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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이 Jan 29. 2024

처절하게 본인을 증명하며 살아야 하는 미국사회

스스로가 알아서 남 의식을 해야만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미국을 포함한 대체적인 서양의 문화는 한국과는 달리 ‘남 의식’을 하지 않아서 자유롭다는 말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남 의식을 잘하지 않는 문화 덕분에 좁은 사회에서 치열하게 남 눈치 보고, 어떻게 보일지 걱정하며 살았던 한국분들은 이런 남 의식을 안 해도 되는 문화가 어떤 건지 궁금해하고 선망하기도 한다.

그러나 내가 느끼고 경험한 미국 사회는 어느 곳보다도 살벌하고 처절하게 ‘남 의식’을 스스로가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항상 실감하고 있다. 미국 사회는 개인이 모든 것을 다 개인이 알아서 스스로 하는 것을 추구한다.




[개인이 알아서 다 하는 것]

이 말속에는 방대하게 다양함이 홍수처럼 쏟아지는 곳에서 '자신은 특별하고 괜찮은 사람이고,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꾸준히 증명을 하며 살아야 한다는 의미도 포함된다. 개인이 다 알아서 하는 데 왜 이런 증명을 하고 살아야 하는가? 내가 타인에게 보이는 것을 왜 신경 쓰고 살아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렇다. 개인에 대한 별 다른 제한 적인 것이 체감이 되지 않는 분위기가 만연한 사회는 ‘무질서’가 만연해지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개인주의라는 말에는 개인이 선택하고 원하는 것을 하면서 사는 것에 제한이 없지만 그 모든 과정과 결과도 개인이 알아서 다 책임을 져야 하는 의미도 담겨있다.


[책임을 지고 산다는 것]

과연 평범한 사람들 중 개인이 한 선택에 대해 모든 걸 제대로 책임지고 살 수 있는 경우가 몇이나 되고, 얼마나 되는가?


한번 생각해 보자. 본인의 기본 생계를 유지하는 데 책임지는 것만으로도 버거울 때가 있고, 이마저도 제대로 책임지는 게 얼마나 고된 나날들의 반복이 이어지는 게 많은데 과연 정말 개인에 대한 ‘모든 삶’을 스스로 다 책임지며 산다는 게 가능한 일인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사소한 잘못에도 제대로 사과 한 마디조차 잘하지 못하는 경우들이 종종 있는데 정녕 스스로의 모든 것을 다 책임진다는 게 얼마나 힘겨운 일인 건지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얼마나 버겁고 부담스러운가..


반대로 책임을 지지 않고 그저 개인의 뜻에 충실하여 살아가는 것은 꽤나 즐거울 수 있다. 그렇다. 책임을 지지 않고, 그것도 ‘선택적 책임’만 지고 원하는 것들을 하며 사는 삶은 행복할 것이다. 따라서 미국사회도 선택적 책임, 원하는 책임정도만 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 이런 영향으로 미국 사람들은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고 살아간다.’

누군가를 만나고 누군가와 함께 인연이 되었는데 서로 책임지고 싶은 것만 지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상대방에 대해서도 불신하고 본인에 대해서는 ‘합리화‘를 한다.


미국 기업들은 ‘공채 개념‘이 없다. 왜 그렇다 생각하는 가? 미국에 조금 괜찮고 안전하고 학구열 좋기로 소문난 사립 중고등학교는 ‘추천서’가 꼭 필요한 경우도 많으며, 미국 대학 입시에도 마찬가지로 '추천서'가 필요하고 대학원 입시에서도 반드시 추천서 2-3명 정도 '신분이 확실한 교수님 같은 사람이자 본인에 대해 잘 아는 사람'에게 받는 것을 요구하는 곳이 미국이다. 대부분의 미국 입시나 인터뷰, 중요한 자리에서는 ‘자기소개 및 에세이’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데 왜 그렇다 생각하는가?


미국은 성적이 괜찮으면 들어갈 수 있는 게 아니라 취업이든, 학교든, 인간관계에서든 어디서나 본인에 대한 타인들로부터 괜찮은 사람 인지를 알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괜찮은 사람]이란 본인의 선택에 책임을 지고 살아갈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 그리고 책임 지고 살고 있는 사람을 뜻한다.


