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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piffiest giant in town

(Sl▪︎Mi)

by 지개인

I'm the spiffiest giant in town.

. . .

I'm the coziest giant in town.


우리 말에 이런 속담이 있습니다.

'입은 거지는 얻어 먹어도 벗은 거지는 못얻어 먹는다.' 바로 옷차림에 따라 대접이 달라진다는 뜻이겠죠.

이와는 반대되는 영어 속담도 있습니다.

'Clothes do not make the man.'은 옷차림으로 그 사람을 판단해선 안된다는 뜻입니다.


세련된 옷차림에, 반짝이는 구두와 매끈해보이는 넥타이는 거인의 외모를 빛나게 합니다. 마을의 사람과 동물들 또한 지나가 거인을 한번씩 뒤돌아 봅니다.

마을에서 가장 멋진 사람이 된 그는 가는 길마다 도움이 필요한 동물들을 만나게 됩니다.

추위를 타는 기린의 목에 넥타이를 둘러주고,

돛을 잃어버린 염소에게 셔츠를 벗어 새 돛을 만들어주는가 하면,

집이 불에 타 없어져버린 생쥐가족에겐 구두 한 짝을 벗어 그들의 집을 마련해줍니다.

거인의 선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죠.

침낭을 잃어버린 여우에게 양말 한 짝을 벗어주고,

늪에 빠진 강아지에게 허리띠를 풀어 다리를 만들어 줍니다.

그런데 이런, 어려움에 처한 동물들의 처지를 살펴주느라 정작 본인이 헐벗어 가고 있다는 걸 잊은 모양입니다. 허리띠를 풀어버린 그의 바지는 끝내 흘러내리고 맙니다.


그제서야 본인의 꼬락서니를 알아채고 다시 양복점으로 돌아가지만 이미 문을 닫은 후 였죠.

슬픔에 잠겨있는데 그곳에서 자신의 예전 누더기 가운과 샌들을 발견하곤 얼른 다시 주워 입습니다.

그러고는 말합니다.

'I'm the coziest giant in town.' 이라구요.


'가장 멋진'에서 '가장 안락한' 거인으로 돌아온 그는 처음 누더기 가운을 입었을 때와는 사뭇 다른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 등장했을 때의 우울해보이는 표정과는 달리 자신이 가진 것을 모두 나눠준 후에는 만족한 표정을 보입니다.

자신의 만족이 외모가 아닌, 내면에서 나온다는 걸 깨달은 모양입니다.


외모가 단정해보이는 것도 당연히 중요하겠지만, 그것만으로 내면을 채울 수는 없을테지요.

내면의 아름다움과 따스한 심성이 내 삶을 더 풍요로워지게 하는 건 어쩌면 우리 삶의 '진리'가 아닐까요.

타인에게 보이는 매끈한 모습보다 자신만이 아는 내면에 보다 더 주의를 기울이면 어떨까 생각해보았습니다.


도움을 받았던 동물들 모두 거인을 위해 '금색 종이 왕관'을 선물로 준비합니다. 그림 편지와 함께요. 독자에게 이 종이 왕관이 '황금 왕관'처럼 빛나 보이는 건 거인의 마음에서 나온 '온정'때문이였겠죠.


비오는 날 읽은 이야기에서 따스함이 느껴졌습니다.

비구름에 가려져 있지만 언젠가는 따스하게 비춰줄 거라는 무언의 약속을 하는 해님처럼, 보이진 않지만 결국엔 드러날 내면에 오롯이 집중해 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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