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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우어 Dec 30. 2022

 중2병 여전히 진행 중



 "중2병에서 벗어난 것 같아. 이제 숨 좀 쉬겠어."

얼마 전 내가 지인들에게 건넨말이다. 큰 아이가 중2 끝자락에 중2병이 끝났음을 주위 사람들에게 선포했다. 정말, 이젠 끝난 줄 알았다. 냉소적인 반응만 보이던 아이가 애교를 부리고 내 곁에 와서 눕고 웃음을 보였다. 갑자기 엄청 착해진 아이가 낯설지만 본래는 착한 아이였음을 떠올리고 행복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한 달 정도 지났을까. 또다시 까칠한 말투와 어! ! 라! 고! 의 향연이 펼쳐졌다.


 '아.. 그럼 그렇지. 몇 년을 괴롭힌 중2병이 한순간에 끝날 리가.. 내가 널 너무 과소평가했구나.'


그래도 다행인 건 위아래 조스이빨처럼 뾰족하게 들쭉날쭉하던 감정 그래프가 완만해지며 일자를 그리는 순간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조스이빨일 때는  마음에 엄청난 생채기를 냈다. 너덜너덜해진 감정은 어떨 때는 극한의 바닥으로 끝없이 곤두박질쳤다. 사춘기 아이 때문에 정신과 상담받는 엄마들이 이해가 됐다. 나처럼 괴로워하는 엄마들이 모인 카페를 가입하고 그녀들이 올린 게시물을 하나하나 읽었다.

 '또 집을 나갔어요. 아이가 방문을 부쉈어요. 자퇴를 한다고 해요. 절도죄를 저질렀어요. 자해를 해요.'

심각한 제목의 글이 꽤 많았다.

 그  글 속에서 그녀들이 바란 건 단 한 가지다.


"그냥 평범하게 학교만 제대로 다녔으면 좋겠어요."


평범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묵직하게 느껴진 것은 처음이었다. 평범함의 바운더리 안에서 잡음 없이 쭉 가길 바랐는데 아이가 조그만 잡음만 일으켜도 머리가 아프고 외면하고 싶었다. 끊임없이 엄마의 인내심을 테스트하는 아이에게서 도망가고 싶다. 누군가에겐 평범한 일상일 텐데 내게는 버겁게만 느껴지기 일쑤다. 쟤는 왜 저럴까, 누굴 닮아서 외골수일까, 날 왜 이렇게 괴롭히는 걸까?...


무엇이 잘못인지 찾아내고자 혈안이 되다 보니 비난이 앞선다. 비난이 앞서니까 잘하는 것들은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아이와 나 모두에게 마찬가지다. 그래도 어른인데 내가 덜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간신히 이성을 찾고 폭주하는 대화인지 화내기인지를 멈춘다.

 

 여전히 중2병은 진행 중이고 또 언제 한순간에 터질지 모른다. 평범한 과정이라 생각하며 더 나아지기 위해서 내가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할까 고민이 많아진다.


 부모는, 엄마는, 왜 이렇게 어려울까.



아이에게 무엇이 결여됐는지를 보는 것이 아니라, 아이에게 무엇이 있는지를 찾아내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 대럴드 트레퍼트-

 

 





#중2#중2병#사춘기#양육#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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