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내 발로 ‘친구 따라 강남 갑니다’

by 푼크트

예전에요,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이 참 웃겼어요.

누가 남의 말 듣고 덜컥 따라가나 싶었거든요.
근데요. 제가 지금 친구 따라 '블록체인 강남' 가는 중이에요. 그것도 아주 기대차게요, 제 발로요.


처음엔 진짜 눈 하나 깜짝 안 했습니다.
“야, 너 코인 안 해, 함 해봐 ?” 하고 친구가 물어봤을 때, 저는 짧게 대답했어요.
“안 해. 절대 안 해. 난 그런 거 안 해.”


근데 그 친구가 두 달 만에 '니콜라' 주식 벌어 판 돈으로 '비트코인' 샀다는 얘길 하더라고요.
0.3개를요. 뭔 소린지, 한개면 한개지 0.3개라고?

그것도 웃으면서 말이에요.
“내가 니콜라는 팔았는데, 지금은 니콜라보다 더 쎈 놈을 들고 있지.”
뭐야 또 저건… 니콜라? 싶었죠. 비트코인은 들어봤지만,

피자한판 사먹던 장난스런 코인이 '1억2천'이라는 말 같지 않은 소리를요.
그 다음에 슬쩍 제 핸드폰으로 코인 시세 앱을 깔았습니다.
이게 다 친구 탓이에요.


처음에는 뭔지도 모르고 싼 코인 '도지'로 10만 원 넣어봤어요.
잃으면 밥 한 달 안 먹는 셈 치자. 뭐, 치킨 몇 마리 값이죠.
근데 이게 또 신기하더라고요.
하루 새 5% 오르면 괜히 으쓱해지고, 3% 떨어지면 괜히 기분이 좀 꿀꿀해지고.
감정이 시세에 휘둘리는 그 찰나에 깨달았죠.
‘아, 이거 위험하다. 정신이 롤러코스터 타겠다.’


그런데도 계속 보게 되더라고요.
아침에 일어나서 시세 확인.
점심 먹고 또 시세 확인.
잠자기 전에도 살짝 확인.
와이프가 그러더라고요.
“당신 요즘 뭐하느냐고 잠도 안자구 핸드폰만 쳐다봐!”
"…아니, 교수가 공부는 안하고!"
이것도 공부야! 몰라도 돼! 그렇다고 말은 못 하고

게임중독인 얘 마냥요.


그런데 진짜 문제는 그다음부터였어요.
그 친구가 저보다 수익이 잘 나는 겁니다.
저는 소심하게 '도지'만 들고 있는데, 걔는 뭐 비트코인, 리플, 솔라나, ... 이런 걸 쥐고 있더라고요.
“이건 무슨 아크릴 물감이냐?” 했는데, 이 친구가 또 잘 골라요.
분하잖아요.
그렇다고 막 들이댈 순 없고, 저도 슬슬 공부를 시작했어요.


‘코인은 가격만 보면 안 된다’, '펀더멘탈을 이해해야 한다.'고 해서,

뭔소린지 도대체...,

일단 유튜브도 보고, 블록체인 개념도 읽었죠.
처음엔 탈중앙화가 뭔 소린가 했는데, 듣다 보니 “어라?” 싶더라고요.
은행 없이도 거래가 된다고요?
계약서도 코드로 된다고요?
이거 SF 영화에서 나올법한 얘기들이잖아요.

말도 안돼!

근데, 이걸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산다고?

그것도 어마무시한 돈을 투자한다고...,

..., 생각보다 자꾸 빠져듭니다.


그러고 나니까 투자하는 눈이 조금 생긴 것 같아요.
이젠 시세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어떤 프로젝트가 진짜 가치가 있는지를 먼저 보게 됐어요.
예전엔 ‘오르면 산다’였는데, 지금은 ‘왜 오르지?’를 먼저 생각해요.
조금은 어른이 된 기분이랄까요?


물론 아직도 실수해요.
무슨 ‘에어드랍’이니 ‘디파이’니 복잡한 용어에 헷갈리기도 하고,
잠깐 눈 돌린 사이 급락해서 머리 쥐어뜯은 날도 많아요.
그래도 이상하게 재미있어요. 마치 게임마냥요.
수익 때문이 아니에요.
이 기술이 진짜로 세상을 바꿀 수도 있겠다는 막연한 기대 섞인 불안 때문이에요.
아니면… 제가 그렇게 믿고 싶은 걸지도 모르죠.


친구는 지금도 가끔 말해요.
“친구가, 이제 NFT도 해봐. 메타버스 토큰도 알아봐.”
그러면 저는 웃으면서 대답해요.
“야, 나 이제 막 걸음마 떼고 걷기 시작했어. 아직 밖은 너무 위험해!”


하지만 가끔은 저도 궁금해요.
이 길의 끝에 뭐가 있을까.
정말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입구일까.
아니면 그냥 잠깐 스쳐 지나가는 유행일까.


그래도 계속 걷고 있어요. '강남을 향해~'
이번엔 제가 제 발로 선택했거든요.
친구 따라 강남 간다면서, 정작 운전은 제가 하고 있어요.
그리고 어쩌면, 그 강남이 진짜 부동산이 아니라 디지털 혁신의 중심일지도 모르겠어요.


오늘도 차트를 보며 혼잣말을 합니다.
“그래, 한번 가보자. 이번엔 내 발로, 강남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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