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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한 것들

12. 오렌지 아로마 - 핸즈온

by 요가언니


처음 요가를 시작했을 때는 선생님이 가까이 오면 긴장했고, 핸즈온을 해주는 것이 기분 좋지 않았다. 난 잘하고 있는데 틀렸다고 지적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내 앞 사람 자세가 더 좋지 않아보이는데 왜 나만 교정시키는지 불만이었다.


수련의 시간이 쌓이면서 애정이 있고, 눈여겨보고 있고, 이 한 부분만 핸즈온 해 주면 더 발전할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이 받는 귀한 것이 핸즈온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이제는 선생님이 내 쪽으로 오시면 기분이 좋다.

지금까지 수십 수백 번의 자누시르사아사나를 해 왔을텐데, 오늘 처음으로 핸즈온을 받았다. 나는 유연하지도 않고 근육이 많은 체형이라 근력을 사용해 버티는 발란스 동작은 어렵지 않은데 전굴, 후굴 그 어느 것도 쉽게 되지 않는다. 수련을 통해 드디어 가슴이 허벅지에 닿았고 이제는 배가 허벅지에, 이마가 정강이에 닿아 상체와 하체 사이의 공간을 거의 없앴다. 뿌듯하게 배와 허벅지를 밀착시키고 있는데, 선생님이 발바닥 아래에서 맞잡은 내 손을 풀었다. 그리고 상체를 들어 삐뚤어지지 않게, 가라앉고 있는 갈비뼈를 들어 정렬을 맞춰주었다. 선생님이 한 번 잡아주시니, 어떻게 정렬을 맞추어야할지, 어떤 근육을 사용해야할지 감이 잡혔다.

이제서야 난 핸즈온을 받을 수 있는 준비가 되었나보다. 팔다리에 힘이 전혀 없어 버틸 수 없는 사람에게 비라바드라사나의 정렬을 말하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처럼, 햄스트링이 타이트해 무릎을 펴지 못하는 사람에게 다운독의 정렬 설명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처럼 그 동안의 나는 준비가 안 되어있었던 것이다.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한 것들이 있다.


두달 째 기다리고 있는 아로마 천연비누가 꼭 그렇다. 내가 좋아하는 오렌지 아로마를 가까이 하고싶어 일을 벌인후에야 천연비누를 만드는 것이 이렇게나 많은 재료가 필요하며, 수고스럽고, 오랜 시간 필요한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아주 정확하게 계량한 수산화나트륨을 녹인 정제수를 코코넛, 마카다미아, 동백오일을 섞은 것에 반응시킨 후 아로마를 첨가해 비누의 형태로 이틀정도 굳힌다. 굳은 비누를 쓰기 좋은 크기로 자른 후 바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6주~8주 정도 숙성시키면서 말리는 과정을 거친 후에야 안심하고 순해진 비누를 쓸 수 있다.


오렌지 아로마는 정체된 기와 에너지를 뚫어 순환시키는 기능이 있다. 림프 방면으로는 그 흐름을 자극하여 부종 완화, 체액 순환에 도움을 주고, 소화기 방면으로는 위장 운동을 활성화시켜 소화를 돕고 식욕을 촉진한다. 마지막으로 뇌 방면으로는 두통, 긴장, 불면증을 완화시키는 효능이 있다.


오렌지의 상큼한 향은 생각만해도 기분을 상승시키고, 긍정적이며 밝다. 특히나 강박적인 사람의 정서 완화에 좋다고 하는데, 완벽한 모습을 보이고 싶어 선생님의 핸즈온을 두려워하던 잔뜩 긴장하던 과거의 나에게 딱 필요한, 긴장을 풀고 매사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효능이 있다.


기다림의 가치를 알았으니 오렌지 아로마 천연 비누를 선생님의 핸즈온만큼이나 소중히 여기며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매주 월요일에 만나요


글: 에디 (http://instagram.com/edihealer)
그림: 제시 (https://instagram.com/jessiejihye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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