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

by 김뭉치

선풍기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도 들렸다. 눈을 감고 있으려니 모든 게 희미했다. 떨리고 무섭기도 했다. 이 공간에 나 아닌 누군가가 있는 것은 아닌가. 눈을 뜨고 싶었지만 쉽사리 눈을 뜨지 못했다. 이런 저런 꿈의 세계에서 이쪽 저쪽으로 밀려다니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 가까스로 눈을 뜰 수 있었다. 어두운 방 한 구석에 동생이 잠들어 있었다. 그 옆에서 자고 있던 건 나였다. 싱크대쪽에서 몸을 웅크리고 자고 있는 동생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갑자기 방안의 공기와 온도가 바뀌었다는 생각이 든 건 그때였다. 끼익, 하고 또 다른 방의 문이 열렸다. 나와 동생이 누워 있는 방보다 더 어두운 방에 엄마가 누워 있었다. 엄마가 누워 있는 쪽 아랫목에는 동생이 잠들어 있다. 동생은 분명 다른 방의 싱크대쪽에서 잠들어 있었는데...


잠들기 전에 계속 생각했다. 오늘은 엄마 꿈을 꿨으면 좋겠다고, 엄마한테 물어볼 게 아주아주 많다고, 엄마를 한번만이라도 안아보고 싶다고. 그래서 잠들기 직전까지 엄마한테 물어볼 것들의 리스트를 끝없이 작성했다. 그런데 정말로 엄마가 나타난 거다. 나는 입술을 깨물고 눈물을 흘리며 그 방으로 뛰어가 엄마를 안았다. 수면잠옷을 입은 채 모로 누운 엄마를 끌어안았다. 엄마에게 볼을 부비고 살아생전 엄마에게 늘 그랬듯 엄마의 볼을 꼬집었다.


- 엄마, 엄마. 잘 지내?

오열하면서 엄마에게 안부를 건네자 엄마는 사위어가는 목소리로 겨우 말을 이어나갔다.

- 너무 힘들어서, 이대로 딱 죽어 버리고 싶다.

생전의 엄마가 많이 아프실 때마다 하시던 말씀이었다. 엄마는 천국에 갔음을 나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던지 나를 속이고 있었다. 아랫목에 잠들어 있는 동생은 엄마가 만들어낸 환영인 듯했다.

- 엄마, 나 다 알아. 엄마가 그렇게 말해도 나 다 알아. 엄마는 천국으로 갔잖아. 거긴 어때? 힘들지 않아?

엄마의 눈에 당황스러운 기색이 스치며 눈빛이 달라졌다.

- 거기서 일하고 있어. 요즘은 용접을 해. 한 손으로 물건을 이렇게 쥔 다음에 또 다른 손으로 지지직.

- 그래도 행복해? 천국에 있어서 행복해?

꿈 밖의 내가 꿈 속에서 엄마를 만나게 된다면 엄마에게 가장 물어보고 싶었던 질문이었다.

엄마의 눈가가 눈물로 촉촉하게 젖어들었다.

- 사랑하는 우리 김. 뭉. 치, 김. 또. 비 너무 보고 싶은데, 어떻게 행복해. 둘 다 너무 사랑해. 정말 보고 싶어.

이제 나의 울음은 더욱 커졌고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울고 있는데 꿈 속의 나는 또 다시 준비해간 질문을 꺼낸다.

- 엄마, 나 엄마 보러 곧 갈 거야. 엄마 보러 곧 갈게. 엄마, 나 언제쯤 엄마 보러 갈 수 있을까? 내가 몇 살 때 엄마 볼 수 있을까?

엄마가 입술을 부르르 떨며 말도 안 되는 소리 좀 그만하라고 한다. 엄마를 왜 보러 오냐고, 그런 말은 하지도 말라고 한다.

- 엄마는 알지? 엄마는 내가 언제 엄마 만나러 갈지 다 알고 있지? 나 다 알아. 엄마는 알고 있다는 거. 엄마 조금만 기다려 줘. 어디에서 들었는데 이승에서의 몇십 년은 천국에서는 얼마 되지 않는 시간이랬어. 엄마 몇 일만 기다려 줘. 어쩌면 1년 안에 내가 갈지도 모르잖아. 엄마, 내가 60살이 되면 엄마 보러 갈 수 있어? 엄마 볼 수 있어?

엄마가 고개를 저으며 숫자와 주기를 이야기해주려 한다. 나는 엄마 입술에 귀를 바짝 가져다대며 손가락을 하나씩 하나씩 접어간다. 그때, 꿈속의 대지가 지진이 난 듯 흔들리더니 선풍기가 돌아가는 소리, 누군가 자판을 타닥타닥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주위의 공기와 온도가 다시 한번 바뀌었다.


눈이 저절로 떠졌다. 남편은 오늘 약속이 있어 늦는다고 했다. 나는 이불로 얼굴을 감싸고 운다. 잠들기 직전 빨리 하늘에 가 엄마를 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게 떠오른다.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러나, 엄마한테 물어보고 싶은 것들의 목록은 아직 너무도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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