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승리가 1순위라지만
2024년 6월 29일에 열렸던 삼성과 kt의 경기. 비 예보가 있었습니다. 이기는 팀은 빨리 5회를 끝내는 게 중요했고 지는 팀은 최대한 시간을 끌어 5회를 지나지 않는 게 중요했습니다.
이 날 4회, 삼성이 7:1 리드를 잡고 있었습니다. 4회에 대거 5득점하면서 큰 리드를 잡고 맞이한 4회 말, 비는 그칠 줄 몰랐고 우천으로 경기가 중단, 그리고 1시간 이상 기다린 끝에 우천 취소가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삼성은 크게 이기던 경기를 날라면서 대체선발로 쿠에바스를 잡아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처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삼성의 플레이를 비판했습니다. 이기는 상황에서 굳이 공격을 더 진행해서 시간을 끌 이유가 없다는 이유에서였죠. 빠른 플레이로 5회말을 끝낼 수만 있었다면 불펜 소모도 줄이면서 1승을 챙기는 거였는데 왜 굳이 공격을 열심히 해서 경기 시간을 늘리냐는 거였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렇다면 우천 취소를 노린 태업성 플레이는 바람직한 전략일까요? 이에 대해서 경기 몇 개를 가져와보겠습니다.
2008년 6월 4일, KIA 타이거즈와 한화 이글스의 무등 야구장 경기. 우천 취소 가능성이 계속 보였던 이날 KIA는 2회까지 6점을 내면서 일찌감치 승기를 굳혔습니다. 한화가 3회 초 1점을 따라붙었지만 아무리 경기 초반이라도 5점차를 뒤집는 게 쉬운 일은 아니죠.
그런데 이때 비가 오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갑니다. KIA의 타자들은 일부러 말도 안 되는 공에 헛스윙을 해 삼진으로 물러나고 한화의 수비진은 원래같으면 잡을 공을 흘리는 누가 봐도 고의적인 실책같은 상황을 연출했습니다. KIA는 최대한 빨리 5회초를 끝내야 했고 한화는 5회초가 끝나지 않도록 시간을 끌어야 했으니까요. 결과는 우천 중단 뒤 경기 재개, 그리고 7회 강우콜드로 KIA 승.
이 경기의 반응을 살펴보기 어려워서 다른 경기도 보겠습니다. 2018년 6월 28일 사직에서 열린 넥센 롯데전. 넥센 포수 주효상이 땅볼을 친 뒤 산책주루로 병살타를 만드는 모습을 보여 우천 취소를 노린 태업성 플레이가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죠. 결과는 롯데 채태인에게 만루홈런을 허용하며 역전패였습니다.
여러분들은 이 두 경기에 대해 선수들한테 잘했다고 할 수 있으신가요? 팀이 이기기 위한 선택을 했을 뿐인데요. 비록 두 경기에서 태업 플레이 의혹을 받는 팀의 희비는 갈렸지만 팁이 이기기 위해서 본인을 희생한 걸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만약 이런 플레이를 본인을 희생한 정당한 플레이로 본다면 이번 경기에서 삼성 타자들이 보여준 모습은 비판을 받아야 마땅합니다. 승리 하나를 날리는 데 영향을 줬으니까요.
하지만 이런 플레이가 스포츠맨십에 위배되는 행위라며 비판을 할 거라면 이번 삼성 타자들의 플레이를 비난할 수는 없을 겁니다. 삼성 타자들은 오히려 열심히 플레이를 한 겁니다. 열심히 한 게 승리를 방해하는 행위였다는 이유로 비난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거죠.
우천 취소를 노린 태업성 플레이는 항상 두 가지 이야기가 따라다닐 겁니다. 룰에 위반되지 않는 정당한 플레이, 스포츠맨십에 어긋나는 해서는 안 될 플레이, 그렇기 때문에 우천 취소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도 열심히 플레이하는 것에도 두 가지 이야기가 따라다녀야 할 겁니다. 승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 해서는 안 될 플레이, 스포츠맨십에 입각한 정당한 플레이.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