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렉이가 늙어서 조절이 잘 안 되나 봐. 거실을 한강으로 만들어놨네.”
66세의 늙은 어머니께서 11살 노견이 참지 못하고 거실에 싸버린 오줌을 닦고 계신다. 슈렉이는 실외배변견이라 집안에서 실례를 하지 않는데, 별안간 벌어진 일이다. 바로 옆에 어릴 때 쓰던 배변패드가 있는데, 한 발자국을 더 뗄 힘이 없었던 것일까, 아니면 자기가 쓰던 배변패드를 잊은 것일까.
슈렉이와 함께 하면서 나의 미래, 우리 부모님이 겪게 될 일을 본다. 인간의 100년 삶이 강아지에게는 15~20년으로 축소되니, 그 짧은 기간에 진행되는 노화의 과정을 지켜보는게, 미리 경험해보는게 즐겁지만은 않다. 솔직히, 가혹하기만 하다.
강아지의 시간은 인간의 것보다 7배가 빠르다던데, 그렇다면 내가 여행을 가느라 일주일 집을 비운다면, 슈렉이는 나를 1~2달간 동안 기다리고 있다는 말이 된다. 여행을 갔다가 일주일 만에 돌아온 내게 역시나, 슈렉이는 어색했다. 잘 안기지 않았고 불러도 멀찍이서 멀뚱멀뚱하기만 하다.
“슈렉아 엄마가 미안해~ 엄마가 너무 오랜만에 와서 삐졌어?”
그러니 최선을 다해 시간이 허락하는 한 꼬박꼬박 슈렉이를 만나러 갈 수밖에 없다. 슈렉이를 핑계로 일주일에 세 번 이상 부모님 댁에 들러 엄마 아빠도 뵙고 오니 일석이조다. 이게 다 슈렉이 덕분이다.
“왜? 집에 돌아가기 싫다고? 아니야? 걷기 싫다고? 엄마가 안아줄까?”
산책을 나와 반쯤 걸었을 때 슈렉이가 발걸음을 멈추고 엉덩이를 대고 바닥에 주저앉아버렸다. 그 이후로는 한 발 한 발이 그렇게 무거울 수가 없다. 슈렉이의 발걸음이 확연히 느려진 것을 보니 체력이 방전된 것같다. 산책을 나갈 때만 해도 에너지를 주체 못 해 방방 뛰던 녀석이, 이렇게 금방 에너지가 고갈될지 스스로도 몰랐을 것이다. 알았다면 똑똑한 슈렉이는 페이스를 조절했을 테니까.
그래도 어릴 때처럼 힘들다고 바닥에 푹 퍼져서 엎드려버리는 일이 없다는 게 신기하다. 대신 천천히 걷고, 중간중간 멈춰서 앉았다 가는 것이, 확실히 철이 들었나 보다.
아기 슈렉이가 노견이 되는 동안 나도 11살을 더 먹었고, 그건 우리 부모님도 마찬가지이다. 파워 워킹, 경보를 즐겨하던 나 역시 이제는 한걸음 한걸음 정확히 발바닥을 지면에 디디며 걷는다. 발목이 삐끗하지 않게,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게. 매일 슈렉이를 산책시키시는 부모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함께 늙어가는 우리 가족은 보조가 잘 맞는다. 슈렉이는 우리 가족의 건강관리를 담당하는 훌륭한 페이스메이커이다.
그래서 중간에 벤치가 보이면 슈렉이와 함께 앉아서 쉬어간다. 사진도 남기면서 말이다. 요새 우리의 산책 루틴은 그렇다. 이것도 썩 괜찮다.
https://youtu.be/-4OWGny0SI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