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온 뒤 날이 좋다.
도서관에 책 보러 왔다.
도서관이 편하다.
이십대를 도서관에서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십대해야할 공부를 늦게 따라가야 하니 참 힘들었다.
시험 기간이 되면 두통약을 자주 먹었다.
돈 없이 공부한터라
한 끼 밥 값도 큰 부담인 이십대를 보냈다.
다행이 구내 식당에 천원짜리 밥이 있어
주로 사 먹었다.
돈 없이 학비와 생활비를 마련해야 하는 이들에겐 생명의 밥이었다. 다시 생각해도 천원짜리 밥이 있어 감사하다.
후배나 지인에게 대접할 때는
그 놈의 자존심 때문에
이천오백원 짜리 식사를 대접했다.
그래도 그 식사는 달콤한 외식을 대신했다.
그러고
요즘 흔히 마시는 질 좋은 커피대신 자판기 백원짜리 커피를 마신 것이 기억이 난다.
돈 없던 이십대 식당밥을 먹을 때
버릇이 생겼다.
배부르게 먹어야 된다는 사명감?
있을 때 먹어야 된다는 책임감?
그래서 공기밥이 무료로 제공하는 식당에 가면
항상 두 그릇을 먹었다.
배 고픔에 상관없이 무조건 최소 두 그릇을 먹었다.
나중을 위해~
내 나이 만으로도 50이 되어도
그 습관은 여전하다.
오늘도 중국집에서 무료 밥 두 그릇을 먹었다.
계속 망설이다가 사명감과 책임감이 살아나 먹었다.
속이 더부룩하다.
분명 건강에 안좋은 줄 알면서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이러한 행동을 아이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아빠, 집에서 많이 먹지?나오면 왜 그래?
장학금을 받아야만 학업이 연장되고
자취방비 아끼려 밥 제공되는 고시원에서 지내고
월세로 시작한 신혼,
차는 36개월 할부,
옷 한벌을 사면 십 년,
이러한 검소함으로 청춘을 보냈다.
내 나이 만으로도 50이 되어도
무료 밥이 좋다.
2024년 5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