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함을 준비하는 시간

튤립 아로마 -나타라자아사나

May 18. 2020

요가를 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종종 시르사아사나(머리서기 자세)나 나타라자아사나(춤의 왕 자세)를 보여달라고 한다. 나타라자아사나는 요가 자세 중 독보적으로 아름다우니 그럴 만하다. 다리를 뒤로 뻗어내는 동작이 발레리나처럼 우아하고, 팔과 다리를 위로 끌어올리는 모습이 한 송이 피어나는 꽃처럼 화려하다.

한 팔을 뒤로 뻗어 발목을 잡는 동작 자체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정확한 나타라자아사나는 어깨를 회전하고 다리를 위를 향해 올린 후, 지지한 다리로 중심을 잡아 유지해야 하므로 쉬운 자세는 아니다. 이 자세는 양 팔을 뒤로 돌려 넘길 수 있는 어깨의 유연성과 상체 전면부의 충분한 신전, 다리를 앞뒤로 벌려낼 수 있는 고관절의 유연성, 그리고 한 다리로 중심을 잡고 설 수 있는 균형감각과 코어의 힘이 필요하다.

오늘 수업시간에는 하누만아사나로 고관절의 유연성을 준비하고, 에카파다 라자카포타아사나로 어깨를 유연하게 돌려내어 가슴을 열었다. 그리고 한 다리로 중심을 잡고 서서 스트랩을 발목에 걸어 양손을 뒤로, 그리고 위로 뻗어냈다. 막 피기 시작한 튤립의 아름다움을 연상하며 온 몸을 끌어올렸다.

튤립 에센셜 오일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참 신기했다. 선명하고 다양한 색과 군더더기 없이 늘씬한 형태를 즐기기만 했지 한 번도 향을 맡아본 적이 없는 꽃이었기 때문이다. 튤립 아로마는 우리를 편안하게 하고,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는 정서적 이점이 있다. 불면증 해소를 위해 침실의 아로마 램프나 따뜻한 목욕물에 떨어뜨려 사용하기에 좋고, 보습과 탄력을 주는 페이스 오일로 카렌듈라 오일에 섞어 사용하기도 한다.

나타라자아사나, 춤의 왕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화려한 아사나는 노력과 시간의 상징과도 같다.
아직도 쿠르마아사나에서는 등이 뽈록한 거북이가 되고, 만두카아사나에서는 엉덩이를 한껏 들고 있는 개구리가 되는, 그러니까 참 뻣뻣한 나는, 보통의 여자들이 여유롭게 상하체를 포개는 파스치모타나아사나를 하는 데도 1년 여가 걸렸다. 매일 수 시간씩 수련을 하는 키노 맥그레거도 이 아사나를 정확히 해내는데 16년이 걸렸다고 밝힌 바 있는데, 나의 수련 시간과 속도라면, 이 아사나를 과연 해볼 수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1만 시간의 법칙’ 이론의 창시자인 안데르스 에릭슨은 <1만 시간의 재발견: 노력은 왜 우리를 배신하는가>에서 1만 시간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올바른 방법’이 중요하며, 시간 자체만큼이나 그 시간을 보내는 방법과 질을 강조한다. (그는 이를 '심적 표상'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올바른 노력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 집중, 피드백, 수정인데, 이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하는 것이 훌륭한 지도자이다. 에릭슨은 좋은 교사를 찾는 성공 확률을 높이는 방법으로 첫째, 해당 분야에 숙달한 사람일 것, 둘째, 해당 분야를 가르치는 일에 기술과 경험이 있을 것을 꼽는다. 덧붙여 학생 스스로 연습할 수 있도록 과제, 주안점, 실수 등 가능한 많은 부분을 이끌어주는 교사가 좋다고 했다.

이를 요가에 접목해 본다. 좋은 요가 지도자는 어떤 사람일까? 능숙하게 아사나를 보여줄 수 있는 강사일 수도, 수준 높은 요가 이론을 통해 지적으로 이끌어주는 강사일 수도, 해박한 해부학과 재활 지식으로 내 몸을 잘 교정해줄 수 있는 강사일 수도, 깊은 명상으로 안내하는 강사일 수도 있겠다.

나는 요가원에 가면 항상 그 자리에 계시는 선생님이 좋다. 힘이 들 때나 기쁠 때, 내 마음의 안식처인 수련실에 들어가면 만날 수 있는 안정감 있고, 그래서 안도감이 드는 그런 선생님 말이다. 함께 오랜 시간을 쌓으며 서로가 어떻게 발전하고 있는지를 알아차리는 관계가 되면 더 좋겠다. 스승의 날을 보내며 내가 만난 모든 요가 선생님들을 떠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