노트북 앞에 몽롱하게 앉아있곤 했는데, 아침 운동을 하고 샤워를 하면 전날 밤부터 품어왔던 피곤의 잔여물이 함께 씻겨 내려가는 듯하다.
이 마음가짐이 과연 얼마나 갈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이 부서에 몸담은 동안건강하나만큼은 제대로 챙겨가고 싶다. 운동을 하기 싫은 숙제로 여기지 않고, 아침에 일어나면 물을 한잔 마시는 당연한 루틴처럼 내 몸에 새겨져 평생을 가져가는 습관이 되기를 바라본다.Long live the que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