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면서 요트를 타러 가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았다. 아무리 웻슈트(다이빙, 서핑, 세일링 등 해양스포츠를 할 때 입는 잠수복의 일종)를 입으면 체온이 보존되어 괜찮다고 해도 이렇게 바람이 차가울 때 물에 빠지는 것은 여전히 두렵다.
요트 세일링에도 시즌이 있다. 아무래도 요트는 쨍한 태양과 후덥지근한 날씨에 잘 어울려 보인다. 파아란 바다 위에서 요트를 타고 바람을 가르며 나아가는 장면, 생각만 해도 시원하지 않은가? 물놀이는 여름에 해야 제 맛이라는 생각 때문인지 7~8월 여름휴가시즌에는 요트학교에도 수강생이 많아진다.
하지만 요트 타기에 가장 좋은 계절은 봄과 가을이라고 한다. 깨끗한 바람이 적당한 세기로 잘 불어오기 때문이다. 요트를 처음 배우던 해에는 그 사실을 몰랐던 터라 7,8월에만 요트를 탈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요트 동호인들은 가을까지 좋은 바람을 타고 요트를 즐기다가 11월 초에 통영에서 개최되는 이순신배 국제 요트대회 참가를 마지막으로 시즌을 마감하고 겨울방학을 갖는다.
“봄부터 가을까지 요트를 타다가 겨울에는 무엇을 하나요?”
엘리트 선수인 S는 겨울에도 변함없이 요트를 탄다. 코로나 이전에는 뉴질랜드나 태국으로 전지훈련을 가서 요트를 탔었고, 최근에는 해외에 나가는 대신 조금 더 따뜻한 남부지방, 여수나 통영에서 훈련을 한다고 했다. 아무리 남부여도 겨울은 겨울이라 손발이 꽁꽁 얼고 경미하게 동상에도 걸린다고 한다. 그 고생담을 듣고 나면 왜 선수들이 전지훈련을 가는지 이해가 간다. 선수가 아니더라도 요트를 열렬히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바다 항해를 할 수도 있겠다. 단, 겨울의 바다 바람은 상상 이상으로 차기 때문에, 적절한 요트 복장을 잘 갖추어 입는 것은 더욱 중요해진다.
아마추어 선수이자 동호인인 나는 요가를 한다. 요가? 요트와 요가가 무슨 상관이냐고? 자, 요트와 요가의 관계에 대해서 살펴보자. 보통은 ‘요트’하면, 선상 누워서 태양과 바람을 즐기는 장면을 상상하기 쉽기 때문에 요트가 운동이 되냐고 반문하기 쉽다. 요트를 타는 데는 생각보다 많은 체력과 근력, 균형감각, 유연성이 필요하다.
요트는 세일(돛)에 부딪히는 바람을 동력으로 움직인다. 그 세일의 방향이나 각도를 조절하기 위해서는 세일에 연결되어 있는 시트(줄)를 잡아당기고 푸는 동작을 반복하는데, 이때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는 것이 바로 팔 근육이다. 나는 요트 팀에서 세일 트리머(세일을 조절하는 역할)를 맡으면서부터 팔 굽혀 펴기를 시작했다. 시트를 잡아당기는데 힘이 달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1인용 딩기요트를 탈 때는 세일을 조절하기 위한 팔 힘에 더해 코어의 힘까지 중요해진다. 딩기요트는 가볍기 때문에 바람에 기울어지거나 뒤집어질 수 있다. 이때는 상체를 뒤로 젖혀서 배가 기울지 않고 수면에 평평해지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이를 하이크 아웃이라고 부른다. 이 하이크 아웃을 하기 위해서는 배, 허리, 허벅지를 포함하는 코어의 힘이 필수이다. 그래서 나는 윗몸일으키기를 시작했다.
서핑보드 위에 올라서는 것을 생각해보자. 바다 위에 가만히 서 있는 것만도 쉽지 않다. 하물며 요트는 물 위에 떠 있고, 강한 바람을 안고 앞으로 이동을 하는 데다가, 쉴 새 없이 기울어지는 배 안에서 버텨야 한다. 강하면서도 정교한 균형 감각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요가를 시작했다. 요가는 앉아서 하는 스트레칭 정도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요가에서 가장 중요하기 여기는 가치 중 하나가 바로 밸런스이다. 한 다리 혹은 두 다리로 균형을 잡고 서는 동작이 매우 많다. (물론 팔로 서는 역자세도 많다. 요가의 물구나무서기 같은 것들 말이다.)
러닝을 하건 헬스장에서 기구를 들건, 강한 운동을 하고 나면 다음날 온몸이 쑤신다. 요트 세일링도 마찬가지여서, 바람이 강한 날 요트를 타고 돌아오면 어김없이 근육통이 온다. 균형을 잡느라고 상체를 많이 젖혀서 배가 당기고, 중심을 잡는다고 다리를 많이 써서인지 다리와 엉덩이도 뻐근하다. 시트를 잡느라 사용한 팔 근육과 심지어 손가락 관절도 아프다. 이때 필요한 것 역시 요가, 특히나 요가의 스트레칭이다.
우리 팀은 요트대회에 나가면 숙소에 모여서 아침저녁으로 요가를 한다. 우리는 체육 전공자와 취미로 운동을 오래 한 사람이 많기 때문에 근력은 평균 이상이다. 그래서 근력을 키우는 요가 동작이 아닌, 이완 동작 위주로 몸을 풀어준다. 그렇게 아침에 몸을 풀고 나서면 유연하면서도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시합을 끝내고 저녁에 녹초가 되어 숙소에 돌아왔을 때 순환을 도와주는 요가를 하고 나면 다음날 붓기와 통증이 한결 나아진다. 몸이 가벼워지며 숙면을 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자, 요트에 오르기 전에 요가로 시작해볼까요?
https://youtu.be/6m90bJLdCkE
글: Edi
그림: Sama (https://instagram.com/y.sam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