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카모마일 저먼 아로마 - 안자냐아사나
새로 시작한 운동 취미가 미숙해 팔다리에 멍과 상처들이 생기고 있다.
상처 치유와 타박상 완화 효능이 있는 카렌듈라 오일과 염증 완화 효과가 있는 호호바 오일을 베이스로 하고 카모마일 저먼 에센셜오일과 라벤더 에센셜오일을 넣은 후 천연 밀랍으로 농도를 맞춘 상처용 밤을 만들어 수시로 바르고 있다.
카모마일 에센셜오일에는 카모마일 저먼과 카모마일 로만 두 종류가 있는데, 그중 카모마일 저먼은 멍이나 상처 회복 같은 피부의 문제, 그리고 뛰어난 항염 작용으로 근육통 완화에 도움을 준다. 또한 카모마일 티와 마찬가지로 신경성 스트레스 완화에도 좋다. 만족감을 일깨우는 카모마일의 따스한 향기를 떠올려보면 된다.
나는 아로마테라피로 몸의 상처를 스스로 치유할 수 있고, 마음에 상처가 났을 때 나를 다정하게 안아주는 방법도 잘 안다. 이를테면 요가 수련 말이다.
가장 먼저 몸을 웅크리고 척추를 말아 요가매트에 굴리는 롤링 동작을 한다. 매트에 꼬리뼈부터 등허리, 어깨, 목까지 차례로 닿게 마사지하는 동작으로 스스로를 토닥여준다. 십수 차례, 혹은 수십 차례 내가 원하는 만큼, 내 마음이 부드러워졌다 싶을 때까지 구르고 나면 스트레스로 뭉쳐있던 등이 풀린다. 그러면 다리를 쭉 펴고 양손을 발을 향해 뻗으며 깊이 내려가서 가슴을 허벅지에, 얼굴을 정강이 사이에 파묻고 내 발바닥을 꼭 껴안는다. 이렇게 등을 부드럽게 만들어 늘리고 나면 마음도 근육만큼이나 유연하게 풀어진다.
몸의 뒷면을 풀어준 만큼 앞면도 스트레칭을 해주는데 특히 로우런지 자세로 허벅지와 허리를 잇는 장요근을 부드럽게 늘리고, 어깨를 활짝 열며 가슴까지 펼쳐 내는 안자냐아사나를 하고 나면 마음이 많이 안정된다. 소마 요가에서는 요근이 감정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고 하는데, 이렇게 허리를 이완하고 안정화시키는 동작들을 하고 나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여유로워진다.
몸이던 마음이던 간단한 상처의 즉각적인 자가 치유의 지혜는 갖춘 것 같은데, 깊고 오래되어 흉 지고 곪아있는 큰 상처는 여전히 고통스럽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난 대체로 밝고 즐거운 사람이지만 사실은 언제나 조금 슬프다. 그리고 그 슬픔의 근원은 이 깊은 상처일 것이다.
이다혜 작가는 “어떤 일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다음 발걸음을 내딛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상처에 대해 쓸 수 있다는 말은 상처를 잊었다는 뜻이 아니라 상처와 함께 사는 법을 아는 사람이 되었다는 뜻이다.”라고 말했다. 나는 아직도 상처를 꽁꽁 싸매 숨기고, 꺼내보지 않고 살고 있다. 마주할 자신도 없고 함께 살 자신도 아직은 없다.
나의 깊은 흉터를 꺼낼 수 있는 날이 올까. 이를 꺼내보였을 때 나를 따뜻하게 안아줄 사람이 있을까.
매주 월요일에 만나요
글: 에디 (http://instagram.com/edihealer)
그림: 제시 (https://instagram.com/jessiejihye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