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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모든 것이 자연스러웠다

머틀 아로마 - 요가 라이프

by 요가언니



작년 9월에 시작된 호주의 산불이 지금까지 5개월째 지속되고 있고 이미 서울의 60배에 달하는 면적이 불에 탔다는 기사를 읽는데 내 가슴이 타들어가는 느낌이었다. 화상치료를 받고 있는 캥거루와 코알라들, 대피해있는 조랑말들의 눈도 이렇게 슬퍼 보이는데, 생활의 터전을 빼앗겨 갈 곳을 잃은 이들의 상실의 깊이를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내가 감히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자연의 풍성한 아름다움 그 자체였던 호주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재앙을 통해 자신의 위험한 힘을 깨우쳐주는 듯하다.


호주는 여러모로 나의 라이프스타일에 영감과 영향을 준 곳인데, 처음으로 서핑을 배운 곳이고 (서핑을 시작한 후 패션, 외모, 화장에 대한 가치관이 바뀌었다), 요가를 내 삶 깊숙한 곳까지 안내해 준 곳이며, 아보카도 반쪽을 올린 토스트와 플랫화이트 한잔의 작고 평범한 기쁨을 통해 음식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준 곳이다. (난 예의를 갖춰 먹는 정찬의 품위를 찬양하던 사람이었다.)


첫 호주 여행을 갔을 때 그곳은 40도를 육박하는 한 여름이었는데, 본다이 비치의 그와 그녀들은 나이와 상관없이 수영복 차림에 서핑보드를 들거나, 레깅스 차림에 요가매트를 메고 있었다. 젊은이들은 젊은대로 탄력 있는 몸을 빛냈고, 나이 든 사람들은 나이 든 대로 흰머리와 주름진 살결을 근사하게 내보이고 있었다. 공통점은 적당히 그을린 피부와 당당한 자세였다.


경쾌하고, 자유롭고, 활기차고, 건강했다.

무엇보다 모든 것이 자연스러웠다.


명품 원피스를 입어 모래 위에 드러눕지도 못하는, 백인들보다도 허여멀건한 나는 그 장면에 낄 수 없었다. 그때의 나는 피트니스센터 GX로 요가를 했었는데, 이는 매트 필라테스, 스피닝, 요가 중 시간이 맞을 때 듣는 프로그램 중 하나일 뿐이었다. 하지만 열흘 남짓의 여행 동안 요가매트를 멘 시드니사이더들을 볼 때마다 신기하게도 내 모습이 겹쳐져 보였다. 요가가 앞으로의 내 삶에 깊이 들어올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선데이 마켓에서 본다이 비치의 파도가 출렁이는 요가매트를 덥석 샀다. 필요도 없는 요가매트를 어깨에 둘러메고 그들처럼 걸어 다녔다. 요가매트는 서울에 돌아온 후에도 꽤 오랜 시간 말린 채로 방 밖으로 나오지 못했지만, 결국은 나의 첫 아쉬탕가 수련을 함께하는 영광을 차지했다.


빨간색으로 'XX피트니스'라 쓰여 있는 회색 반팔티와 남색 반바지를 입고 요가를 하던 내가 첫 요가복을 산 것도 그 여행에서였다. 아무도 엉덩이와 허벅지의 셀룰라이트가 부끄럽다고 생각하지 않는 듯, 그들은 당당하게 배와 엉덩이를 내놓고 다녔다. 펑퍼짐한 피트니스센터의 운동복으로 뱃살, 허벅지살, 팔뚝살을 가리기에 급급하던 나는 시드니사이더들의 셀룰라이트를 보며 묘한 우월감을 느꼈고, 근거 없는 자신감을 얻어 레깅스와 브라탑을 샀다. 기분 좋게 몸을 잡아주면서도 편안하게 움직일 수 있는 요가복을 입게 되면서부터 내 몸을 사랑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내 몸의 곡선은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답다는, 내 몸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을 갖게 되었다.


한창 아로마테라피에 빠져있을 때 간 호주 여행에서는 호주의 대표적인 아로마인 유칼립투스뿐 아니라 그곳에서만 살 수 있는 레몬 머틀, 허니 머틀, 쿤제아 아로마를 찾아내는 수확을 얻었다.


그중 허니 머틀 아로마는 레몬향의 상쾌함이 기분을 끌어올려주는 것에, 허니의 달콤한 향이 더해져서 신선하면서도 포근한 느낌이 난다. 허니 레몬티를 마실 때의 느낌을 상상해보면 된다. 상쾌하고 따뜻한 향은 기분을 업시켜서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줄여줄 뿐 아니라 마음을 깨끗하게, 그리고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준다. 공기정화 효과가 탁월해 오일버너에 넣어 분사하기도 하고 바디오일이나 바디로션에 한두 방울 떨어뜨려 하루 종일 그 향과 함께 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머틀 오일은 족욕에 적합하다. 따뜻한 물을 통해 공기 중으로 퍼진 아로마를 코와 폐로 흡입하는 동시에 피부로 아로마의 좋은 성분을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발의 수많은 반사점을 부드럽게 마사지까지 해준다면 회복력을 더 빠르게 높일 수 있다. 특히 겨울에 하는 따뜻한 머틀 족욕은 몸과 마음을 어루만지고 위로해주는 듯하다.


머틀 오일들을 꺼내 향을 맡고 있으니 행복한 기억에 기분이 좋아진다.

오늘은 이 오일을 들고 요가원에 가서 함께 요가하는 친구들과 아로마를 나눠야겠다. 요가로 몸을 깨워 깨끗해진 감각으로 아로마 향을 함께 느끼는 충만함은 가치가 있을 테니까.





매주 월요일에 만나요


글: 에디 (http://instagram.com/edihealer)
그림: 제시 (https://instagram.com/jessiejihye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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