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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뭉치 Oct 04. 2022

동물 없는 동물원 만들기

- 《동물원에 동물이 없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물원에 가는 걸 좋아합니다. 일상에서 쉬이 접할 수 없는 동물들을 실제로 볼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즐거워하죠. 하지만 동물원이 왜 생겨났고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동물원의 역할과 기능이 무엇이고 동물원 직원이 하는 일은 어떤 건지에 대해선 거의 고민하지 않습니다. 이 책은 우리가 평소 잘 하지 않았던 이러한 고민을 대신 해 줍니다. 왕이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 희귀한 동물을 수집하면서 시작된 동물원의 역사를 소개하고, 동물 복지 의식이 발전함에 따라 동물원의 목적이 ‘동물 소장’에서 ‘자연 보호’로 바뀌는 과정을 보여주죠.


이 책의 저자는 2013년 7월 18일 제주도에서 불법 포획된 남방큰돌고래 ‘제돌이’의 방류를 성공시켰어요. 이를 계기로 ‘춘삼이’, ‘삼팔이’, ‘태산이’, ‘복순이’도 방류됐지요. 이 사건은 우리나라에서 동물 복지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게 했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동물 복지란 배고픔, 불편함, 아픔, 두려움과 공포로부터 동물을 자유롭게 해 주는 걸 뜻해요. 이전까지 돌고래를 팔아 큰 수익을 남겼던 어부들도 제돌이 방류 이후엔 돌고래가 그물에 걸리면 구조 센터에 알렸다고 합니다.


동물원의 안전 문제와 동물 복지의 관계도 점검하게 됐는데요. 저자에 따르면 동물이 받는 스트레스를 최대한 줄이는 방향으로 동물사를 개선하고 안전하지 않은 곳은 뜯어고쳤다고 합니다. 저자는 더 나아가 동물원을 찾는 시민도 함께 노력해야 한다며 동물원은 사람들의 동물 복지 의식과 함께 발전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요.


《동물원에 동물이 없다면》노정래 지음 l 출판사 다른 l 가격 1만4000원


저자는 체험형 동물원을 표방하며 등장한 실내 동물원들, 동물을 기르는 동물 카페에 대해서는 쓴소리를 아끼지 않습니다. 실내 동물원은 실내에 있기 때문에 동물사가 좁고 햇빛이 비치지 않아 동물의 건강을 해칩니다. 카페에 동물을 풀어 놓는 형태의 동물 카페는 실내 동물원보다 더 좁아요. 게다가 동물들을 만질 수 있게 하기 때문에 그곳에 있는 동물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합니다.   


동물원의 역할은 시대마다 변해 왔어요. 동물을 단지 구경거리로 여기던 과거에 동물원 직원은 동물을 기르고 치료하는 정도의 일을 했습니다. 반면 지금 동물원의 역할은 멸종 위기 보전입니다. 저자는 오늘날의 동물원이 사라져 가는 종을 복원해 방사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합니다. 이런 동물원의 목표가 이루어지면 동물 대신 종 보전에 앞장선 사람들의 끈질긴 노력과 성과가 동물 대신 전시돼 ‘둥물 없는 동물원’이 될 거라는데요. 동물 없는 동물원을 만드는 첫걸음으로 이 책을 읽어볼까요?      


    

김미향 출판평론가·에세이스트



2022년 10월 3일(월) <조선일보> '재밌다, 이 책!' 코너에 게재된 원고입니다.

http://newsteacher.chosun.com/site/data/html_dir/2022/09/18/202209180143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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