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넛 오일 - 비건 라이프
요가인 중에 비건을 찾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고 이들에게는 베지테리언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문화가 있다. 직장생활을 하는 채식주의자들로부터 점심시간과 저녁 회식자리에서의 곤란함을 익히 들어왔고, 채식주의자 팀원이 있을 때 메뉴 선택의 불편함에 대해서도 그 못지않게 들어온 터라 소수를 존중해주는 문화 자체만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인도 마이소르의 아쉬탕가 요가 스승인 샤랏 조이스의 <에이지레스 Ageless>에는 ‘고기는 요가에 헌신하는 사람들에게 나쁘다’고 기술되어 있다. 육식은 파탄잘리의 요가 수행 8단계 중 1단계인 야마의 ‘아힘사(비폭력)’의 근본 원리에 반한다. 또한 그는 ‘기억과 감각을 가지고 있는 다른 생명체를 죽여서 먹는 것’에 반대할 뿐 아니라 공장식 축산에 필연적으로 포함되는 해로운 화학물질과 항생제를 경계한다.
비건이 된 계기를 물었을 때, 선생님은 수련이 깊어짐에 따라 몸이 원하는 소리를 들은 것이라고 대답하셨다. 수련을 하다 보면 여러모로 가벼운 몸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채소는 육류보다 소화가 잘되고, 속도 편하다. 체중을 2킬로그램만 줄이면 내 무거운 몸을 번쩍 들어 멋지게 핸드 스탠드를 할 수 있을 것 같고, 마리치아사나D에서 등 뒤로 손이 안 잡힐 때는 뱃살, 등살만 없어도,,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강아지를 키우면서부터는 동물권과 공장식 축산의 문제점을 듣고 그냥 넘기는 것이 쉽지 않았다. 내가 매일 쓰다듬고 있는 이 동물도 기쁨과 슬픔을 느낄 수 있고 감정이 있다는 것을 직접 보면서, 이 작은 생명들의 고통에 내 몸이 움찔거리고, 가슴이 철렁한다. 난 이제 동물에 관한 한 한 없이 약자이다.
그중 하나가 우유를 염가에 대량 생산하기 위한 과정인데, 암소에게 기계를 부착해 악착같이 젖을 짜내는 이 과정이 굉장한 스트레스라 젖소는 원래 수명의 25년은커녕 4~5년 만에 만신창이가 되어 자기 발로 설 수 조차 없게 된다고 한다. 더 기가 막히는 것은 소를 강제로 임신시키는 과정인데, 사람이 한 손을 소의 항문을 통해 직장 안으로 집어넣고, 다른 한 손은 성기 안으로 넣어 자궁입구에 인공 수정관을 넣는다. 당연히 반항하는 암소를 제압하기 위해 결박하는데 이것을 부르는 이름이 '강간대 rape rack'라고 했다.
이렇게 폭력적인 버터, 크림, 치즈, 요거트를 먹는 것이 더 이상 행복하지 않았다. 우유의 대체품은 충분히 많고, 캐슈넛이나 양송이버섯을 이용해 만드는 비건 크림소스도 훌륭하다. 버터 대신 먹는 아몬드버터, 코코넛 오일도 뒤지지 않는다.
코코넛 오일은 가히 만능이라 할 수 있는데, 겨울이면 23도 이하의 온도에서는 하얀색으로 굳는 특징 때문에 단단해지지만 여름이 되면 투명한 액체로 변한다. 특유의 달콤한 향 덕분에 어떤 볶음 요리에 사용해도 좋고, 냉장고에 넣어서 굳혔다가 버터처럼 빵에 발라먹기에도 좋다. 피부에도 사용할 수 있어서 헤어 에센스로 바르거나, 얼굴이나 몸에 바르면 그 부드러운 향이 기분 좋게 해 준다. 향뿐 아니라 보습효과, 피부 재생효과도 탁월해서 아로마테라피에서는 비누를 만들거나 페이스크림, 연고 등을 만들 때도 활용된다.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와서, 채식을 하면 요가를 잘할 수 있을까?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더 게임 체인저스> 라면 ‘그렇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이 영화는 채식(plant-based diet)을 한 후 기록과 기량이 높아진 미식축구 선수, 사이클 선수, 육상선수, 울트라마라톤 선수 등을 보여준다. 채식으로 바꾼 후 몸의 염증 수치가 낮아지고 회복력이 높아진다는 실험 결과를 보고 나면, 채식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아니, 당장이라도 바꿔야 할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0년 이상 고수해 온 식습관과 저탄고지, 단백질 신화를 깨는 것이 두려운 나 같은 사람을 위해 김한민 작가는 <아무튼, 비건>에서 다음과 같은 옵션을 제시한다.
1) 고기 없는 주말
2) 내 돈 주고 사 먹지는 말기 혹은 몰래 하기
3) 66퍼센트 비건: 세끼 중 두 끼를 채식으로 하는 방법
4) 페스코 베지테리언: 생선과 해산물은 먹는 채식
5) 락토-오보 베지테리언: 달걀과 유제품은 먹는 채식
나는, 아직은, 비건이 아니다.
매주 월요일에 만나요
글: 에디 (http://instagram.com/edihealer)
그림: 제시 (https://instagram.com/jessiejihye25)
참고한 책과 영화는 아래와 같습니다.
김한민, <아무튼, 비건>
존 맥두걸, <어느 채식의사의 고백>
콜린 캠벨, 토마스 캠벨 <무엇을 먹을 것인가>
<더 게임 체인저스 The Game Changers>(2018) : 넷플릭스 시청 가능
<Let us be heroes> (2018) : 유튜브 시청 가능
<H.O.P.E What You Eat Matters> (2018) : 유튜브
<몸을 죽이는 자본의 밥상 What the Health>(2017) : 넷플릭스
<카우스피라시 Cowspiracy> (2014) : 넷플릭스
<칼보다 포크 Folks over knives> (2011) : 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