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를 하면 정말로 마음의 평화가 와요? 왜 그래요?”
“응? 나는 그렇긴 한데...... 요새 스트레스가 많나 보구나?”
요가가 좋다고 매일같이 느끼고, 그렇게 생각한 것을 1년 넘게 글로 써왔으면서도 막상 왜 요가를 하면 마음이 편해지냐는 질문을 듣고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고, 이제와 변명을 해본다.
문학을 전공해 내내 책을 보던 나의 취미는 몸을 움직이는 활동들, 자전거 타기나 수영 같은 것이었지만 깨어있는 시간 내내 춤을 췄던 무용 전공자 언니의 취미는 독서였다. 그렇게 주로 하는 일의 반대되는 성향의 활동이 보완해줄 때 스트레스를 줄이고, 삶의 밸런스를 맞출 수 있다고 생각을 해왔었다.
나한테 질문을 했던 D는 체육 전공자이지만 지금은 사무직으로 일하고 있는 터라, 그에게 요가의 효용을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잠시 고민하는 사이에 대답할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요가는 몸을 움직이는 신체적 활동인 동시에, 철학을 가지고 있는 인문학이기도 하다. 몸을 충분히 움직여서 근육을 유연하게, 혹은 강하게 만들어서 긴장을 풀어내는 기제에 초점을 두고 설명을 해야 할지, 요가 철학의 가르침과 명상의 효과에 대해 말을 해야 할지를 잠시 고민했다. 더구나 30대인 내 상황과 20대 사회초년생인 그의 상황이 같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 더해지니 선뜻 말을 꺼낼 수 없었고 머뭇거리게 되었다. 요가를 궁금해하는 친구에게 만족할만한 답을 못해줬다는 생각에 집에 돌아온 내내 속상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평범한 날에 요가를 한다. 고요하게 호흡하며 상체를 앞으로 숙이거나 가만히 옆구리를 늘려내는 하타요가를 하고 나면 하루 종일 움츠러들었던 근육이 말랑말랑해지고 그만큼 마음도 부드러워진다.
기쁜 날에 요가를 한다. 신이 나서 몸이 들썩이고 떠들고 싶을 때 인요가나 회복요가를 하면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짧은 명상까지 하고 나면 겸손한 마음이 올라오며 균형이 잡히는 기분이다.
스트레스를 받은 날에 요가를 한다. 가슴이 답답할 때면 다른 생각을 전혀 할 수 없는 흐름이 빠르고 한눈팔 새를 주지 않는 아쉬탕가요가나 빈야사요가를 한다. 흠뻑 흘리는 땀과 함께 고민이 빠져나간 듯 기분도 나아진다. 이내, 심각하게만 보였던 그 일이 별것 아닌 것으로 느껴져 마음이 안정되곤 한다.
물론 요가로는 안 될 것 같은 날도 있다. 숨이 안 쉬어지고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 같은 날에는 운동화를 신고 나가 달린다. 턱 끝까지 차올라 숨이 끊어지기 직전까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모든 모공에서 땀을 배어 나올 때까지 뛴 후, 개운하게 샤워를 하고 아로마 오일까지 바르고 나서야 마음을 잡을 수 있을 때도 있다.
예전에는 이 모든 효과가 근육의 이완과 땀 배출로 인한 스트레스 해소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호흡 덕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빈야사 요가에서의 관건은 호흡이다. 물 흐르듯 끊어지지 않는다는 뜻의 빈야사를 호흡의 흐름 없이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수리야나마스카라 하나만 하더라도 선생님은 “마시는 숨에 양손 끝과 시선 천장, 내쉬는 숨에 상체 숙이고”와 같이 동작만큼이나 호흡에 초점을 맞춰서 가이드해주신다. 호흡이 끊어지면 근육이 경직되고 몸에 무리가 오기 때문이다.
심지어 명상에서는 전적으로 호흡에 집중해보라고 말한다.
부드럽고 우아하게 편안한 마음으로 호흡으로 돌아오면 됩니다. 생각을 따라가기 시작하면 문제가 됩니다. 단지 그 생각이 왔다 가는 것을 그대로 두는 법을 배우세요. 그리고 다시 한번 온몸의 호흡을 알아차립니다.
(래리 로젠버그, <호흡이 주는 선물> 중에서)
명상에서는 호흡을 바라보는 것이 진정한 평화와 기쁨 그리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유익함을 준다고 말한다.
호흡과 수련에 초점을 놓고 볼 때 요새는 참 특별한 시기라 말할 수 있는데, 호흡이 중요한 요가를, 입과 코를 마스크로 덮은 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마스크를 쓰고 호흡한다는 게 말이 되나?’라는 의문을 가지고, 마스크를 슬쩍 내려 콧구멍을 내놓은 채 코로 숨 쉬며 수련을 했었다. 코로나 상황이 악화되면서는 입과 코를 마스크로 철저히 덮고 수련을 하게 되었는데, 이것도 익숙해지니 마스크 아래쪽이 땀으로 축축해질지언정 호흡은 그럭저럭 할 만해졌다.
하와이에서 일출을 보기 위해 다이아몬드 헤드를 올랐었다. 힘든 산은 아니지만 해가 떠오르기 전까지 시간 내에 도착을 해야 하니 모두가 쉬지 않고 숨을 헐떡이며 산을 오르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무서운 숨소리가 들렸다. 산소 호흡기를 낀 사람이 마지막 숨을 몰아쉬는 듯한 소리가 나기에 뒤를 돌아보니, 영화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베인의 것 같은 마스크를 쓴 사람이 공포스러운 호흡소리를 내며 올라오고 있었다. 치료 차 인공호흡기를 끼고 있는 것인 줄 알았더니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서 버틸 수 있는 호흡 훈련을 하는 장치라고 했다. (아픈 사람인 줄 알고 안타깝게 바라봤는데 고강도 훈련 중이라고 하니 갑자기 멋있어 보였다.) 마스크를 끼고 요가 수련을 하는 요즘은 내가 하와이에서 본 베인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마스크를 쓴 채로 한 시간 혹은 두 시간의 수련을 마치고 나면 “우와, 나 이제 호흡의 왕이 된 것 같아”라 생각하며 스스로를 기특해한다.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하고 자주 울던 시절 그 사람은 내 쇄골 아래, 윗 가슴에 두껍고도 큰 손을 올려놓아 달래주곤 했다. 그러면 그 따뜻한 온도와 묵직한 무게감의 도움으로 숨을 길게 내쉴 수 있었다. 길게 내뱉어 비워내고 나야 깊이 가득 들이마실 수 있다. 그렇게 느리고 깊은 호흡을 하고 나면 마음속 흙탕물이 거짓말같이 가라앉았다. 그땐 그게 그 사람의 위로 덕이라 생각했는데, (그것도 맞는 말이지만) 아마도 그건 호흡의 효과였을 것이다.
그러니까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D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길게 내쉬어 보자.'이다. 요가원에 가서 매트 위에 앉아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호흡법을 배우고, 명상도 해보면 좋겠지만, 꼭 그러지 않아도 된다. 편안한 장소에서 좋아하는 향을 맡으며 내 숨소리에 귀 기울여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호흡이 움직이면 마음도 따라 움직인다. 호흡이 움직이지 않으면 마음도 움직이지 않는다. 수행자는 부동심에 도달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호흡의 움직임을 통제해야 한다.
(<하타요가 프라디피카> 2장 2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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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에디 https://instagram.com/edihea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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