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요가 정도 하세요. 그건 그냥 스트레칭이니까요.”
“아, 네..... 스트레칭......이요.”
요가를 하다가 부상이 생겨서 정형외과를 간 친구에게 의사가 말했다. 친구는 차마 요가를 하다가 다쳤다고 말을 꺼낼 수 없었다. 여기서 의사와 친구가 생각하는 요가의 성격은 다르지만, 둘 다 요가가 맞다. 의사가 말한 것은 요가 중에서도 몸을 이완시켜주는 가벼운 동작들일 테고, 친구가 했던 것은 강한 근력과 유연성이 필요한 고난도의 동작들일 테니 말이다.
요가와 스트레칭에 대한 신랄한 비교로 이런 것도 있다.
‘요가는 이국적인 만트라 음악에, 신비한 향을 피워놓고 팬시한 불상을 장식해 놓은 힙한 분위기에서 하는 알아들을 수 없는 이름으로 부르는 스트레칭이다.’
운동 전에 하는 스트레칭 동작들이 대부분 요가 동작에 있다. 무에타이를 배우러 갔을 때, 본격적인 킥과 훅을 하기 전 꼼꼼하게 스트레칭을 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이 시간만큼은 내가 최고 우등생이었다. 잘 단련된 근육질의 남자들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잘 못하는 상체 숙이기, 다리 찢기 등은 요가를 하는 사람이 웃으며 할 수 있는 일상적인 동작일 뿐이었다. (킥이나 잽 능력은 스트레칭 능력과는 전혀 상관이 없음)
타이트한 근육을 이완한다는 것, 그리고 몸 전체를 시원하게 늘린다는 것, 이를 통해 나오는 엔돌핀으로 기분이 좋아진다는 점에서 요가와 스트레칭은 다르지 않다.
그러나 그 목적에는 차이가 있다. 스트레칭은 본격적인 운동, 그러니까 골프, 축구, 농구, 크로스핏 등을 시작하기 전에 상해를 예방하고 보다 나은 퍼포먼스를 내기 위한 준비운동과 마무리 운동으로서의 개념이 있다. 강한 근력을 활용하는 운동에서 스트레칭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으면 근육, 관절 등에 무리가 갈 뿐 아니라 염증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니까 스트레칭은 근육을 늘리고 유연하게 만들어서 관절의 가동범위를 넓히는데 목적이 있다.
반면 요가의 목적은 몸과 마음을 자각하는 것이다. 잘 알아차리고 집중하기 위해서 몸의 힘과 유연성을 기르고, 균형감을 키운다. 그러니까 ‘아사나’라 부르는 스트레칭이랑 비슷한 동작들은 요가의 한 구성요소일 뿐이고, 그런 동작을 통해 내면의 감각과 만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스트레칭은 운동 전후로 10~20분을 할애하지만 요가는 자체로 60분에서 90분의 수련을 하는 것이다.
호흡을 대하는 관점에도 차이가 있는데, 스트레칭에서의 호흡은 근육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근육을 안전하게 이완시키려는 도구로서 중시된다. 하지만 요가에서의 호흡은 움직임(아사나)과 동등한 역할을 수행하는, 집중을 위한 도구이다. 호흡을 통해 내면의 평화, 균형감, 조화를 찾아 명상의 단계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호흡의 확장을 통해 의식을 확장한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프라나야마라는 이름으로 정교한 호흡법을 배운다.
그 밖에도 에너지가 흐르는 통로인 ‘차크라’라던가, 에너지를 잠그는 ‘반다’행법, 의식을 집중하는 ‘드리시티’ 등의 개념이 요가에 더 있다. 그렇다고 해서 굳이 이 두 가지가 다른 것이라고 선을 그으며 “요가는 스트레칭처럼 단순한 게 아니라 더 깊은 레벨입니다.”라고 말할 생각은 없다.
일반적으로 삶의 활력을 잃어버린 사람은 어려운 의무를 제대로 해내지 못했거나 불가능한 일을 완수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단순한 의무를 완벽하게 해내는 걸 등한시하기 때문에 활력을 상실한다.
샤를 바그네르, <단순하게, 산다> 중에서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그것을 스트레칭이라 부르건 요가라 부르건 기지개를 쭉 켜고 웅크렸던 어깨를 활짝 열어내는 움직임이 하루 종일 일한 내 몸을 돌보는 최소한의 노력이자 기본적인 습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평생을 함께 살아야 할 대상은 부모도, 배우자도 아닌 바로 내 몸이다. 우리에게는 자신의 몸에 결림이나 만성통증을 만들지 않아야 할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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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에디 https://instagram.com/edihealer
그림: 제시 https://instagram.com/jessiejihye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