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장: 그분의 길을 따라
어린 시절, 내가 처음 교회에 발을 들이게 된 건 단순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동네 친구의 아버지가 목사님이셨는데, 교회에 처음 온 아이들에게 작은 레고 세트를 선물로 주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는 그저 장난감이 갖고 싶어 찾아갔다. 단순한 물욕에서 비롯된 그 방문이 내 인생에 깊은 영향을 줄 것이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결국 그 레고는 조립도 못한 채 금방 잃어버렸지만, 그때의 방문이 남긴 흔적은 내 마음속에서 작은 씨앗처럼 자리 잡았다.
처음엔 주변 사람들의 이끌림에 따라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알게 된 건 내 발걸음이 단순한 외부의 영향만은 아니라는 점을 깨달았다. 누군가 나를 교회로 초대할 때마다, 그리고 그 초대를 따라갈 때마다, 보이지 않는 손길이 나를 끌어당기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강하게 느껴지는 어떤 힘, 한 번도 직접 만난 적 없는 존재가 나를 붙들어 주고 있었다. 그 힘은 내가 힘들 때마다, 방황할 때마다 언제나 기독교와 연관된 사람들을 내 곁으로 보내주었다. 마치 하나님이 보내신 인도자들처럼, 그들은 나를 격려하고 지지해 주었고, 내가 흔들릴 때 방향을 제시해 주는 나침반이 되어 주었다. 그 만남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고, 그들의 신앙과 믿음은 자연스럽게 나의 마음속에 새겨졌다.
내가 만난 교사들, 학부와 대학원에서 나를 이끌어 주신 지도교수님들은 모두 목사직을 겸하고 계셨다. 그들은 단순히 지식만을 가르친 분들이 아니었다. 그들의 말과 행동, 그리고 그들이 몸소 보여준 신앙적 자세는 내가 걸어야 할 길을 밝혀 주는 등불과도 같았다. 그들의 가르침은 일상의 작은 교훈이 아니라, 나의 인생을 이끌어 주는 지침이 되었다. 이 모든 인연을 한 단어로 설명하자면, ‘은혜’다. 나는 은혜 속에서 자라났고, 그 은혜는 때론 따뜻한 웃음으로, 때론 진심 어린 충고로 나를 이끌었다.
얼마 전, 아는 교회 목사님과 집사님이 나를 “가나안 민족”이라고 부르며 웃으셨다. 가나안을 거꾸로 읽으면 ‘안 나가’가 되니까, 교회에는 잘 나가지 않지만 여전히 믿음을 지키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나는 오랜 시간 교회라는 물리적 공간에 나가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신앙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신앙은 단순히 교회라는 벽 안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은 어디에나 계시며, 그분의 말씀이 담긴 성경을 펼치는 그 순간, 내 방이 곧 예배당이 된다. 골방에 앉아 눈을 감고 기도할 때, 내 마음은 그분과 마주하고 있다.
어쩌면 나의 신앙은 교회라는 울타리를 넘어 더 넓은 공간에서 자라난 것인지도 모른다. 나를 지도해 주셨던 목사님들 역시 그랬다. 그들은 한국 교회의 제도적 틀에 대해 비판적이었고, 진정한 믿음이란 진실된 마음으로 하나님과 소통하는 것이라고 하셨다. "십일조나 헌금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마음의 정직함이다.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고, 봉사와 나눔으로 사랑을 실천할 때 하나님께서 기뻐하신다."라고. 그들의 가르침은 나를 교회라는 건물에서 멀어지게 했지만, 오히려 하나님께 더 가까워지게 만들었다.
나는 교회를 세운다는 것이 단순히 물리적인 건물을 짓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진정한 교회는 그곳에 모이는 사람들의 신앙과 선한 마음, 그리고 그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사랑의 공동체에 있다. 내가 진정으로 교회를 세워 나가는 순간은, 힘든 이웃에게 손을 내밀 때,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돌볼 때 이루어진다. 그럴 때마다 세상의 한 조각이 조금씩 변해간다.
나는 지금 특정 교회에 속해 있지 않지만, 선한 마음으로 세상과 소통할 때 그 모든 순간이 곧 하나님의 성전이 된다고 믿는다. 내 삶의 매 순간이 그분의 뜻을 이루어 가는 과정이며, 내가 나누는 사랑이 곧 전도의 한 형태가 된다. 주일 아침 예배당에 앉아있지는 않지만, 내가 봉사와 기부로 남을 돕는 순간, 그곳이 이미 나의 교회가 된다.
진정한 신앙이란 하나님을 도구로 삼는 것이 아니라 그분 앞에서 얼마나 순수한 마음으로 살아가느냐에 달려 있다. 그래서 나는 지금의 삶이 참으로 만족스럽다. 특정 교회의 이름이 붙은 성도는 아닐지라도, 내가 올바른 길을 걸어가고 있다면 이미 하나님께서 세워주신 그 길 위에 서 있는 것이다. 그 길을 걸어가며 나는 교회라는 이름이 담고 있는 진정한 의미, 즉 사랑과 희생, 그리고 나눔을 실천해 나간다.
결국 교회란 단순한 건물이 아니지 않을까? 하나님의 사랑이 담긴 마음들이 모여 만들어지는 공간이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내 삶 자체가 작은 교회가 아닐까? 비록 물리적인 공간에 속하지 않더라도, 나는 그분과 함께 살아가고 있고, 그분의 사랑을 통해 세상을 밝히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오늘도 기도하며 봉사한다. 내 삶이 하나님 앞에서 조금 더 순결하고, 조금 더 사랑으로 가득 차기를. 건물이나 제도에 얽매이지 않고,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진정한 교회를 세워 나가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