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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이 Feb 20. 2024

사소한 일상이 귀한 미국

사소하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은 이야기

사람들의 평소 생활 패턴은 조금은 차이가 있지만 모두가 어지간하면 추구하는 것은 잘 먹고 잘 쉬고 일도 하고 이런 평범한 것들일 것이다. 어쩌다가 한 번씩 큰 이벤트를 보기도 하지만 그렇게 쉽게 다가오는 기회도 아닐뿐더러 그런 이벤트 또한 일상이 안정적일 때 비로소 즐길 수 있는 것이라 인간의 기본 삶에 가장 중요한 건 이 사소한 일상이 잘 유지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우선 이 사소한 일상의 리스트를 조금 얘기해 보자면,


밤낮 걱정 없이 걸을 수 있는 일상부터 시작하고 싶다.

사람의 시작과 끝은 어딘가로 향하는 발걸음이라는 과정이 있어야 완성될 수 있다. 그만큼 언제나 걸을 수 있는 환경은 굉장히 중요하다.


흔히들 어디나 밤 길은 조심해! 같은 말은 들어보곤 했지만 미국에서는 정말 밤에 다니는 건 조심해야 한다. 총소지를 불법적으로 하는 사람도 많이 있고 생각보다 밤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도 제대로 대처할 수 있는 기회가 적기 때문이다. 땅이 넓은 게 장점이지만 단점인 게 어떤 피해를 입을 경우 도움 닿기가 너무 멀 수 있고 곳곳에 마약 범죄도 굉장히 흔하고 밤에는 슬렁슬렁 꽤 좋은 지역이라 해도 꼭 안전할 거란 보장이 없는 게 미국의 현실이다. 그래서 보통 미국에서는 낮에 많은 일들을 해결한다.


그러나 사람은 언제나 길을 걸을 때 무서움보다는 괜찮은 마음으로 다닐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사람마다 때로는 낮이 아닌 밤이 되어서 걸어야 할 의지가 생기기도 한다. 웅크렸던 낮과 달리 겨우 밤이 되어 정신을 가다듬고 뭐라도 해보려고 나아가고자 하는 걸음이 안전하지 않은 치안이란 이유로 제한된다면 얼마나 서글플까 생각해 보게 된다.


두 번째, 차가 없이도 다닐 수 있는 안전한 대중교통의 시스템도 중요하다. 미국도 우버 같은 제도가 도입되고서는 차가 없이도 다닐 수는 있지만 생각보다 이 우버 비용이 비싸다는 게 함정이다. 또한 대중교통이 어느 시간이나 어느 지역들은 안전하지 않아서 되도록 혼자 이용하는 건 위험할 수 있고, 또 유명한 뉴욕의 지하철, 시카고 전철 등 이런 곳들은 상당히 지저분하다. 사람 팔뚝만 한 쥐도 많이 다녀서 소름 돋을 때가 많고 전철 안이나 복도에 찌른 냄새 등이 진동을 한다. 또한 안전 칸막이가 없어서 아시안 혐오가 코로나 때 진행했던 시기에 일부 아시안을 전차가 다니는 길로 밀어버리는 범죄 행위도 꽤 있었다. 뿐만 아니라 중간에 잘 멈추기도 하고 이용하면 할 수는 있지만 되도록 자가용이 더 안전하고 어딘 가를 갈 땐 미국에서는 신발이 곧 자동차라서 필수이다. 그래서 미국에선 건강치 못한 노년층들도 운전을 하고 다닌다.


내 지인인 백인 할머니께서는 연세가 70이 넘으셨는데 호흡기를 끼면서 운전을 하고 다니신다. 남편분이 사별하신 후 혼자 사시고 자식들은 타주로 독립해서 때론 우버도 이용하지만 너무 비싸서 결국엔 운전하고 다니시는 분들이 계신다. 좋은 대중교통이 동네에 좀 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계셨다. 그러나 미국에선 이 마저도 개인이 알아서 하는 게 맞지..라는 말과 함께 이런 몸으로 평생을 차를 몰고 다니는 게 피곤하다며 씁쓸한 표정을 짓고 계셨다. 젊을 땐 누구나 차로 운전하고 다니면 되겠지 싶지만 어느 순간 나이가 들거나 몸이 편찮아지면 결국 운전을 대신할만한 대체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게 바로 대중교통이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행복한 급식이 나오는 미국 초중고 학교가 많아지는 일상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최상위권 학교들 중 좋은 음식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미국 평범한 초중고는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거나 학교에서 피자, 치킨 너겟, 감자튀김 같은 음식이 급식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이 있다.

