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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이 Feb 04. 2024

잘못도, 이유도 없는 해고를 당해보았다

미국에서 쓰라린 해고를 당해보다

1. 미 대기업에 입사하자마자 두 달 만에 해고당한 내 친구

2. 몇 년 동안 적자만 기록하고 성과가 없어 망할 뻔한 미국 중소기업을 입사하자마자 단 6개월 만에 흑자로 갱신시키고 최고 성과를 내어 기업을 살려낸 경력사원을 해고시킨 대표

3. 친절 사원으로 소문날 정도로 열심히 일 했던 나를 당일 해고시킨 매니저


 이 세 가지가 실제 일어난 것이라면 믿을 수 있겠는가? 막상 겪어보면 담담히 받아들여야 하는 일들이 되어버린다. 해고를 그저 받아들인다니 아무 잘못도 없는데 말이다. 미국문화 중 해고 문화가 있는 것을 알았지만 그 문화를 직접 겪게 될 줄은 몰랐고 어떻게 이 상황을 수습해야 하는지, 해고를 당한 지인들에게 어떤 위로를 해야 하는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이 세 경우 중 내가 직접 속한 3번의 사건은 그저 학교 아르바이트에서 일어난 일인지라 마음이 무너지거나 그러진 않았다. 당장 내 입장에서 보면 그만두게 되어도 아르바이트는 또 다른 일을 찾아보면 되는 수준이니까 나름 괜찮았다. 물론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고 두 달 동안 친절사원으로 손님들이 투표해 주시고 같이 일하던 동료들도 나에게 일을 잘한다며 항상 좋은 평가를 주었고, 날 고용했던 매니저도 매번 긍정적으로 평가해 왔다. 보통의 한국인 성격답게 아르바이트 어디든 사실상 신속하고 정확하게 한다면 누구나 이런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근무 시간에 단 한 번의 지각도 한적 없던 나를 항상 좋게 여겨준 매니저가 어느 날 “당분간 그만 두면 좋겠다”는 통보를 해버렸다. 나는 그 매니저에게 물었다.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잘못한 게 있나요? “


잘못도 이유도 없어, 회사 사정상 너는 오늘부터 그만 두면 좋겠다.

그렇게 난 유니폼을 그 자리에 두고 나와버렸다.


전 세계적으로 전자 분야로 유명하고 영향력 있는 미 서부에 위치한 대기업에 미국 공대 박사학위까지 있는 사람이 입사하자마자 회사 경영 자금 문제라며 약 두 달 만에 해고를 당하고 말았다. 이 사람과 잘 아는 사이였던 나는 그 소식을 듣고 너무 마음이 아팠는데 차마 어떤 말로 위로를 해야 하는지 조차 알지 못해서 너무 조심스러웠다. 이 친구는 원래 남부에 있다가 서부로 그 회사 주변으로 이사하는 데만 6개월 정도가 걸렸다.


이삿짐센터가 잘 없는 미국인지라 자신의 귀중한 물건, 살림할 것들을 미리 짐을 싸서 자가 차로 24시간 정도가 넘는 곳을 직접 운전하기도 하고 때로는 비행기로 오고 가며 옮기면서 살 집도 직접 알아보러 다니느라 그렇게 고생을 한 것이었다. 이런 고생을 해도 웃으며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미 대기업에 취직을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본격 회사를 들어가자마자 경영, 자금 문제로 그를 포함한 여럿 해고를 당해버렸다.


