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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가언니 Nov 23. 2019

팀 스포츠가 처음이라




세일을 동력으로 이용하는 요트를 총칭해 세일요트라 하는데, 그중에서 근거리 항해에 적합한 1인용 요트가 그동안 내가 타 왔던 딩기요트(레이저, 레디알)라면, 장거리 항해를 할 수 있는 것이 크루저요트이고, 이 요트에는 적어도 4명의 팀원(스키퍼, 바우맨, 스타보드맨, 포트맨)이 필요하다.     

   

올 한 해는 모든 시선과 에너지를 나 자신에게로 돌려 요가를 하고 명상을 하고 나를 찬찬히 들여다보며 글을 썼다. 생각해보니 요트도 혼자 탔다. 그런데 크루즈요트를 시작하니 팀워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서로를 전혀 모르던 첫날 크루즈요트를 함께 탄 우리는 요트 조종법이 익숙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서로의 이름조차 몰랐던 터라 손발이 참 안 맞았다. 며칠간 함께 식사를 하고 술잔을 나눈 후, 우리는 선장 역할의 스키퍼의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선원이 될 수 있었고 그렇게 마음을 합쳐 요트를 조종하게 된 서로가 대견하고 기특했다.          


사람은 타인을 통해 또 다른 세계를 접하며 자신의 세계를 확장한다. 이러한 세계의 확장에는 노력이 필요하다. 동생들을 살뜰히 챙겨주는 적극적인 언니 오빠들과 이에 따라 열심히 임무를 수행하는 동생들의 노력으로 우리는 화기애애한 팀을 이룰 수 있었다.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건강한 에너지를 사랑한다. 그건 시각적으로 확인 가능한 멋진 육체만으로 알아보는 것은 아니다. 즉각적인 이득을 가져다주지 않는 일에 그것이 시간이든, 돈이든, 에너지이든 무언가를 희생하며 몰두하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자기 통제감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기운이 있다.     


요트 수업도 없고 코치님도 안 나오시는 날이지만, 주말이 되자 우리는 자연스럽게 모여 요트를 세팅하고 세일을 펼쳐보며 세일링 연습을 했다. 지금 타는 K-36이라는 5톤짜리 요트는 최소한의 인원이 구성되어야만 세일링이 가능하기 때문에 우리는 시간 약속을 했고, 팀원을 챙겼고, 늦는 멤버를 기다렸다.      


새삼 알게 된 사실은, 중고등학교 체육시간을 제외하고는, 내가 팀으로 연습하고 경기하는 스포츠를 처음 해본 다는 것이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사실은 팀워크가 필요한 운동, 그러니까 팀이 구성되어야만 연습을 시작할 수 있는 야구, 축구, 농구, 배구 등을 할 줄 몰라도, 그리고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더라도 대한민국의 여자로 사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팀 스포츠를 즐기는 여자의 수가 현격히 적을 것이라 생각한다. 골프, 서핑, 사이클링, 스키 등 혼자서 연습하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운동이 충분히 많기도 하고, 사실 운동하는 여성의 비율이 그리 높아 보이지도 않는다.     


팀 스포츠를 처음 해보는 나는 팀원이 빠져 인원이 부족할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어떻게 연습에 참여하자고 말해야 할지 몰라 곤란해했다. 활동적인 남자 팀원은 굉장히 단호하고 당당하게 ‘팀으로 이루어진 스포츠에는 어느 정도의 책임감과 강제성이 필요하다’고 가벼우면서도 무겁게 이야기했다.     

  

아마 앞으로도 내가 축구나 야구를 할 일은 없을 듯한데, 지금이라도 팀을 이뤄서 하는 스포츠를 경험할 수 있어서, 그리고 이런 고민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아직도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 많다는 사실이 놀랍고, 지금이라도 깨닫게 되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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