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통장은 왜 자꾸 숫자가 거꾸로 가나요?

by 푼크트

요즘 제 통장 보면 그냥 한숨부터 나와요.

분명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통장 잔고는 아주 신나게 후진하고 있더라고요.

저는 나름 직장에서 잘 견딘 인간인데,

통장만 보면 신용좋아 인출가능 잔액 남은 '마이너스'통장, 카드를 보면 사용한도 남은 '리볼빙'이지, 그냥 빚爺(빚쟁이)예요.

26년 동안 별 사고 없이 직장에서 꾸역꾸역 살아남았어요.

뭐 승급하고, 연봉도 조금씩 오르고, 겉으로 보기엔 ‘성공한 직장인’처럼 보였죠.

근데 실상은요, 제 통장 숫자는 작년보다 더 작아지고 있어요.

진짜 이 정도면 제가 노동으로 돈을 버는 건지, 통장이 저를 탈탈 터는 건지 모르겠어요.

솔직히 젊을 때는 월급 오르면 좀 숨통 트일 줄 알았어요.

근데 애들이 크니까 답이 없더라고요.

학원비, 학기마다 수학여행, 급식비, 휴대폰 요금, 그리고 값비싼 옷 등으로 다 줄줄이 새요.

그냥 ‘자동 인출기’ 하나 달고 다니는 기분이에요.

월급날 잠깐 플러스 찍고 이틀 안 돼서 마이너스. 이게 현실이에요.


그런데 세상이 온통 투자 얘기로 가득하잖아요.

뉴스 틀면 주식, 인터넷 보면 코인, 부동산은 말할 것도 없고요.
특히 코인 얘기는 친구들만 만나면 귀가 닳도록 들어요.

누구는 몇 달 만에 원금 두 배 벌었다,

누구는 ‘이더리움’이니 ‘비트코인’이니 시세 타령이고, 한창 뜨거울 때는 점심 먹으면서도

“야, 지금 들어가야 해”라면서 설득질이 장난 아니었어요.

근데 저는 그럴 때마다 방어 기제가 세게 작동했어요.
속으로 계속 되뇌었죠.
“아니다, 나는 그런 거 하면 그나마 있는 돈도 다 잃고 쫄딱 망할 거야. 애들 학비도 못 낼 거야.”
이 생각이 머릿속을 계속 치고 올라왔어요.

현실이 너무 빠듯하니까 무슨 투자니 뭐니 하는 거 자체가 겁이 났던 거예요.

그냥 늘 그랬듯 “내가 시작하면 꼭 물려서 폭망할 것” 같은 두려움이 늘 머릿속에 있었어요.
코인 얘기 나올 때는 그냥 “나는 그런 거 관심 없어” 하고 넘겼어요.

진짜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괜히 발 담갔다가 마이너스 통장에 코인마저 깡통 되면 인생 진짜 끝장이다 싶었거든요.

그러다 문득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대로 살다 은퇴하면 뭐 남냐? 은퇴하고 카드값 걱정해야 할 거냐?”

생각하면 할수록 뒷골이 당기더라고요.

당장도 허덕이는데 은퇴하면 인생이 통째로 거지 꼴 나는 건 시간문제겠구나 싶었어요.

퇴직금이요? 그거 한두 번 휘둘리면 증발해요. 등록금 내고 대출 몇 푼 갚으면 끝이에요.

생활비요? 매달 줄줄이 새는 거에 노후자금이 남겠어요?


결국 “이러다 진짜 훅 가겠다”는 위기감이 제대로 왔어요.

그래서 그나마 있는 쫄보 근성 내려놓고, 진짜 한 번 해보기로 했어요.

소액이라도 시작하자, 망해도 소액이면 망할 때도 조용히 망하자 싶었죠.
미국 주식도 몇 주 사보고(도람프를 싫어해서 한 선택으로 현재 수익율 -23%),

안전하다는 ETF도 쳐다보고,

처음엔 코인도 잃어보고, 다시 만회하고,

정말 겁나서 소심하게 접근하고 있어요.

막상 해보니까 조금씩 세상 돌아가는 게 보이긴 하더라고요.

물론 아직 제 통장은 거지 탈출 못했어요.

여전히 마이너스 찍고, 통장 속 돈은 들어오자마자 도망가요. 근데 마음 한 구석이 바뀌었어요.
이제는 적어도 “나는 아무것도 안 해서 망한 건 아니다”라는 말은 할 수 있게 된 거죠.

이 나이에 대박 바라는 건 욕심이에요.

저는 그냥 은퇴 후에 ‘병원비 때문에 눈치 안 보고,

필드는 못나가도 스크린은 갈 수 있을 정도 여유’만 있어도 성공이라고 생각해요.

자식한테 손 안 벌리고, 손주 용돈 몇 푼 줄 수 있으면 더 바랄 게 없겠죠?

그래서 오늘도 소심한 쫄보 투자자지만 간만에 공부 제대로 해보고 있어요.

5개월의 짧은 기간의 투자지만,

좋은 코인 선별하기

유튜브에 현혹 안되기

책보고 기본기 다지기

거시적 경제흐름 이해하기

그리고 도람프 사용법 익히기 ㅋㅋ

지금은 수익을 보고 있네요.

늦었지만 아직 끝난 거 아니니까요.

“거지 탈출 프로젝트” 꾸준히 해볼 생각이에요.

최소한 은퇴 후에 마이너스 인생만은 벗어나고 싶거든요.

이게 몸 늙고, 직장에서 나오면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 경제활동이겠거니해요.

늦었지만, 한번 진지하게 다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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