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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마곰 Oct 05. 2024

가난과 불안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는 법(12)

11장: 민들레 씨앗

중학교 3학년, 봄이 오기 전 우리 가족의 계절은 한겨울처럼 차가웠다. 아버지의 실직과 함께 경제적인 상황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었다. 어느 날 부모님께서는 나와 동생을 조용히 부르셨다. “옷이랑 책 몇 개만 챙겨라. 친척집에 잠깐만 있어야겠다.” 그 말 한마디에 우리는 서랍을 열고, 익숙했던 방을 뒤로한 채 작은 가방을 들고 떠났다. 그 길이, 새로운 삶으로 가는 첫걸음이 될 줄은 몰랐다.


친척집에서의 생활은 생각보다도 복잡했다. 아침이면 낯선 학교로 발걸음을 옮기고, 새로운 교실에서는 마치 투명인간이 된 것 같았다. 서툴게 인사를 해도 친구들은 낯선 우리를 바라봤고, 나 역시 다가오는 그들에게 조금씩 벽을 쌓았다. 적응하지 못한 1년은 길게 느껴졌고, 그렇게 졸업식 날 혼자 교문을 나서면서 마음속에 다짐했다. “다음에는 좀 더 나아질 거야.”


그즈음, 부모님께서 고향에 작은 가게가 딸린 단칸방을 마련하셨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비록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그때의 우리는 다시 가족이 함께할 수 있다는 것에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단칸방이지만, 함께 둘러앉아 밥을 먹고, 저녁이면 웃음소리가 넘쳐나는 이 작은 공간은 어느새 따뜻한 보금자리로 변해갔다.


이사를 한 부모님의 고향은 비평준화 지역이라 성적에 따라 고등학교가 결정되는 곳이었다. 다행인지 공부머리는 있었던지라 성적관리는 잘 되어 있었고, 그 지역에서 ‘명문 고등학교’로 불리는 곳으로 입학을 하게 되었다.


중학교 시절의 교훈 삼아, 새 학교에서는 내가 먼저 친구들에게 손을 내밀어 보았다. 그 작은 변화가 내게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했는지 아무도 모른다. 예전에는 외면했던 손길도 이제는 웃으며 잡아보았다. 그렇게 점점 마음의 벽이 허물어졌고, 나는 그곳에서 새로운 친구, 새로운 기회,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단칸방 생활은 여전히 이어졌지만, 더 이상 작고 답답하게만 느껴지지 않았다. 학교에서 돌아와도 가족들이 있는 그곳이 바로 나의 행복한 공간이었다. 새롭게 구한 작은 가게도 어느새 조금씩 자리를 잡아갔다. 가게 문이 열리고 닫힐 때마다 들리는 종소리와 함께.


삶은 가끔 예기치 않은 길로 우리를 이끌기도 하지만, 어디로 가든 그곳에서 우리는 우리만의 빛을 만들 수 있다는 것. 비록 작은 단칸방이지만, 나는 이곳에서 내가 어떤 상황에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배웠다. 이제 새로운 학교, 새로운 동네에서 나는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나’로 매일을 살아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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