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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청년 May 05. 2023

'직함'은 회사에 두고 퇴사했어요.

퇴사한 사람과 인연을 이어갈 때 호칭을 어떻게 해야 하나

호칭을 뭐라고  부르지?’ 퇴사한 상사나 동료와 연락을 취하거나 만남을 가질 때 발생하는 사소한 고민이다. 몇 번 생각하다가 결국 호칭 없이 ‘안녕하세요’로 시작한다. 호칭 빼고 부르는 것이 이상하기도 하고, 지금은 그 타이틀이 아닌데 그대로 부르기도 어색하다. 듣는 사람이나 부르는 사람이나 살짝 불편한 내적갈등은 같은 상황이다.




20대 때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던 동료를 10년이 훌쩍 지나서 만나게 되었다. 내가 그 사람 이름 석자만 불러본 기억이 없어서 호칭 어떻게 해야 하나 여간 신경이 쓰였다. 다시 만났을 때 그분은 개인 사업체를 일궈서 사장이 되어 있었는데 ‘ㅇㅇㅇ사장님’이라는 호칭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내가 그 사람 직원 같은 느낌도 싫었고, ‘사장님’이라는 존대를 쓰는 것이 사적 상황인데 어색했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상하관계가 뚜렷했던 사이는 '같은 회사의 동료' 프레임이 걷히면 특히 민감하다. 윗 상사의 호칭을 그대로 쓰는 것이 많이 불편할 수 있다. 회사가 아닌 밖에서는 그냥 개인대 개인이기 때문이다. 등산모임, 걷기 모임, 독서 모임 등에서 '000님'으로 통일시킨 호칭문화는 개인대 개인의 만남을 설명하는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희망하는 호칭을 먼저 알려주는 것이 좋다. 재직 시절의 환경에서 만들어진 호칭을 유지하는 것은 불편함의 시작이다. 관계유지에 득보다는 실이 많다. 다행히 우리 문화에서는 대체할 타이틀이 많다. 선배님, 선생님, 형님, 아우, ㅇㅇㅇ님 등 친근하면서 부담스럽지 않은 호칭들이 넘치니 선택만 하면 된다. 호칭을 바꿔야 나 자신도 전 회사의 관계 시스템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긴 세월 행동과 정신에 베인 습관 또한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식당에서 숟가락 세팅, 물 컵에 물 따르기, 떨어진 음식 추가 주문, 엘리베이터 버튼 누르기 등 나도 인지하지 못한 채 무심코 습관처럼 후배에게 받았던 배려들이 많을 것이다. 어쭙잖게 장유유서 명분으로 대체하지 말고 쿨하게 변화하는 것이 멋진 중년 어른이다. ㅇㅇ기업의 ㅇㅇ부장님으로 생활했던 습관들은 퇴직과 동시에 골칫거리다. 들어주는 사람도 없고, 내 습관을 이해하는 사람은 더더욱 없다. 면전에서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더라도 속내는 불편해한다는 것을 기억하자. 우리는 수영장에서는 수영복을 입고, 등산할 때는 등산에 적합한 옷을 입는다.  목적에 맞는 옷을 입음으로써  환경에 합류하는 것이다. 호칭도 내 환경에 맞는 호칭으로 빨리 갈아타야 한다. 그래야 나도 편하고 상대방도 편하다. 상대가 고민하면서 우물쭈물하게 두지 말고 먼저 말해라. ‘ 호칭을 선배라고 불러주면 고맙겠어’,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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