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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이 Feb 19. 2024

불안함 속에 자유라 말하는 미국

자유라 보이지만 스스로 구속하는 미국


미국에서 자유롭고 개인주의 문화라는 건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 사전적인 정의가 아닌 진짜 사람들의 삶의 태도와 가치관에 따른 의미가 담긴 뜻이 무엇인가를 알고자 하는 질문이다.


먼저 앞서 말한 의료서비스 역시도 개인이 알아서 건강을 챙기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러나 실상은 아픈 개인이 스스로 돌볼 경제력을 매번 갖춘다는 건 쉬운 일이 절대 아니다. 또 아파야만 의료서비스를 이용해야 하는가? 젊고 건강할수록 때로 건강검진도 받으며 자신을 돌볼 여력이 필요한데 이럴 때마다 개인이 개인의 의료를 책임질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상당할텐데 이 또한 자유와 개인주의에 포함될 요소일까?


치안이 비교적 좋지 않은 미국. 좋은 지역도 있지만 빈부격차에 따른 치안의 안 좋은 지역들이 존재한다. 모두가 좋은 지역에서 살고 싶겠지만 그렇기에는 개인이 돈을 잘 벌어야 한다. 좋은 지역인 만큼 비싼 집값들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조금 안 좋은 지역들은 집값이 비교적 저렴하다. 그렇다면 당장 사회초년생이나 집안의 서포트가 없는 젊은이들을 비롯한 사회 지원이 다소 필요한 사람들에게서 선택지는 생각보다 좁을 수밖에 없다.


돈을 많이 벌면 된다 하는데 최소 중산층까지 가려면 사회초년생들에겐 거기에 해당될 시간이 나름 필요하다.


물론 대출 같은 제도도 물론 있지만 이런 것 역시도 크레딧 점수가 증명이 되어야 하는데 돈이 좀 없는 유학생들이나 보통의 미국인들도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라서 부모님들의 도움이 없이는 힘들다. 그렇다면 부모의 형편에 따라서 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어느 나라나 이런 격차는 존재한다. 경쟁 사회이고 자본에 따른 사회적 위치에 영향이 있는 건 자연스러운 사회 현상이다. 이걸 가지고 부당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본인이 최선을 다한 만큼 또는 경쟁력이 있다면 그에 준하는 사회적 위치에 도달함에 따라 좋은 경제력을 갖추는 건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사람이 살다 보면 언제나 삐끗할 수 있다. 아무리 건강한 사람도 한순간에 몸이 안 좋아질 수 있고 그러다 보면 경제력을 잃을 수 있다. 또한 잘 나가던 사업에 사기를 당한다던가 예상치 않은 사회적 변수들로 하루아침에 빈곤한 위치로 내려올 수도 있다.

이를 누구보다 나는 잘 알고 있다.


우리 집도 사실 괜찮은 평범한 집안이었고 부모님은 언제나 노력하시고 수익도 좋으셨지만

어떤 계기로 인해 어느 날부터 가난해졌다.

나는 이렇게 된 것이 부모님 잘못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힘든 일을 겪으셨음에도 나에 대한 부모님의 정신적 지원은 한결같아서 우리 집안의 상황에 대해 아쉬움은 있어도 크게 원망 같은 것이 없었다. 또 한국에서는 가난해서 집값이 조금 저렴한 지역에 살아도 크게 치안이 차이가 나지 않아서 일상에 대해서는 안심하고 지낼 수 있었다.


그러나 미국에선 다름을 체감한 적이 있었다.

나는 미국에서 대중교통이 너무나 불편함에도 대낮에 필요하면 이용하고 다녔다. 뉴욕 같은 지하철이 있

는 지역이 아닌 버스와 기차뿐이라 특히 버스는 온 동네를 돌아다니는 것도 있었는데 타고 가다 보면 주변환경이 창문으로부터 보인다. 그리고 그 동네에 버스가 서있고 그 버스를 타기 위해 타는 사람들의 형태를 보면 사실 겁이 났었다.


마약 하는 사람들이 눈이 풀리고 헛소리 하면서 타는 경우도 봤었고 어느 몇 군데 지역에 대다수가 몰려있었는데 그들 무리 중 버스를 탈까 봐 걱정이 된 것이다. 이뿐 아니라 이런 사람들이 몰려있는 지역은 뭔가 희망이 없어 보였고 유리도 온 군데 깨져있고 누군가는 길바닥에 누워있었다. 누군가는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마약 하는 사람에 대해서 사실 개인적으로 비판적 시선을 갖고 있다. 그들의 선택으로 한 마약이라면 그들의 잘못임을 알지만 그런 사람들이 모인 지역은 집값이 저렴했다.  이런 지역 대부분은 어떤 회사가 있거나 일을 할만한 곳도 없어 보였다. 마트도 제대로 있지 않았다.

여기에 모인 사람들은 그저 자기들끼리만 살아갈 수밖에 없고 정부의 지원이 있다한들 제대로 된 인프라가 없다 보니 그곳에서 계속 고여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만약에..


누구의 잘못이 아님에도 누군가는 어려운 상황을 겪을 수 있다. 미국에서도 취약층에 대해 지원해 주고 어느 정도 생활 할 수 있는 공급이 있지만 그럼에도 힘든 상황에서 보이지 않는 창살이 있는 곳에 살아가는 것 같은 그들의 일상..


잘 살던 사람도 일자리를 잃는다면, 또는 건강을 많이 잃게 된다면, 물론 주변에서 좋은 정보를 주거나 도움을 준다면 또 극복할 수는 있지만 그렇지 못한 혼자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그 사람들 중 한푼이 쉽다보니 저렴한 동네로 갈 수 밖에 없게 된다면?


이라는 의문이 들었다.


개인이 다 알아서 하라는 건 자유로운 일이다.

그러나 정부가 제대로 치안 관리를 잘하지 않거나 손을 쓸 수 없다는 이유로 그런 지역에서 살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그저 알아서 자유롭게 살라는 건 사실상 방치이다.


물론 어지간한 사람들은 이런 빈곤까지 겪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혹여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는 어려운 환경에 놓인 경우, 최선을 다해 살았지만 어느 한순간들로 힘겹게 살아가야만 하는 사람들도 치안이 좋은 곳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는 것일까..


의문이 든다.


개인이 다 알아서 하는 자유 속에


개인이 개인의 건강, 경제활동, 이동수단, 치안 이 모든 것이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또 하나의 보이지 않는 구속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민주주의, 자본주의는 꼭 삶에 필요한 이념이다. 나는 개인의 자유로운 생산활동, 추구하는 가치관 이런 것들은 분명 존중되어야 하는 것에는 100% 동의한다.

개인이 열심히 한다면 뭐라도 할 수 있는 그런 환경 너무 찬성이다. 개인의 역량에 따른 경쟁력을 갖춘 사람이 그 만한 부를 누리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무리 최선을 다하고 살다가도 개인이 개인을 돌볼 수 없는 시기가 살다 보면 올 수도 있다. 그런 날이 살다 보면 한 번쯤 겪을 수 있는 데


과연 이때마저도 자유롭다 얘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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