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우기의 재미

깽깽이 시절은 이제 안녕!

by 박붕어

제목부터 보인다. 이것은 비겁해진 내 모습을 변명하고 합리화하는 거란걸.


연말이 지난 지 세 달이 넘었다. 12월부터 송년회를 핑계로 열심히 달렸다. 러닝뿐만 아니고 드링킹. 쉼 없이 먹고 마셔재끼는 바람에 뭐 그보다 열심히 뛰었다며 얘기하고 싶지만, 먹으나 안 먹으나 달리는 거리와 시간은 별로 다를 게 없다. 쩝.


희한한 게 먹다 보니 맛있는 건 눈에 더 들어오고 위도 널찍해져서 배의 용량이 늘고 있다. 배가 고파본 적이 언제인지, 어렴풋이 떠올려보고 싶다. 기억이 없다. 나잇살이 아니고 그냥 먹어서 찐 거란 걸, 배가 들어간 지가 꽤나 오래되었음을 겸허히 받아들이자.


찌우니까 좋은 게 참 많다. 성정이 유해지고 몸도 튼튼해지는 것 같다. 먹고 싶어도 배불러서 못 먹겠다고 했던 지난날들의 내 모습도 사라진 채, 잘 먹으니 보기 좋다는 말을 들으면 뿌듯한 마음이 생긴다. 음식점 사장님들도 좋아하시고ㅎ 싹싹 김치가 이것이랍니다. 몰랐던 과자 맛들에도 눈을 떴다. 신상 과자를 찾아 헤매는 내 모습이 놀랍기도 하다.


근육몬이 되면서 예전에 입던 옷들은 다 옷장 구티에서 나오지 못한 지 오래다. 수영인으로서 옷에 몸을 맞추던 과거도 다 지났다. 그냥 수영 안 가면 되는 거였다. 노 스트레스! 요가 옷들은 어찌나 마음을 편하게 해 주는지, 몸만 편하게 해 주는 게 아니었쟈나. 툰드라산드라만드라 사바아사나 최고.


체중계를 매일 재던 몇 달 전엔 상상도 하지 못했을 지금 내 모습. 당당하고 더 멋지다. 곧 영포티임에도 소주두병은 가볍게 마시는 내 모습이 자랑스럽다. 포진생기고 면역력 박살 나던 깽깽이 시절이 더 이상 그립지 않다. 건강하게 찌우는 튼튼이가 되어야지. 어깨깡패가 될 내 모습을 그려본다. 근사하다. 와 까리뽕쌈 끝난다. 많이 먹고 후회하던 지난날은 안녕, 잘 가라!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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