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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시간 가족을 오해했다

애버래스팅 아로마 - 가루다아사나

by 요가언니



엄마는 나의 가장 친한 독서친구이다. 보통 각자의 취향으로 책을 읽지만 가끔은 서로가 좋아할 만한 책을 추천하고 함께 이야기한다. 엄마는 당신의 아버지와도 그런 사이였던 것 같다. 당신의 책을 좋아하는 성정이 전적으로 외할아버지의 영향이라고 말씀하셨다. 기억 속 외할아버지의 방은 책으로 빼곡했었다. 책장이 꽉 찰 때마다 책들을 노끈으로 묶어 도서관에 기증하셨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책꽂이는 새 책들로 가득 차곤 했다. 할아버지의 책에 대한 사랑이 엄마에게로, 그리고 나에게로 왔다. 나는 그렇게 엄마를, 외할아버지를 꼭 닮았다. 내 안에는 그렇게 부모님의, 가족의 모습이 들어있다.

내가 이룬 것들은 다 내가 잘나서라고 착각하던 시기가 있었다. ‘내 능력’이라 부르는 것이 가족으로부터 받은 것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가족은 내 안에 촘촘하게 얽혀있고 단단히 엮여있다. 하지만 난 긴 시간 동안 가족을 오해하고 살았다. 가루다아사나를 오해했던 것처럼 말이다.

오른 다리 위로 왼다리를 올려서 종아리에서 한 바퀴, 발목에서 한 바퀴 감고, 양팔을 겹쳐서 팔뚝에서 한 바퀴, 손목에서 한 바퀴 감아 무릎을 굽혀 앉는다. 이렇게 팔다리를 꽈배기처럼 꼬고 한 다리로 버티는 동작이 독수리 자세, 가루다아사나이다. 팔다리를 자유롭지 못하게 묶어놓고 오른 다리에게 모든 체중을 감당하라고 하니, 홀로 무게를 버텨내는 처지의 오른 다리가 힘들고 가혹해 보였고 안쓰러웠다.

가족이 꼭 그렇다고 생각했었다. 아빠는 처자식을 짊어지고 고된 발걸음을 떼어야 하고, 엄마는 당신의 삶보다 식구들 챙기는 걸 우선으로 해야 하고, 나는 옥죄는 가족의 멍에 때문에 자유롭게 날아가지 못한다고 생각했었다. 가족은 감겨있는 팔과 다리 같았다.

하타요가 시간에 가루다아사나의 변형 자세들을 하는데, 어쩐지 달리 보였다. 매트 위에 앉아 다리를 두 바퀴 감아 꼬고, 허리를 반대로 비트는 트위스트 동작을 하니 트위스트의 효과가 극대화되는 느낌이 들었다. 편히 앉은 자세에서 팔만 두 번 꼰 채로 상체를 앞으로 숙이니, 등 근육이 더 넓게 펴지는 듯했다. 시르사아사나(머리서기) 자세에서 독수리 자세의 다리를 만들어서 하체의 방향을 좌우로 틀어보고, 다리를 앞으로 뒤로 움직여보니 허벅지 안쪽과 복부에 더 강한 에너지가 느껴졌다.


내 팔다리를 감는 반대편 팔과 다리는 나를 결박하는 포승줄이거나 짊어지고 가야 할 짐짝이 아니었다. 원래부터 내 몸의 일부이니 그게 바로 나 자신인데다가, 나를 더 강하고 유연하게 도와주고 있었다.

내 몸이 나인 것처럼, 내 가족이 나이고 내가 가족이다. 그러니 가족 탓을 하거나 미워할 것이 아니라, 가족까지 포함한 나를 한껏 끌어안는 것이 바로 진짜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에버래스팅, 영원이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아로마가 있다. 말려도 본래 꽃의 색과 모양을 유지하기 때문에 불멸이라는 뜻의 이모텔 immoretelle이라고도 부른다. 국화과의 꽃이라 캐모마일과 비슷한 효능을 가지고 있는데, 기 에너지가 정체되지 않도록 하기 때문에 두통, 근육통, 신경통 등에 쓰인다. 더 나아가 가슴속 깊이 응혈져있는 감정들을 풀어낼 수 있도록 변화를 강하게 촉진한다. 그래서 이 아로마는 마음열기, 수용과 용서를 상징한다. 변하지 않는 에버래스팅, 꼭 가족 같다.


요가와 아로마를 주제로 쓴 51번째 글이다. 다음 주에 52번째 글을 쓰면 꼬박 1년을 채우게 된다. 처음에는 나, 내 마음, 내 기분, 내 감정, 내 상처를 들여다보고 안아주는 것으로 시작했는데, 그걸 1년을 하고 보니 내 가족, 내 친구, 내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다. 난 오랜시간 그들을 오해하고 살았고, 이제야 그들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매주 월요일에 만나요


글: 에디 (https://instagram.com/edihealer)

그림: 제시 (https://instagram.com/jessiejihye25)




[캐모마일 아로마는 아래 글을 함께 보아요]

https://brunch.co.kr/@edihealer/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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