모두가 어릴 때부터 성장하면서 굉장히 많은 시간을 지내는 곳이 바로 학교이고, 이 학교에서 공부도 중요하지만 먹는 것도 중요하다. 도시락도 샌드위치나 치즈, 과자 등이 주식인 아이들의 급식 생활 만족도에 관해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다.


그 아이들 대부분이


학교가 먹으러 오는 곳은 아니지만 그래도 좀 다양한 음식도 먹고 싶다는 반응


어떤 미국의 한 고등학생은 [자기가 먹어온 음식이 햄버거, 피자, 샌드위치, 맥엔치즈 같은 게 대부분이라 새로운 음식을 보면 낯설어서 잘 시도를 못한다며 아마 조금이라도 더 어릴 때 다양한 음식을 시도하는 게 습관이 되었다면 많은 음식들에 열린 마음이 있지 않을까]라는 속마음을 이야기해 주었다.


나의 한국 급식 시절의 생활을 한번 돌이켜봤다. 매일 같이 친구들과 무슨 메뉴 나올지 급식표를 보면서 쉬는 시간에 떠드는 재미도 있었고 좋아하는 반찬이 나오는 날엔 빨리 더 먹고 싶어서 줄 서려고 교복 치마를 입고서도 친구들이랑 깔깔 거리며 뛰어가던 추억이 있다. 급식들이 다양한 메뉴로 나오고 가격도 저렴했고, 정부 정책의 변화에 의해 어느 순간부터는 급식이 다 무료로 제공이 되었던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가끔 세계요리 라면서 다른 나라의 전통 간식도 한 번쯤 나와서 간접적으로 체험해 볼 수 있었다. 꼭 이런 게 아니더라도 한국에서 대부분의 미성년 시절 때 골고루 야채를 포함한 다양한 메뉴를 이미 접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먹으러 가는 즐거운 일상도 있었던 게 나의 학교 생활이었다. 이 먹는 게 별거 아닌 것 같아도 몸과 마음에 중요한 영양분이 된다. 시험 본 날에 맛있는 급식 나오면 그걸로도 기분이 풀리고 행복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고, 일상에서 특히 어릴 때 다양하고 든든한 밥심을 체험하는 것도 중요한 것이다. 또 자신이 과거를 회상하고 추억할 때 또는 앞으로 미래를 살아갈 때도 어떤 음식들은 매개체가 되어주기도 한다.


학생 때 먹었던 좀 맛이 없던 카레라 해도 그 이야기를 성인이 된 후 동창이나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면 밍밍했던 그 카레조차 학창 시절의 소중한 공감대가 되어주기도 한다.


여기에 나열된 게 아니더라도


사람은 매일 먹고 걷고 잠을 잔다. 이런 일상이 작고 별 것 아닌 것 같아 보여도 이 작은 일상이 무너지거나 흔들리고, 불안해지면 그 순간부터는 자신의 꿈, 목표도 흔들리게 된다. 사소한 일상, 별 것 아닌 일상은 자신의 평소의 삶을 지탱해 주는 중요한 자원이다.


사실상 사람은 꿈이나 목표가 없이는 살 수가 있다. 그러나 이런 자잘한 일상의 안전성이 없으면 살아가기가 너무 힘든 게 사람일 것이다. 목표를 이루고 사는 것 또한 자신의 일상이 괜찮을 때 도전할 수 있는 것이지, 자신이 걸어 다닐 길이 어느 때에 외부 요소로 인한 강제적인 제한이 걸린 다면, 그런 이유로 더 나아갈 길에 불안함을 겪을 수 있다면, 상실감은 더 커질 것 같다.


꿈을 이루지 못한 상실감보다 자신의 작은 일상마저도 흔들린다는 그 상황에 대한 상실감..


미국사람들 중 많은 이들이 불안감을 느끼고 살지만 그러려니 하며 지내는 경우들을 볼 수 있다.

어디나 다 만족할 나라나 지역은 없다. 그렇지만 이런 일상만큼은 지켜질 의미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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