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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가언니 Jun 15. 2023

약 먹으면 일주일, 안 먹으면 7일.

약 먹지 않고 감기 치료하기

출처: www.hss.edu


약 먹으면 일주일, 안 먹으면 7일.


그래서 안 먹어봤다. 감기약.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그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튜브 검색을 조금만 해봐도 약을 먹지 말라는 정보는 많다. 이를테면, 몸에 열이 나는 이유는 몸속에 들어온 바이러스와 우리 면역체계가 싸우고 있다는 뜻인데, 해열제가 강제로 그 열을 내리면 면역체계가 바이러스와 싸우는 것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콧물이나 가래가 나오는 것은 몸속의 염증이 배출되기 위한 방편인데, 양약은 콧물을 말리고 가래를 제거한다. 오~ 그럴듯한데?


단, 감기의 자연치유를 위해 유의할 것은 수분섭취를 충분히 하고, 면역체계가 바이러스와 싸울 수 있는 환경 만들기, 즉 충분한 수면을 취해야 하며 단식을 하라고 했다. 아니, 약만 안 먹으면 되는 게 아니라 밥까지 먹지 말라고?

 

하타요가 프라디피카에는 ‘미타하라’라는 요기의 식사법이 나온다. 위의 반은 깨끗한 음식으로 채우고, 1/4은 수분으로, 나머지 1/4은 빈 공간으로 남겨놔야 한다는 말이다. 좋지 않은 음식을 먹거나 많이 먹는 경우, 요기 yogi가 될 수 없고 병자인 로기 rogi 가 된다고 언급한다. 송한영의 <인도전통의학 아유르베다>는 아유르베다 경전의 내용을 소개하는데,  ‘배고픔과 식욕이 생기고 깨끗한 트림이 나올 때’ 식사를 하라고 말한다. 습관적으로 먹는 것을 지양하라는 것으로,  ‘꼬르륵 소리가 나면 먹는다’로 요약할 수 있겠다.


그걸 의식하고 있어서인지, 몸이 아파 소화력이 떨어져서인지 자극적인 음식이 당기지 않았다. 육류도 먹기 힘들어 저녁을 샐러드로만 가볍게 먹었다. 그게 도움이 됐을까, 다음날 아침에는 감기가 씻은 듯 나아 보였다. 그러다가도 오후가 되면 다시 시작되는 눈물, 콧물, 목의 붓기. 약을 먹지 않아서인지 컨디션이 들쭉날쭉했다. 올라가는 듯싶다가도 고꾸라져서 힘이 하나도 없기도 했다. 코를 하도 풀어서 얼굴 전체가 퉁퉁 부은 채로 잠들어야 했지만 일어나면 멀쩡해졌다. 그걸 며칠 반복했다.


“그거 오래 걸려. 그냥 약 먹어.”

“괜히 병 키우지 마. 해열제를 먹어야 열이 올라서 다른 곳까지 문제를 일으키는 것을 방지할 수 있어.”

“초장에 타이레놀 한 알이면 그냥 지나갈 수 있는 것을 키우게 되면 문제가 문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해. 점점 증상이 더 심해진다는 뜻이야.”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고집부리지 말고 약을 먹으라고 난리였다. 모든 감기는, 더 정확히는 감기 바이러스는 개별적이기 때문에, 이번에 약을 먹지 않고 감기를 넘겼다고 해서 다음에도 그럴 수 있다는 것은 아니라는 조언을 들었다. 어쨌든 난 6일간 똥고집을 부렸고 그렇게 감기 증상은 완화되고 감기는 지나가는 듯했다.


그런데 7일째 되던 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장트러블이 시작되었다. 어제 오후부터 뱃속이 꾸르륵거려서 저녁도 먹지 않고 속을 비웠는데 말이다. 감기는 버틸 수 있는데 장염은 그게 안 된다. 일상생활에 제약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로 병원에 갔다.


“급성장염이네요. 감기가 장염으로 발전되기도 하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고요. 감기는 다 나아가니 따로 약 안 드리고 장염약만 드릴요.”


나는 자연치유를 하겠다고 버텨서 감기는 이긴듯 했으나 장염을 얻었다. 자가 생체실험으로 얻은 결론은 이것이다. 감기기운이 있다면 초반에 감기약으로 바이러스를 죽여서, 적어도 온 몸에 퍼지게 하지는 말자. 사서 고생을 하지 말자.     


좋은 생각도 친절한 태도도 명석한 아이디어도 모두 ‘건강한’ 몸에서 나온다. 건강이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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