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 꿈을 꾼 것처럼요,
당신은 다음 생으로 미리 떠나
벚나무 작은 가지 촘촘히 엮어 채반을 만들었어요
새하얀 벚꽃 잎 빻아 고운 가루 채반에 담아
밤새 내가 잠든 대지 위 흩뿌려 놓아요
이른 아침 세상은 새하얗게 변해 있어요
당신인가 버선발로 맞이하러 갔더니
이미 머물고 있는 당신 계신 하늘문은
시공간 막혀 열리지 않아요
대지는 하얀 세상 눈꽃 피어나듯 눈부셔요
기린처럼 길게 목 내밀어 당신 그림자라도 찾으려
외투만 걸친 채 당신이 흩뿌려 놓은
그 새하얗고 고운 길을 걸었어요
다시 오겠다던 당신의 언약은
새하얀 내 가슴속 붉은 꽃무릇처럼 피어나고
나는 아직 다음 생에 기약 없지만요
벚꽃 잎 흐드러지게 필 무렵 내 생의 하늘문이 열릴 때면
그때 온 세상은 새하얗고 고운 것들이 지면을 쓸어
당신 버선발로 나를 맞이하러 올 거라 해요
길을 걷다 보니 건너편 산기슭엔 저녁 어둠이 내려앉아요
서쪽 뒤안길 당신 올까 백합나무 아래 서성였어요
나뭇가지 쌓였던 눈꽃이 떨어지기 시작해요
차가운 저녁날씨 내 손가락 마디 끝부터 얼어
다음 생도 오기 전 당신 향한 그리움에
나는 대지 위 얼음꽃으로 피어나요
(행여 얼음꽃이 녹아 당신 계신 하늘로 구름 되어 오르면 내 눈물인가 하여요)
이른 아침 잠에서 깨었어요.
하얀 커튼을 뚫고 오는 겨울 햇살이 눈부셔요.
일어나 창문을 열어보니
새벽녘 소리 없이 내린 눈이 마당에 소복하게 쌓였어요.
새하얗고 고운 가루 사이에 무언가 반짝여요.
하늘에서 흩뿌리다 사랑의 언약을 누군가 떨어뜨렸나 봐요.
* 꽃무릇(석산) 꽃말 :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