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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우어 Jan 03. 2023

스스로를 잘 지키라는 말

 

 연말이 되면 올해가 무슨 해였는지 기억이 안 난다. 매년 1월에는 무슨 무슨 해 라면서 특별한 것처럼 기억을 하건만 3,4월만 돼도 어버린다. 40이 넘으니까 그냥 일 년 또 늙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진다. 양의 해니, 토끼 해니 그게 다 뭔 대수인가. 안 아프고 평범하게만 살면 다행이지... 이런 세월을 나보다 30년은 더 보냈을 엄마께 신년 안부전화를 걸었다. 


 그녀는 부처님의 말씀을 필사하는 것으로 새해 첫날을 시작하고 있었다. 천수경과 금강경을 빼곡히 필사하며 집중하느라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른다고 한다. 지난가을에 엄마집에 갔을 땐 수려한 글씨로 필사한 책 여러 권을 자랑했는데 나라면 한 권도 하지 못했을 일이다. 

 노인일자리 근무가 쉬는 날, 컨디션이 좋을 때 틈틈이 해 온 그것은 그녀가 얼마나 허투루 시간을 보내지 않고 사는지 보여주는 결과물이다. 나이가 들수록 잠은 사라지고 혼자인 시간이 길어지니 외로움을 이겨내고자 더 바삐 움직인다. 인싸재질인 엄마는 찾는 전화도 많고 어딜 가도 환대해주는 사람이 많다. 그래도 인간은 결국 혼자일 수밖에 없다며 스스로 외롭고 초라해지지 않으려 노력하며 사는 모습이 내 눈엔 멋있다.


 아파서 죽을 고비를 두어 번 넘겼고 십여 년 전엔 아들이 세상을 떠났다. 온전치 못한 몸이기에 그녀에겐 늘 아픈 손가락이었다. 아들 잃고 힘든 시간을 본인만의 힘으로 버티며 사는 중이다. 남들은 인생에서 한번 겪을까 말까 한 일들을 그녀는 71년 동안 다양하게 겪었다. 평범하게 사는 게 너무나 어려운 일임을 그녀의 삶을 보면 안다. 모든 게 다 휩쓸려 지나간 뒤 비로소 삶에 대한 아등바등을 내려놓았다.


전화를 끊을 즈음에 내게 말했다.


"인간은 결국 혼자고 부처님 앞에서는 다 나약한 존재야. 스스로를 잘 지키고 살아."


스스로를  지키라는 말은 쉬운 것 같으면서도 참 어려운 말이다. 아직 온전하게 이해는 못하지만 자신을 사랑하고 외로운 기분이 들어도 나를 토닥일 수 있는 장치로서 무언가를 꾸준히 하라는 말로 이해했다.


 일 년을 되돌아볼 올해 12월은 조금 더 행복하도록



스로를 잘 지키자










#새해#엄마#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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