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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 Apr 19. 2020

선택

꿈같은 소리

브로크백 마운틴 영화를 두 번 연속으로 본 적이 있다. 나는 같은 영화를 여러 번 보는 유형이 아니어서 순전히 보고 싶어서 연속으로 같은 영화를 본 적은 이 영화가 처음이었다. 이 영화는 나에게 사랑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주었고 사랑의 한계를 알려주었다.

나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동성애에 대해 편협한 시각을 갖고 있었다. 동성애 커플이라고 하면 한 사람은 여성의 역할을 하고 나머지 한 사람은 남성의 역할을 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성을 젠더로 볼 때 생기는 관점이고 동성애는 생물학적 성으로서 남성과 남성이 사랑하는 것뿐이다.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잭과 에니스는 카우보이로 돈을 벌기 위해 브로크백 마운틴으로 향한다. 별 일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던 그들은 어느 날 잭이 성적 접근을 하자 당황해한다. 왜냐하면 에니스는 이전까지 자신이 이성애자인 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잭의 행동은 감정의 도화선이 되어 둘은 급속도로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러다 양치기를 하기로 한 계약기간이 끝나고 둘은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내려올 시간이 된다. 브로크백 마운틴은 그들의 사랑이 가능한 탈속적인 공간이라면 그 산을 내려온다는 것은 현실을 마주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출처: 네이버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의 또 하나의 매력은 화폭같은 자연 풍광이다. 두 인물은 그 광활한 자연 속에서 감정의 과잉 없이 각자의 캐릭터를 통해 사랑이라는 감정을 보여주었다. 산에서 돌아와 각자의 삶을 살다가 잭이 집에 방문할 것이라는 소식을 들은 에니스는 설레는 감정을 애써 누르려고 한다. 그리고 잭이 도착하자 한걸음에 달려 나간다.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고, 기쁜 감정을 주체할 수 없고, 한시라도 같이 있고 싶은 감정이 스크린 밖을 통해 그대로 전해진다. 사랑을 경험해본 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애틋한 사랑이라는 표현이 꼭 어울리는 장면이다. 둘은 서로 같이 살 날만을 꿈꾼다. 하지만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들이 원하는 사랑을 한다는 것은 세상을 등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과도 같기 때문이다. 그 모든 것을 포기하고 오직 사랑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잭과 에니스는 그런 사랑에 대한 태도를 상반된 캐릭터를 통해 보여준다. 사랑을 위해서라면 몇십 마일이라도 한걸음에 달려오는 잭과 현실로 감정의 고삐를 잡아야 하는 에니스의 상반된 모습은 그 둘의 사랑을 크기를 알기에 더 슬프게 다가온다.

출처: 네이버 영화

그들의 사랑은 우리가 원하는 모습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브로크백 마운틴이 먼발치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처럼 각자의 마음속에 남겨둔 채로.


2016년

이 때는 라라 랜드라는 영화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을 때야. 너도 그 대열에 합류하고 싶어서 영화를 보러 가. 첫 장면은 고속도로에서 사람들이 갑자기 나와서 노래를 부르며 시작하는데 사실 너는 그 장면이 인위적이라고 생각해서 손발이 오글거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상쇄해준 것은 마지막 엔딩신이야.

그 엔딩 장면이 오기 전에 말이야, 세바스찬과 미아는 헤어진 상태였어. 그러다 세바스찬은 미아에게 온 오디션 소식을 미아 대신 접하고는 미아네 집에 찾아가서 오디션에 나가라고 설득해. 미아는 계속해서 떨어지는 오디션에 무력한 상태였기 때문에 그녀는 처음에는 극구 오디션에 나가는 것을 반대하지만 결국 세바스찬에게 설득되어 시험을 보게 돼. 오디션의 느낌은 좋았고 그 느낌대로 둘의 사이도 좋아질 줄로만 알고 있었지. 그런데 갑자기 영화는 시간을 한 참 지난 시점으로 옮겨 놓아. 미아는 그때 봤던 오디션에 합격해서 배우로서 성공한 모습이고 세바스찬은 그 둘이 이야기했던 가게 이름을 그대로 딴 재즈 바를 열었어. 하지만 미아 옆에는 세바스찬이 아닌 다른 남자가 있네.

미아는 그 남자와 세바스찬의 가게에 들어가. 그리고 하나의 장면이 펼쳐져. 그것은 '만약'이라는 가정으로 시작되는 장면이야. '만약 그때 세바스찬과 잘 되었다면'이라는 가정이지. 그 가정 속에는 미아는 오디션에 합격하고 유럽으로 건너가서 배우로서의 커리어에 성공해. 다시 돌아와서 둘이 결혼하고 아기를 낳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우린 꿈같은 사랑이 이루어지길 바라. 하지만 영화에서 현실과 꿈을 양립할 수 없다고 말해. 하나를 선택하면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고 말이야. 사람들은 영화 같은 사랑을 꿈꾸지만 이 영화는 영화를 통해서 영화 같은 사랑은 허상이라고 말하는 걸까. 우리는 현실은 영화가 아닌 것을 알고 있어. 네 인생에서도 현실과 이상의 거리로 힘든 날들이 올 거야. 현실과 꿈 사이에서 너는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서 서게 돼. 너는 어떤 선택을 할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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