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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뭉치 Nov 05. 2023

불완전한 나이'기에' 아름답다!

《눈부시게 불완전한》  일라이 클레어 지음 l 출판사 동아시아 l 가격 18000원



영화 <아바타>에서 주인공 ‘제이크 설리’는 하반신이 마비된 전직 해병대원으로 등장합니다. ‘아바타 프로그램’에 참가해 자신의 ‘아바타’를 통해 자유롭게 걸을 수 있게 된 제이크 설리는 엄청난 해방감과 기쁨을 누리지요. 그런데 모든 장애 당사자가 제이크 설리 같지는 않은가 봅니다.


뇌성마비 장애 당사자인 이 책의 저자는 "나는 태어날 때부터 손상된 나의 뇌세포를 치료할 수 있다고 해도 마다할 것이다. 굳고 경련하는 근육이 없는 나를, 어눌한 발음이 없는 나를 상상할 수가 없다. (중략) 장애가 없다면 우리는 대체 누구란 말인가?"라고 말해요. 저자의 이 말은 우리에게 정상과 비정상, 장애와 비장애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다시 생각하게 만들지요.


이 책은 우리 사회의 치유(cure)와 건강, 정상성에 대한 새로운 프레임을 제시해요. 우리는 종종 우리의 생각과 관점이 무조건 당연하다고 여기며 세상을 바라볼 때가 많지요. 그러나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이면을 들여다보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 사회의 다양성이 싹틀 자리는 그만큼 좁아져요.  


이 책은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불완전함을 감싸고 있는 치유의 개념을 의심합니다. 311쪽의 "나는 아무것도 치유하지 않았다. 치유할 것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 모든 힘들이 나를 밀치며 통과해 간다."는 이 책의 핵심을 담아내는 문장들이에요. 저자는 치유를 희망하고, 강요하며 강요당하기보다는 불완전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방식을 제안하지요.


왜냐하면 장애를 ‘결함’이자 ‘극복’해야 할 문제로 바라보는 지배적인 관점이 개인의 문제로 장애를 축소시키고, 장애 및 질병을 둘러싼 사회적 맥락과 쟁점을 지워버리기 때문이에요. 장애 당사자가 막대한 돈과 부작용을 감수하며 장애를 치유하고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일이 영웅신화가 되어 버리면 휠체어를 타고 어디든 다닐 수 있는 사회, 수어와 점자를 비롯한 다양한 언어 접근성이 보장된 사회가 더디 올 수 있기 때문이지요. 오히려 정말 필요한 건 이처럼 다양한 불완전함을 받아들이고 사회적으로 존중하는 일인데도 말이에요. 게다가 저자와 같은 뇌성마비 장애는 애초에 완치가 불가능하기도 하고요.


그러나 이러한 저자의 주장이 무조건 옳다고만은 할 수 없어요. 저자 역시 자기모순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오히려 더욱더 치유 이데올로기에 관해 치열하게 사유해요. 백인이라는 특권과 선천적 뇌성마비 장애인이라는 자신의 위치성을 객관적으로 인식한 채 다양한 인종, 계급, 젠더, 질병, 장애 당사자들이 치유와 관계 맺는 여러 방식을 조명함으로써요.


아무래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에요. 하지만 차별과 폭력을 깊이 이해하고, 우리 사회를 더 공정하게 만들기 위한 논의의 발판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꼭 읽어봐야 할 책인 건 분명해요.



김미향 콘텐츠 스타트업 에디튜드 대표·작가




2023년 10월 23일(월) <조선일보> '재밌다, 이 책!' 코너에 게재된 원고입니다

http://newsteacher.chosun.com/site/data/html_dir/2023/10/22/202310220170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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