2번째의 사건은 거의 약 6년 동안 아무 실적도 내지 못하고 적자만 날리고 회사 사원들도 의욕 하나 없이 기싸움만 가득했던 미국 백인 여자가 대표로 있던 중소기업에 내 지인은 입사를 했다. 나의 지인은 취업비자로 일단 고용이 되었고 향후 5년 동안 근무하기로 그 중소기업 대표는 지인에게 서류로도 약속했고, 추후 영주권도 해주겠다고 했었다. 이 지인은 한국에서 직장을 다니다가 누군가의 소개로 그 중소기업의 대표와 연락이 되었고, 경력이 충분했던 지인에게 그 대표는 인터뷰하자고 제안을 했으며, 이후 취업비자를 진행시키고 미국 대사관에서도 단번에 합격도 해버렸다. 그 지인은 부부였고, 그 지인과 아내께서는 미국에 오기 전에 온갖 이삿짐을 몇 번이고 정리를 했어야 하며, 살고 있던 아파트도 정리했고, 입사일에 맞춰서 그들은 미국으로 입국했다. 그 지인은 입사하자마자 놀라운 성과를 내기 시작했고, 경력이 대략 20년 정도가 된 분야인 데다 특유 한국인의 불굴의 의지, 새벽 5시부터 근무하면서도 회사가 적자니까 새벽시간에 근무한 건 돈 주지 않아도 된다고 하면서까지 최선을 다해 일을 했다. 그는 시차 적응도 못한 상태에서 그렇게 성실하게 일을 했으며, 그 지인은 입사한 지 약 두 달 정도만에 회사 분위기 자체가 달라져 있었고 화기애애하며, 서로 여러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해보려는 의지가 생기도록 했고, 그 지인의 아내분은 때때로 회사사람들의 입맛, 알레르기 등을 다 고려해서 맛있는 음식도 자주 해주며 사람들을 격려해 주었다.


그 지인이 제안하고 기획한 프로젝트들은 모두 성공했고 그 회사의 암울했던 적자를 흑자로 단 6개월 만에 전환시켜버릴 정도였다. 영업 성과가 그 지역에 해당하는 고객들한테 60% 정도 성공을 했으며, 그런 지인의 재능과 노력을 그 기업의 대표이자 미국인이 매번 감격하고 있다며, 덕분에 회사가 드디어 빛을 볼 것이며 너무 고맙다는 말과 함께 그 지인을 대표는 여러 초대도 하고 밥도 같이 먹고, 계속 부디 이 회사에 남아주시길 바란다는 말과 함께 영주권 진행을 이제부터 해보면 좋겠다고까지 했었다.


그러나 그 지인은 1년이 지나고서 부당해고를 당하고 말았다. 그 회사 미국인 대표는 그 지인에게 월급을 올려줄 수 없다며 그 지인의 성과와 노력은 좋지만 바로 그날 해고를 시켜버렸다.

한마디로 위기의 기업을 살려냈더니 단물만 먹고

이용만 하고.. 그렇게 사람을 버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 지인은 그렇게 노력하고 좋은 성과도 낸 훌륭한 사람이었지만 그저 그 회사 대표의 월급 논의 중 그날로 해고를 당했다.


그 지인은 그 후 두 달 만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갔고 당장 지낼 집도 없어서 게스트하우스 같은 곳에 한 달 지내면서 월세 집을 알아보게 된 계기가 되어버렸다.

이 두 사람에 대한 사건을 어떻게 잘 아는 가 싶겠지만 이 지인이 다니던 대표 밑에서 나도 학교와 연계된 곳이라 논문 쓴다고 연구하면서 같이 일을 했기 때문에 알 수밖에 없었다.

얼마나 냉정하고 단 건 먹고 쓰면 바로 버리는 게 미국 기업 문화라는 것인가..


냉혹한 개인주의이자 갑질의 끝판왕인 것 같다.


새로운 열정, 그리고 도전, 기회가 있는 땅이라던 미국은 해고도 마음껏 할 수 있는 나라이다.


이 해고..

누가 입사할 때 해고를 생각하고 목표 계획을 다 정할 수 있는가.. 다들 열정을 가지고 성실히 살아보려는 마음으로 도전했을 일들의 대가가 그저 이런 해고라니..


무슨 잘못을 하거나 사고를 쳤다던가 그런 것도 전혀 아니다.


그저 해고를 당한다. 그게 문화이다.

그러나 문화라고 하기엔 너무 큰 갑질이다.

이런 일들을 알게 되고 겪게 되면

열심히 일할 마음, 열정 같은 건 생각하고 싶어지지도 않는다.


뭘 해도 해고를 당할 수 있는데 아니 뭘 하지 않아도

그저 언제든 해고당할 수 있는 그 마음에

어느 순간 열정 같은 건 생각하고 싶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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