자신들이 신뢰할만한 지인이나 신원이 명확한 사람에게서 괜찮다는 평가를 받은 사람이 아니면 기업이나 학교는 그 자들에게 기회를 제한하겠다는 의미인 것이다. 왜냐면 신뢰가 없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같은 인종의 미국인들끼리도 서로 신뢰할만한 사람인지 확인이 되지 않은 관계는 서로 대화도 하고 밥도 같이 먹을 수 있어도 ‘이방인’에 불과한 경우도 많이 있다. 표면적으로는 서로 친하게 잘 지내는 것 같지만 실제로 서로 불신한 관계들이 상당수 존재한다.


평범하고 괜찮은 미국 사람들끼리는 서로가 바라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부디 내가 만난 이 앞에 있는 사람이 평범하고 괜찮은 사람이기를.. 너무 제멋대로인 사람이 아니기를.. 좋은 사람이기를.. 이 자와 인연이 되었을 때 나의 안전이 보장될 수 있기를..

-이 말들로 미국 사람 관계에 대해 정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부디 평범하게 자신의 삶과 선택들을 책임지고 살아가는 사람이기를 바라는 마음.. 너무나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섞인 사회에서 개개인에 대한 자유가 보장된 곳에서 부디 자유와 책임을 제대로 지고 살아가는 사람을 만나고 싶고, 그런 사람과의 교류는 자신의 안전도 보장이 될 수 있기에… 이런 마음으로 일상을 사는 미국 사람들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말 외로운 사람들이 너무나 많았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외로움은 정도는 달라도 갖고 살아가지만, 미국 사람들은 본인의 외로움을 쉽게 사람을 신뢰할 수 없는 분위기라는 이유로 합리화를 하기도 하며, 마약이나 쾌락 같은 선택을 하는 이유도 여러 가지 있지만 이 깊고 해결할 수 없는 ‘외로움’에 서글프지만 토로할 곳이 없으니까..


미국사람들의 많은 경우가 정말 본인이 신뢰해도 될만한 사람이 눈앞에 있고 자신을 드러내도 괜찮고 서로가 자신들의 책임을 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정말 끊임없는 수다쟁이가 되어버린다. 하루종일 몇 시간이고 자신을 오픈한다. 얼마나 말이 고팠으면 그렇게 많은 말을 하면서 자신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지 그 모습들을 보게 되면 자유가 또 다른 구속이 되어버린 게 아닌 가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미국인들은 자신이 믿을만한 사람이 나타나면 그 자체로 너무 감동받고 안심을 하고, 뭐라도 상대에게 해주고 싶어서 자그마한 정성이 담긴 뜨개질 한 목도리 같은 것을 선물로 주기도 하고 진심 어린 편지도 써주고 마음을 표현하려고 노력한다.


따라서 미국사람들은 ‘남 의식’을 굉장히 많이 하고 해야만 합니다.


“나는 괜찮은 사람이며, 나는 선택한 삶들로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것을 그대에게 약속할 수 있고, 그대를 절대로 함부로 해치지 않고 존중해 줄 것이니 안심하시오. 다만, 그대도 나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내가 그대를 믿어도 되는지 의심하지 않게 해 주시오. 서로 정말 믿을 수 있는 인연이 되기를 바라오.”


본인의 행동가짐과 말하는 것들을 포함해서 여러 가지 보이는 것이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이 ‘증명’이 되어야 서로 ‘증명’이 된 사람들끼리 마음을 나누고 안심하며 인연이 될 수 있는 곳이 바로 미국 인간관계의 모토라고 볼 수 있다. 옷차림도 단정한 것을 좋아한다는 글을 이전에 쓴 적이 있는데 이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본인이 나름 성실한 사람인가를 보여주는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남 의식’을 하지 않는 자신의 행동은 무분별해질 수 있다.


미국에 오고자 하는 사람들을 향해  미국 정부는 엄격하게 ‘그들의 명확한 신분 확인’을 요구를 한다. 그것이 바로 ‘비자’ 어느 나라나 비자 검토는 까다롭고 이민, 유학 절차는 어렵지만 특히 미국에서의 비자 검토는 굉장히 엄격하고 철저하게 서류들을 확인하고자 한다. 따라서 오늘도 미국 대사관에서는 방대한 서류와 입증된 잔액증명까지도 요구한다.


이유는 바로 이것일 겁니다.


‘당신이 미국에 들어와서 살아갈 때, 스스로를 도덕 및 법들을 준수하며 책임지고 살아갈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 가? 그렇다면 당신이 그럴 만한 사람인지 ‘증명’해주시오. 당신이 보여준 것들이 ‘증명’이 된다면 이 미국은 환영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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