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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트 탈 때는 무슨 옷을 입나요?

by 요가언니



“우리 내일 타는 요트 5억짜리래. 흰 드레스 입고 와야 하는 거 알지? 샴페인 잔 들 준비해.”
“응, 난 비키니 입고 탈 거야! 요트.”

이래 놓고 아침에 모였더니 크루들 모두가 운동복 차림으로 나타났다. 오늘은 훈련이 아니라 즐기기 위해서 바다로 크루징을 나가는 날인데도 평소와 똑같이 무릎 보호대까지 챙겨서 말이다.


요트에 오르기 전, 모자를 쓰고 선글라스를 낀다. 그리고도 가려지지 않는 얼굴은 버프로 철저하게 가린다. (버프는 브랜드 이름이지만, 헤어밴드, 헤드밴드, 넥워머, 마스크 등으로 활용 가능한 멀티스카프를 부르는 명칭으로 쓰인다.)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자 크루들은 매주 하나씩 희귀템들을 가지고 왔다. 모자 위에서 똑딱이를 붙여서 목 뒤와 얼굴에 들어오는 햇빛을 원천 차단하는 햇빛 가리개, 그게 망사로 되어있어서 바람은 솔솔 통하게 만든 버전, 흘러내리지 않도록 귀에 걸도록 만들어진 것 등. 나는 여간해서는 햇빛을 무서워하지 않는 사람인데, 아니 쨍하게 내려쬐는 햇빛만 보면 기분이 업되어 방방 뛰어다니는 사람인데, 요트 위에서 받는 햇빛은 차원이 다르다. 하얀 선체는 그 자체로 반사판이 된다. 수면은 또 어떻고. 그러니까 직사광선, 자외선이 그야말로 물 샐 틈 없이 내려쬔다. 햇빛 아래서 몇 시간 세일링을 하고 돌아가면 옷으로 가려진 몸은 하얗고 주로 손, 얼굴만 까매진 촌스런 여자를 거울 앞에서 마주할 수 있다.

요트를 탈 때 필요한 준비물은 무엇일까?


요트 위에 오른다면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이 모자, 선글라스, 구명조끼이고, 세일을 편다면 장갑도 필요하다. 힘과 기술이 좋은 남자들은 맨손으로 시트를 당기며 세일을 조절하기도 하지만, 바람이 센 날은 손이 화상을 입을 정도로 시트와 손의 마찰력이 커진다. 그래서 기왕이면 가죽으로 만들어진 세일링용 장갑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선글라스는 패션으로서가 아니라 눈을 보호하기 위해서 꼭 껴야 한다고 한다. 앞서 말했던 물과 하얀 선체에 반사되는 빛이 눈에 끼치는 영향 때문이고, 렌즈 중에는 바람과 파도를 잘 볼 수 있는 편광이 추천된다. 구명조끼는 수상레저활동 참여 시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하는데 (위반 시 과태로 10만 원!) 요트학교에서 대여할 수 있고, 항해용 요트들은 여분을 구비하고 있긴 하지만 공용이라 여자들이 입기에는 사이즈가 크다. 그래서 요트를 계속 탈 생각이 있다면 개인의 신체에 맞는 사이즈로 구매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장비 욕심도 없고, 시선에 개의치 않는 편이라 함께 세일링 하는 친구가 준 요트대회 기념품 모자를 쓰면서 세일링을 하고 있다. 세일링용 모자는 뒤편에 집게 달린 끈이 연결되어 있어서 옷과 연결시킬 수 있는데, 바람이 불어 모자가 벗겨지더라도 잃어버릴 염려가 없다. 이미 많이 가지고 있는 요가용 레깅스나 서핑용 반바지, 래시가드를 입고 문제없이 요트를 탔다. 그런데 몇 번 바다 항해를 나갈 기회가 생기고, 바다에서 시합을 하게 되고, 슬슬 날이 추워지기 시작하니 세일링 전용 의류의 필요성이 느껴졌다.


“바다는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까, 한 여름에도 방수 방풍이 되는 오프쇼어용 복장이 필요해”


요트 경력 30년에 달하는 선배님이 말씀하셨다. 바다 세일링을 한다면 요트 위에서 바람을 맞는 것뿐 아니라 튀는 바닷물에 젖는 것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방풍·방수가 되는 기능성 옷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래서 이번에 바다에서 하는 요트 경기에 맞춰 요트 웨어를 구매하게 되었는데, 바우에 서서 출렁이는 파도와 함께 들이닥치는 바닷물을 온몸으로 맞아보니 전용 복장을 갖추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더해, 젖어도 빠르게 물이 빠지고 마를 수 있는 보트슈즈나 100% 방수의 바다용 부츠를 신을 필요도 있어 보였다.


요트패션을 일컫는 말로 요트룩, 크루즈룩, 세일링룩, 마린룩 등의 단어가 있다. 여기서 세일링 룩이 내가 요트를 타면서 입는 스포츠웨어로서의 의류를 지칭한다고 할 수 있는데, 이를테면 엉덩이나 무릎 등이 덧대어져 있어 요트에 쓸려도 금방 해지지 않게 만들어진, 방수 방풍이 잘 되는 기능성 의류를 말한다. 반면 크루즈룩이나 마린룩은 좀 더 패션용어인듯하다. 크루즈룩은 요트 크루즈를 가장 많이 하는 여름부터 가을 사이에 입는 간절기 옷을 지칭하고, 디자이너 컬렉션의 한 파트로 취급될 만큼 범위가 넓다고 한다. 예를 들어 비키니 위에 걸치는 야자수 프린트 원피스나 무릎까지 오는 흰 반바지에 흰 피케셔츠를 입는 식의 패션 말이다. 마린룩은 요트룩을 응용한 평상복으로,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흰 바탕에 파란색 가로 줄무늬 셔츠와 흰 반바지, 베이지색 허리띠의 조합이 대표적이다. 캐주얼하고 발랄하고 젊은 스타일로 스니커즈나 보트슈즈를 매칭 하여 완성한다.


요트룩은 흰색을 기본으로 카라가 있는 피케셔츠와 무릎 높이 정도의 반바지와 같은 전통과 격식을 지켜야 한다고 일컬어진다. 문화를 존중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런데 이번에 바다에 나가보니 문화뿐 아니라 바람과 파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과 건강의 목적으로도 적합한 복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글: Edi (https://instagram.com/edihealer)

그림: Samsa (https://instagram.com/y.sam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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