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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geun May 02. 2023

“과감한 도전, 새로움을 만들다”

미므미므

“과감한 도전, 새로움을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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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과 부산, 그 중간에 위치한 울산의 해안가 ‘진하’는 여름마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관광명소다. 고운 모래가 깔린 진하해수욕장과 신선이 내려와 노닐었다는 명선도, 일출 스팟으로도 유명한 이곳은 울산 사람이라면 살면서 한 번쯤 방문해봤을 장소다.


해안가 주변으로 들어선 상가와 숙박업소는 낮과 밤 할 거 없이 거리를 활기차게 하지만, 동시에 경관을 해치기도 한다. 더욱이 비성수기 조명 없는 간판의 행렬은 흉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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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므미므’는 바다를 위한 창보다 주변 차단을 위한 벽 세우기가 먼저였다. 콘크리트로 벽을 쳐서 주변과 철저히 단절하려는 모습은 차갑게 느껴지지만, 돌이 잘게 쪼개져 모래가 되듯이 건물을 쪼개고 흩뿌려 땅에 안착시킨 모습은 주변과 어울려 따뜻함을 준다. 인공의 건축이지만 자연의 땅과 깊은 관계 맺기를 하고 있다.


프라이빗한 독채 풀빌라는 벽과 물이 둘러싸고 유리로 사면이 감싸진 정사각형이다. 화장실과 샤워실을 중심으로 테두리를 둘러 공간을 분할한다. 한쪽은 아일랜드 식탁이 있는 부엌, 반대쪽은 세면대가 있는 건식 화장실, 입구 반대편은 침실로서 침대를 두었다. 간접적인 공간 분리는 벽 하나 없는 내부를 만들었고, 공간을 커 보이고 쾌적하게 한다.


내부에서 유일하게 시간을 알게 되는 건, 수 공간에서 떨어지는 빛과 공간 중심에 뚫린 천창이다. 목재 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콘크리트 액자에 걸린 하늘을 보게 된다. 하늘로만 뚫린 공간에서 빛이 들어와 새겨지는 그림자는 리듬을 만들고, 물에 반사된 빛은 내부를 밝힌다. 어둡지 않고 삭막하지 않으며 티크로 만든 가구 덕에 안온하다.


숙소에서는 파도 소리만 들린다. 바다의 모습을 자연스레 상상하게 되고, 끝내 밖으로 나가 모래를 밟고 걸으면서 상상과 비교해본다. 다채로운 바다에 놀라며 자연의 위대함과 소중함을 깨닫는다. 창하나 없는 숙소가 바다는 단순히 관망의 대상이 아닌, 오감으로 느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미므미므의 과감하고 무도한 도전은 다른 바닷가 숙소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움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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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 온건축사사무소 ( @jung_woongsik )

사진, 글 : 신효근 ( @_hyogeun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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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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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울주군 서생면 진하해변길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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