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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wl at Home

by 지개인

I am always missing one place or the other.
When I am up, I am not down.
When I am down, I am not up.

마음은 착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어리숙해 보이는 Owl이 있습니다.


춥고 눈내리는 어느 겨울 밤 Owl은 문득 현관문 두드리는 소리를 듣습니다. 몇번의 덜컹거림에 문을 열어본 Owl의 눈에 바깥은 온통 겨울뿐이었습니다.
강풍으로 몰아치는 겨울이 안타까운 나머지 Owl은 현관문을 활짝 열어 겨울바람을 맞이합니다.

하지만, 휘몰아치는 돌풍은 마치 살아서 날뛰는 것 같습니다. 온 집안을 휘젓고 다니며 벽난로의 불을 꺼트리고, 저녁식사였던 따뜻한 스프를 꽁꽁 얼려버립니다. 이것도 모자라 함께 데려온 눈으로 모든 것을 뒤덮어 버리기까지 합니다.

자신의 환대에도 불구하고 집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린 겨울바람을 Owl은 그제서야 내쫓습니다.


Owl은 앞으로 벌어질 사태를 예상하지 못한걸까요.

아니면, 그마저 감당할 만큼 인심이 후했던 걸까요.

나가라고 소리지르는 모습에 후자는 아닌 듯 싶습니다.


한바탕 소동이 지나간 후, Owl은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합니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침대 발치에서 평소 보이지 않던 혹 두 개가 보입니다.

이 혹들은 요상하게도 이불을 덮으면 나타나고, 열어젖히면 사라져 버립니다. 혹들의 정체를 알길이 없는 Owl은 침대 위에서 방방 뜁니다. 그러다 지쳐 거실 소파에서 잠을 청하지요.


그 혹들은 다름 아닌 자신의 발이였습니다.


이 엉뚱한 Owl이 이번엔 '눈물 차'를 끓여 마십니다. 주전자에 눈물을 담기 위해 갖가지 슬픈 생각을 떠올리죠.

다리가 부러진 의자,

노랫말이 잊혀져 더이상 불릴 수 없게 된 노래,

난로 뒤로 떨어져 보이지 않는 숟가락,

...

모두가 자고 있어서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아침.

각각의 안타까운 사연에 슬퍼하며 흐느껴 울던 Owl은 모인 눈물로 '눈물 차'를 끓이는 데 성공합니다.


짠 맛을 즐기는 걸까요.

'눈물 차'를 핑계로 울고 싶었던 걸까요.

차의 맛에 만족하는 걸 보면 Owl의 개인 취향인 것 같기도 하네요.


2층집에 사는 Owl은 어느날 문득 윗층과 아래층에 동시에 자신이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립니다.

1층과 2층을 같은 마음으로 아끼는 만큼, 1층에 있으면 2층이, 2층에 있으면 1층의 안부가 궁금한 Owl은 동시에 두 층에 있을 방법을 궁리합니다. 그가 선택한 방법은 위아래층을 재빠르게 오가는 것이였죠. 정신없이 달리며 위아래를 오르내리던 Owl은 마침내 공평하게 1층과 2층을 이어주는 딱 중간계단에 앉아 쉽니다.


공평한 자신의 마음을 보여주고 싶었던 걸까요.

알아주길 바라는 욕심이였을까요.

무엇이든 간에 '공평'과 '동시성'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또 어떤 날 Owl은 '달'을 친구로 삼습니다.

친구였던 달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내내 따라오는 달을 발견합니다. 어르고 달래어 돌려보내려 하지만 달은 고집스레 Owl을 따라올 뿐입니다.

그런 달이 어느 순간 보이지 않게 되자 서운해하기도 합니다. 결국 침대 창가에서 달을 다시 발견하고는 곤히 잠이 들죠.


Owl은 자기중심적인 것 같으면서도 천진하고

하는 짓이 어딘지 모르게 익살스럽기도 합니다.

몇 편의 에피소드를 읽다보면 그의 엉뚱한 매력에 빠지지 않을 도리가 없죠.

순진하리만치 엉뚱하고,

대책없이 행동하지만,

안의 여리고 순수한 마음이 느껴져 사랑스럽기까지 합니다.


가끔은 각자의 내면에 있는 Owl을 꺼내 바쁜 일상을 달래보는 건 어떨까요?

순진하고, 엉뚱하면서 동시에 어리석고 착해서 감추어두어야 했던 '나'를 꺼내본다면 어떨까요?

생각지도 못한 일에 당황하기도 하겠지만,

예측할 수 없음에 유쾌해지기도 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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