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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이 Feb 13. 2024

예의상으로 사과하다가 어느 순간 눈물 나는 미국

미안하다는 말 해도 될 때만 하세요.


Excuse me. 같은 사과가 아닌 진정한 사과도 들어보고 싶지만 생각보다 귀한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미국 사람들은 표면적으로 미안하다는 말을 잘 쓴다. 뭐가 조금 늦거나 누군가와 부딪혔다던가 문이 열려있는 걸 닫고 싶을 때 양해를 구한다던가 이런저런 자잘한 상황에 있어서는 참 사과를 잘하는 편이다. 그래서 친절해 보이고 고마울 때도 있었고 마음을 누그러지게 하는 사과들로 인간관계에서 더욱 좋은 점들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말 ‘결정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에서 누가 봐도 사과를 해야 하는 경우일 때는


[사과를 하지 않는다]


회사에서 어떤 데이터 자료가 날아가는 일이 있었고 그것은 어떤 사원의 잘못된 관리에서 일어났다. 그렇다면 보통 이런 일들이 있었다고 함께 일 수습을 할 수 있도록 전달사항이 있어야 하는데 이를 끝까지 숨기고 있었다가 이후 그 데이터 자료가 필요했던 그 회사에서 많은 사원들은 한동안 난리가 났었다. 그럼에도 이 일에 대해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던 사원, 그러나 그 사원과 친했던 동료가 예의상 사과를 해주었다. 그 후 사과를 했던 동료가 그 사원 대신에 일 수습을 하고 책임을 지게 되었다. 물론 모든 이들이 이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중대한 결정과 책임의식이 필요한 자리에서는 사과하지 않으며, 그 사과를 하므로 인한 파장들이 버겁다 생각하는 부류들은 빙빙 말을 돌리며, 본인의 잘못을 슬쩍 감춰버린다.


또 교통사고를 낸 상대방의 과실이 100%인데도 불구하고 예의상 피해자가 좋은 게 좋은 거라며 괜찮은지, 이런 일이 생겨 유감이란 표현을 하기 위해 말한 ‘사과’는 피해자가 모든 책임을 지게 된 불리한 상황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피해자는 이런 일로 소송도 해야 했으며, 정신적으로 피로한 일을 경험하고 말았다. 죄송하다는 말을 하는 사람이 너무 힘든 상황이 생기고 만다.


어떤 이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도중 그릇을 깼다. 이것 정도는 미안하다 하고 다시 그릇을 사던지 수습하면 되는 것을 그 그릇을 왜 어느 위치에 둔 탓을 하며 자신의 잘못은 끝내 사과하지 않았고 그 자리에서 그는 유니폼을 던져버렸다.


다른 지역에 출장 몇 박 정도 꽤 긴 시간을 가야 했는데 그곳에 위치가 괜찮은 카페가 있었는데 나는 시간만 나면 그 카페를 갔었다. 그러다 보니 나와 그 카페 주인은 꽤 친했졌고 서로 인사도 나누고 마음의 문이 열린 카페 주인과 연락처도 주고받았다.


어느 하루, 나는 다시 카페를 갔고 커피와 작은 빵을 시켰는데 한가한 시간대라 카페 주인이 속상한 일이 있다며 같이 수다를 떨었다.


그 카페 주인은 자신이 고용했던 아르바이트생이 물건을 자꾸 훔치고 돈도 훔친다는 말을 했는데, 증거를 잡고 나서 들이대며 왜 훔치는지 물어보니까 그 아르바이트생은 사과는커녕 그곳에 제대로 배치가 안 된 탓이니 가져가도 되는 건 줄 알았다는 둥 핑계만 대서 화가 나는 것을 참느라 힘들었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카페 주인에게 왜 그는 사과를 하지 않죠?라는 말에


사과하면 그 말에 상당히 책임져야 할 일이 생기니까, 자신도 미국인이지만 미국사람들은 자잘하고 사과하지 않아도 되는 일에는 익스큐즈미 또는 미안하단 말을 잘하지만 막상 뭔가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오면 증거가 있어도 사과를 잘하지 않는다. 경찰에 신고를 해도 사실 이런 자잘한 것 정도로는 그리 잘 해결해주지도 않고 어지간한 일은 알아서 개인이 해야 하는 거고 또 경찰 부르는 것 자체도 무섭기도 하고...라는 말과 함께


 그 카페 주인은 사과도 용기와 책임지는 사람이 하는 거지.. 하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게 미국 사회 문제라 생각한다고 말하던 카페 주인의 모습이 잊히지 않았다.


정작 사과하지 않아도 되는 사소한 일엔 사과를 한다.

그러나 사과를 해야 할 땐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과를 한다는 건 용기와 책임 질 각오도 한다는 것인데 그 말에 동의한다.


그러나 그릇을 깼다던가 무엇을 훔쳤다던가 그럴 때 순간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하면 괜찮은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또는 순간적으로 욕심이 났다는 솔직한 사과를 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는 게....


조금 씁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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