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편한 것이 좋다. 가던 곳이 편하고 정감 있다. 새로운 옷보다는 입던 옷이 편하다. 사람도 익숙한 사람이 좋다. 그래서 변화보다는 익숙한 환경에서 안정을 선택하고 싶어 진다. 같은 친구, 비슷한 음식 먹으며 지난번 했던 이야기 다시 재생하며 서로 응원한다. 결국 내 영역은 점점 좁아진다. 그들만의 리그에 갇힌다. 꼰대리그.
익숙한 환경을 선호하는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모든 인간의 뇌는 일단 게으르다.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유전적 기능이다. 새로운 모험보다는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 내게 신호를 보낸다. ‘귀찮아, 새로운 시도는 불안해, 도전하지 마, 위험할 수 있어. 너 먹던 것 먹어, 실패할 수 있어. 리스크를 줄여야지, 편한 게 뭔지 알잖아?’ 뇌는 이런 메시지를 계속 보내면서 변화를 시도하지 못하도록 유도한다. 식당의 다양한 메뉴 중에 새로운 도전보다는 내가 먹던 메뉴를 주로 선택하고, 카페에서는 지난번 앉았던 자리를 확인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런 행동이 온전히 당신의 의지라고 생각했는가? 위험으로부터 경계하는 뇌의 세팅된 신호다. 익숙한 패턴을 유지하기 위한 게으른 뇌의 생물학적 시스템인 것이다.
뇌는 새로운 데이터를 입력해야 활발하게 기능한다. 똑같은 일상의 반복은 뇌를 거의 쓰지 않는 것과 같다. 사고력이 떨어지고 기억력이 감퇴하는 느낌은 뇌의 비활성화 기간이 길어지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뇌. 다행히 뇌의 신경회로는 평생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새롭고 다양한 활동을 통해 신경회로는 재구성된다고 한다. 다양한 자극을 계속 줄수록 더욱 활성화되고, 활성화는 가속화된다. 새로운 자극이 없으면 익숙함에 안착해 퇴화의 가속화를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뇌 활성화를 위한 재부팅을 손쉽게 실천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어렵지 않다. 뇌가 시키는 신호를 반대로 실행하면 된다.
늘 다니던 길이 아닌 새로운 길을 싸돌아 다니자. 늘 가던 목적지라도 낯선 길을 선택하면 새로운 풍경을 맞이한다. 새롭게 나타나는 사물, 사람 때문에 집중하게 된다. 뇌가 새로운 환경을 접수하기 위해 활성화가 시작된다. 뇌를 쓰는 것이다. 새로운 곳의 선택은 뇌 건강뿐 아니라 나의 신체 건강까지 업시키는 일타쌍피 아니 어쩌면 쓰리피 이상의 효과를 보장하는 활동이다. 젊어서도 밖으로 돌았으니 나이 들어서도 밖으로, 새로운 곳으로 돌아라. 다행히 부인의 뇌는 당신을 바깥양반으로 인식하고 있다.
사람을 바꿔가며 놀아라. 같은 사람은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해도 잘 통한다. 서로 익숙해서 척하면 착하고 알아듣는 편한 사람이다. 그래서 딱히 뇌가 적극적인 활동을 하지 않는다. 옛사람에 멈춰있지 말고 새사람과 소통을 즐기자. 중년은 세상이 두려운 나이는 아니니 사람 가까이 다가가는 것은 식은 죽 먹기지 않은가.
‘평소 안 하던 짓’을 즐기자. 새로운 배움을 두려워않고 무엇이든 시도하다 보면 세상엔 신비로운 것투성이다. 커피를 좋아하면 바리스타 자격증에 도전하고, 와인에 관심 있으면 와인 소믈리에 자격증도 도전하고, 스쿠버 다이빙도 괜찮다. 예능만 보지 말고 공부도 해보자. 유튜브에 좋은 콘텐츠가 넘친다. 요리해서 가족의 입맛을 사로잡는 것도 행복한 도전이다. 도전하면 ‘뇌활성화 선물세트’는 보너스다. '안 하던 짓하면 죽을 때가 됐다'는 속설을 거스르면 건강하게 더 오래 산다.
당신이 평생 쌓은 지식은 포맷시켜라. 그래야 꼰대소리 안 듣는다. 불행하게도 당신이 어제까지 쌓은 지식은 대부분 쓸모가 없거나 때늦은 정보다. 어느 누구도 그 옛날 옛적 스토리를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 당신의 소중한 지식을 말하기 시작하는 순간 소중한 주변이 자리를 뜨고 빈자리가 늘어간다. 나도 정확히 기억난다. 동네 아저씨 이야기가 즐거웠던 기억은 한순간도 없다. 슬쩍 피했던 기억은 아주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