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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뭉치 Sep 04. 2023

우리 집이 불타고 있다?

《그레타 툰베리 : 소녀는 어떻게 환경운동가가 되었나?》알렉산드라 우르스만 오토 글 l 로저 튜레손 사진 l  신현승 옮김 l 출판사 책담 l 가격 18500원


최근 기록적인 폭염과 폭우, 태풍 같은 극단적인 날씨가 기승을 부렸죠. 마우이 섬의 대형산불로 수백 명의 사망자와 실종자가 나와 하와이는 역대 최악의 재난을 맞기도 했어요. 요즘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이 같은 폭염, 폭우, 태풍, 화재의 공통적인 원인이 기후위기라고 하는데요. 이런 시기에 출간된 이 책은 2003년생인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그레타 툰베리라는 소녀가 어떤 계기로 환경운동가가 되었는지 밀착 취재한 책이에요.


그레타 툰베리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조명한 책은 많지만 이처럼 어린 소녀가 또래의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환경운동가로서 명망을 떨치기까지의 과정을 조명한 책은 찾아보기 힘들었는데요. 그 점에서 다른 그레타 관련 책들과는 차별점이 있어요. 일종의 전기(傳記, biography) 같은 느낌이 있어서 흥미롭고요.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은 사진이 풍부하게 수록돼 있다는 거예요. <다겐스 니헤테르>라는 스웨덴 신문사의 사진기자이자 스웨덴에서 가장 유명한 사진작가인 로저 튜레손이 찍은 사진들이 내용에 대한 이해를 높일뿐만 아니라 눈을 즐겁게 해주지요.


글 저자는 같은 신문사의 기자인 알렉산드라 우리스만 오토인데요. 첫 장을 펼치면 빠져들 수밖에 없을 거예요. 그만큼 매력적인 문체가 돋보이고요. 저널리스트답게 아주 간명한 스타일로 팩트를 전달하는데, 행간(글의 줄과 줄 사이. 또는 행과 행 사이)을 통해 생각할거리가 많아요.


이 두 기자는 그레타와 함께 런던, 함부르크, 리스본, 마드리드, 노스다코다, 네브래스카를 다니며 소녀를 인터뷰하고 사진을 찍었어요. 만약 언론 분야에 관심이 있다면 재미있는 지점이 있습니다. 그레타 툰베리의 이야기와는 별개로 저널리스트가 어떤 방식으로 인물을 취재하는지도 알 수 있다는 거예요. 저자들은 그레타의 이야기를 무조건 받아 적는 대신 직접 기후 과학 학술지와 관련 기사들을 꼼꼼히 찾아보며 사실 위주의 정보를 더해 기사를 작성했어요. 그레타와 동행하는 여행 전에는 관련 지식을 좀 더 쌓기 위해 기후 오디오북을 들었고요. 이후 여행에서 돌아와서는 전 세계 기후학자의 트위터를 팔로우하고 그들이 공유한 기사를 읽어 나갔어요. 또한 기후화 환경 문제를 다루는 다양한 뉴스레터를 살피고 스웨덴과 세계 각국의 관련 뉴스 특보를 모니터링하며 기후 위기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고요.


사실 그레타가 기후 변화에 관해 처음으로 들은 스토리는 우리와 비슷해요. “방을 나갈 때에는 불을 끄는 것이 좋아요”라고 학교 선생님이 말씀하신 걸 들은 뒤부터거든요. 단지 그레타가 우리와 달랐던 것은 그때부터 스스로 기후 변화에 관한 글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는 거예요. 그리고는 기후 위기에 대한 대응을 중심으로 일상을 꾸려 나갔지요. 부모님과 함께 채소 재배를 시작했고, 가정에서 소유하고 있던 가솔린차를 전기 자동차로 바꾸었으며 채식주의자가 됐어요. 비행기도 타지 않았고요. 열다섯 살에는 《우리 집이 불타고 있다》는 제목의 책을 출간했고 8월 20일, 학교 파업을 시작합니다. 당시의 일을 회상하며 2019년 9월 23일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그레타는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단지 몇몇 아이가 학교에 가지 않는 것만으로 전 세계의 헤드라인을 장식할 수 있다면, 우리가 간절히 원한다면 무엇을 함께할 수 있을지 상상해 보세요.”


“정치적 대응도 수박 겉핥기식이어서 목표 달성을 위한 행동은커녕 야망조차 찾아볼 수 없”는 지금과 같은 기후 위기 시대에 “무슨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 사람들이 아직 모르고 있다는 사실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어요”라고 한 그레타의 말이 깊은 울림을 줘요.


이 책에는 그레타가 처음으로 환경운동에 나선 2018년부터 저자들이 취재를 마친 2020년까지 2년 동안의 그레타의 여정이 일목요연하게 4쪽으로 정리되어 있어요. 또 다양한 인포그래픽이 돋보여요. 2018년까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나 티핑포인트(돌이킬 수 없는 한계점)에 가까워진 지구의 생물물리학적 시스템을 말하는 ‘아홉 개의 움직이는 시스템’ 등 기후 위기와 관련된 정보를 인포그래픽으로 제공해 이해하기가 쉽지요. 그레타의 연설문 세 개도 실려 있는데요. 특히 2019년 9월 18일 미국 의회 연설문은 진정성과 구성, 내용, 문장 면에서 흠잡을 데 없는 명문이니 꼭 읽어보길 바라요.



김미향 콘텐츠 미디어 랩 에디튜드 대표·출판평론가·에세이스트



2023년 9월 4일(월) <조선일보> '재밌다, 이 책!' 코너에 게재된 원고입니다

http://newsteacher.chosun.com/site/data/html_dir/2023/09/04/202309040005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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